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상) 긴장과 감시의 서일본해안 한국인 밀항지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동해에 면한 서일본의 「상잉」(산음) 해안일대는 한국의동해안을 연상케하는 맑은모래와 소나무숲으로덮인 관광지대. 해안선을 따라 시종바다를 바라보며 달리는 2차선의 포장도로변에는 곳곳에 크고작은 해수욕장들이 산재해있어 여름이면 관광객들로 초만원을이룬다. 그러나 한국의 동남해안을 바다건너둔 이지역은 밀항취약지대.
관광지로서의 밝은 「이미지」에 어울리지않게 한국으로부터의 밀항자들이 해안기슭의 곳곳에서잡혀 말썽을 일으키는곳. 이가운데서도 「이즈모」(출운)는 일본건국에얽힌 신화의 땅. 「스케일」이 거창한 「이즈모·다이샤」(출운대사)의 장엄한 신전을지나 30분쯤 달리면 동해에 돌출한 작은 반도의 끝부분「히노미사끼」(일어기) 의 절경에 다다른다. 일대에는 관광객투성이. 특히 동양에서 가장높다는 40m의 「히노미사끼」등대에는 오르내리는 관광객들이 줄지어 서있다.
그러나 이등대에서 20m쯤 떨어진절벽 한귀퉁이에서너평은 됨직한 자그마한 목조건물이 찾는사람도 없이 덩그러니자리잡고있다.

<관광객틈속에 끼여>
간판에는 「일어기밀항감시초」라씌어있다. 밀항「시즌」은 관광객이 붐비는 여름부터 가을게-. 밀항자들은 관광객들속에 잠입, 도시로 탈출키위해 이러한절경의 땅을 상륙지로 선택한다.
때문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특히 몰리는 「상잉」해안의 절경지에는 곳곳에 이러한 감시초와 주의표지판 및 표주(표주) 등이 서있는 것이다. 대낮이라서인지감시초의문은 자물쇠가 잠긴채 비어 있다. 유리창으로 들여다본 실내는 비상전화·구명대·우의·들것·「로프」·「라디오」·전지등이 놓여있고 벽에는 비상연락방법이 게시돼 있는등 어디엔가 긴장감이 서려있다.
주민들의 일부가 「연간얼마씩의사례를 관계당국에서 받고 이감시원 노릇을 하고있으며 「엔진」 소리만 들어도 밀항선을 알아 맞힌다』는 얘기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일본의 역사학계에서는 「이즈모」의 건국신화가 고대 한반도로 부터의 이주자들의 얘기라는것이 거의 정설. 조상의 이주자군의 당당한 도래지점이 오늘에와서는 한밤중에 겁에질린채 숨어드는 밀항자들의 상륙지점으로 전락한 역사의 「아이러니」가 묘한 감회를 불러일으켜준다.
같은종류의 감시초는 이「시마네」(도근) 반도주변에서만 제방밑이나 산장아래쪽등 네곳에 서있었다.
또 「이즈모」에서 「돗도리」(조취)에 이르는 장대한 해안선 일대에는 곳곳에 주의표지만이 서있다.

<고대한인 이주지역>
『해안선의 사진을 찍거나 해안의 상황·수심·교통상황등을 조사하는 낯선 사람을 발견하면 곧 경찰(전화 동백국 ②2121번) 또는 근처 경찰관 주재소에 연락해달라-연안방법협력회-』고 돼있다.
이러한 표지판들의 크기는 대개가 1m사방정도. 계시된 내용은 대동소이하여 대체로 ①낮선 자동차나 사람이 해안을 어정거릴때 ②낯선사람이 고무「보트」나 소형선에 타거나 내릴때 ③숨어서 물건을 땅에 파묻거나 파내는 사람을 발견했을때는 연락할 것을 부탁하고 있다. 해수욕장입구·「버스」정류소옆·다리곁·부둣가·갈림길, 심지어는 논한가운데에까지 도처에 서있다.
이것은세시자가 경찰서와 연안방법협력회라는 민간조직의공동명의로 돼있는점이 주목됐다. 「요나꼬」(미자)경찰에따르면 일본본토와 구주에 이르는 서일본해안일대에는 밀항자감시를 위한 주민조직이 방범협회 또는 자경단등의 이름으로 돼있고 어부들에게까지어로작업중에 낯선배를 발견하면 신고토록감시를 위탁하고 있다.
이지역의 경찰은 또한 밀항자발견통보를 접수했다는 가정밑에 비상소집을단행, 검문과 「산사냥」이라는 이름의 산지수색등 밀항자체포를위한 훈련도 때때로실시한다.
물론 이러한 표지판·표주나 체포훈련등에서 「한국인」이라는 표현은 전혀발견할수없었다.
그러나 이지역에서는 밀항자=한국인이라는 도식이 모든사람들의 의식속에 설정돼있는 것이다. 다만 밀항자들의 유형은 두가지로 나누어진다. 첫째는 북한으로 부터의 공작목적의 밀입국자, 둘째가 한국으로부터의 단순밀입국자다.

<곳곳에 신고표식>
「요나꼬」경찰이 발행한 계몽책자(74년6월1일 발행)『미자경찰소식』에는 -『예년 여름부터 가을께는 밀항「시즌」입니다. 이시기를 중심으로 한국에서 일본으로 밀항하는자는 지금까지연간 적어도 2백명, 많을때는 1천명을 넘고있습니다.
이들 밀항자가운데는 단순한 동기에서가 아니라 북한 및 재일조총련의 공작활동관계자 및 이러한 공작활동의 대상이된자도 있다는점에 주의해야겠읍니다』고 씌여있었다.

<북괴공작원도 침투>
또 『지금 당신의 방문을 열고 바다를 내다봐 주십시오-낯선배나 수상한 사람이있으면 신고해 주십시오』라 맺고 있다.
일본의 불법입국자검거수를보면 99%가 한국인이며 한국인불법입국자는 대부분 일본에있는 친척을찾아 그도움으로 직장을얻거나 공부를하며, 혹은 거주할 것을 목적으로하고 있다. 이들한국인밀항자는 6·25동란직후를 「피크」로 해마다줄어들었으나 작년부터 다시 늘어나 74년도송환자는 6년만에 처음으로 다시3백명선을 넘어설 전망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