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계의 나그네 김찬삼씨 「아마존」비경 탐험<40> 하구의 대도시 「벨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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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자연과 더불어 살아오는 「인디오」원주민들에겐 오직 식욕과 성욕의 두 본능을 만족시기는 것이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인가 보다. 그러기에 고기잡이나 사냥을 하여 배불리 먹고는 성의 쾌락을 누린다.
더운 역도지방이라 거의 벗고 사는 사람이 많아서 「스칸디나비아」, 특히 「스웨덴」과 같은 「프리섹스」처럼 정조관념이 없는 것 같으나 이들의 사회엔 엄격한 윤리가 서 있기 때문에 「섹스」의 즐거움이란 가정적이어서 매우 건전하다고 느꼈다.
이런 생활을 엿보면서 「아마존」강 어귀인 「벨렐」시까지 「히치하이크」와 선박으로 내려가다가 도중에서 교통관계로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드높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아마존」의「정글」은 어찌나 넓은지 끝이 없으며 「숲의 바다」를 이루고있다.
자연의 녹색 양탄자라 할 짙푸른 「정글」지대를 누르께한 빛깔의 「아마존」강이 마치 뱀이 기어가는 모양으로 꾸불꾸불 흐르고 있다. 숲과 강은 단조로운 빛깔이건만 조감화로서의 「아마존」강 유역의 자연화는 훌륭한 미술품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곧 신의 의상이라고 노래한 「칼라일」의 말이 떠오른다. 이 녹색 「정글」빛깔은 고스란히「아마존」여신이 걸친「이브닝·드레스」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끝없는 「정글」위를 날던 여객기는 드디어 「아마존」강 하구인 「벨렘」시 상공에 이르렀다. 대서양의 짙푸른 바닷물이 보이는데 그 푸른 바다 빛이 「아마존」강의 녹색 「정글」과 미묘한 「콘트래스트」를 이뤘다. 이 녹색과 청색의 「듀엣」은 회화적이면서도 「크로이첼·소나타」못지 않은 음악적인「하모니」를 이루었다.

<예스러운 성당·빌딩>
이 조화 속에 예스러운 성당이며 「모던·빌딩」들이 즐비한 아름다운 「벨렘」시가 다소곳이 내려다 보였다. 「리오데자네이로」못지 않은 미항이다.
「릴케」는 도시에 모여드는 사람들이란 죽으러 가는 것으로밖엔 보이지 앓는다고 노래했고 「장·자크·루소」는 도시를 악의 상징으로 보고 원수처럼 미워했다지만, 이 도시는「유토피아」나 도원경과도 같다.
무구하기 그지없는 원시림의 품에 안긴 때문일까.
이 「벨렘」시의 공항에 내리자마자 「아마존」강의 어귀인 담수와 바다의 염수가 합치는 곳으로 달려갔다. 최상류에서 최하류까지 무사히 왔다는 것을 자축하기 위하여 그 물을 두 손으로 한웅큼 떠서는 세례를 하듯이 얼굴을 적시었다. 이 물세례가 이른바 「아마존」장거리 「마라톤」독주에서 「골·인」한데 대한 월계관이기도 했다.
매초 4만 입방m의 탁류를 대서양으로 흘려보낸다는 크나큰 「아마존」강이 이 어귀에서 비로소 끝을 맺는다. 그렇듯 힘있게 흐르던 「아마존」강도 바다에는 견줄 수 없는 듯이 그의 품안에 휘말려 들어가서 아무런 자취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 야릇하기만 했다.

<인구 63만 명의 미항>
「벨렘」시의 이름은 「그리스도」가 태어난 성지 「베들레헴」의 뜻이라는데 이 도시는「아마존」지역에서는 가장 큰 도시로서 인구는 63만 여명이다. 그런데 「아마존」에는 돌이나 바위가 없기 때문에 「포르투갈」사람들이 이 도시를 건설할 때 본국에서 「타일」이며 돌을 갖다가 집과 포도를 만들었던 만큼 그 때의 도시 차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17세기 초엽에 지었다는 「포르투갈」식 고성이며 요새가 그대로 있으며 바닷가에는 그때의 구식 대포가 포구를 바다 쪽으로 향하고 있다. 그리고 18세기에 지었다는 고색창연 한「카톨릭」성당에서는 마침 종소리가 은은히 들려왔다. 그 옛날의 「포르투갈」식민 자들의 황금시대가 어렴풋이 나마 그려지는 듯.
이날은 조반도 제대로 들지 못했기에 서민들이 들끓는 시장에 가서 싸구려 음식을 사먹고 있는데 까마귀 비슷한 큰 새가 떼를 지어 느닷없이 내 앞으로 다가오지 않는가. 「히치코크」감독의 「드릴러」영화 『새』에 나오는 살인 조처럼 무서웠으나 알고 보니 식당근처에 버려진 음식물들을 먹기 위해서였다.

<청소부 필요 없는 시장>
이 새의 이름은 「우루부」라고 하는데 시장 근처에 살면서 순전히 버려져있는 썩은 고기며 야채찌꺼기들을 즐겨 먹는데 이같이 더러운 것들을 깨끗이 먹어치우기 때문에 시장에선 청소부가 필요 없다고 한다. 「이디오피아」에는 썩은 짐승 고기만을 즐겨먹는 늑대 비슷한 「하이에나」가 있듯이 이곳엔 이런 날짐승이 있으니 흥미 있는 「콘트래스트」다.
이 시장에서 어떤 신사를 사귀어 여행 얘기에 꽃을 피우면서 내가 방문한 나라가 약1백20개국이 된다고 했더니 그는 좋은 여행가를 만나서 반갑다고 하며 자기 집에 가자고 끌어당겼다. 그렇지 않아도 어디서 여장을 풀까하고 궁리하던 참이었는데 그의 집에서 즐겁게 쉬게되었다. 「아마존」여행의 시작이 「인디오」의 환대로 이루어졌듯이 그 끝은「메스티조」(「인디오」와 백인의 저 혈족인「브라질」인)의 우정으로 맺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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