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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능력별 졸업제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대학 및 대학원의 능력별졸업제도를 명문화한 교육법개정안이 각의에서 의결됨으로써 앞으로 국회를 거쳐 내년부터 이 새 제도가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실험대학 운영·대학 특성화계획에 어어 문교부가 대학학사개혁의 세번째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 능력별 졸업제도에 대해서는 그 시안이 발표된 직후부터 학내 외로 거센 찬·반 양론이 전개되어왔다. 그리고 이러한 거센 논쟁은 새 제도가 내포하고있는 가위「혁명적」인 성격 때문에 당연하고 불가피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학년제의 경직성을 풀어보겠다는 능력별 졸업제도의 실시는 사실상 지금까지 「캠퍼스」의 사계를 규제하고 있던 많은 테두리들을 한꺼번에 무너뜨리게 할 소지를 노출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고정연한이수제·1년 2학기제·균등등록금제·단일전공제라는 고정된 틀 대신에 조기졸업제·다학기제·차등등록금제·복수전공제라는 새롭고, 극히 다원적인 대학자치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본 난은 이 능력별 졸업제도의 시안이 발표되었을 때 이미 그것이 내포하고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지적하면서도 그 취지에는 일단 찬의를 표명한 바 있었다.
그것은 종전까지의 폐쇄적이고 타율적이었던 우리나라의 대학운영이 이 새 제도의 도입으로써 자율적인 개방체제로 탈바꿈하는데 결정적인 전기를 잡을 수 있으리라는 대국적 견지에서였다. 자율적인 개방체제로의 대학의 전환이 비록 막대한 비용과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요, 또 그 길이 설사 아무리 험난한 것이라 하더라도 한국대학의 참다운 미래는 실로 거기에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본래, 대학의 개혁이란 『오늘의 수익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일의 수익자』를 위해서 있어야 하며, 그 개혁은 어디까지나 대학의 경영자나 교수들보다는 학생들의 정신적·물질적·지적인 수익을 위해서 있어야하는 것이 움직일 수 없는 대 원칙이라할 것이다.
그러나 목표의 정당함이 방편의 무시나 등한시까지를 정당화해주지 않음은 물론이다. 가령 문교부가 능력별 졸업제도의 도입은 권장하면서 대학의 정원수나 재정문제 등에 대해서는 타율적 제한이나 간섭을 계속한다면 그것은 목표를 제시해놓고 그에 이르는 방편은 묶어두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다시 말해 능력별 졸업제도가 정말 그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본적인 전제가 충족되지 아니하면 안 되는 것이다.
첫째는 대학인의 양심이다. 여기에서 대학인의 양심이라고 할 때 그것은 특히 대학의 재단이나 경영자가 이 제도개혁을 재정적인 차원에서가 아니라 그것을 오직 교육적인 차원에서 성실하게 고려하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는 뜻이다. 한편으로 그것은 또 대학교수들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재단은 보다 많은 돈을 마련해야 할 것이고, 교수는 더 많은 노력을 아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둘째는, 대학의 물적인 요건의 충족여하이다. 연중무휴의 다학기제 강의를 가능케 하는 대학의 내부시설이나 실험실습기재 또는 도서관시설 등의 확충 없이 능력별 졸업제도만 시행한다면 그것은 오직 대학졸업생의 질적 저하를 가져오는 결과로 직결될 우려조차 있다.
셋째,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전제는 대학의 자율성의 보장이다. 이것은 특히 문교당국이 명심해야될 일이다. 능력별 졸업제도의 도입을 계기로 이 나라 대학들을 모든 면에서 자율적인 개방체제로 전환시키려면 종전과 같이 간섭만 하는 입장부터 지양해야할 것이다. 지금 대학에 필요한 것은 바로 그 정반대인 『간섭 없는 지원』임을 잊지 말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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