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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처럼 자연스러운 움직임 … 로봇의 신세계 개척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2012년 9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足) 보행 로봇 ‘알파독’의 개량 버전을 테스트 중인 이 회사 창업자 마크 레이버트(오른쪽에서 둘째)와 미 국방부, 해병대 관계자들. [사진 미군(U.S.Army) 홈페이지]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라는 미국 로봇개발회사를 알게 된 건 외신을 통해서였다. 지난해 12월 14일자 뉴욕타임스는 구글이 이 회사에 대한 인수를 마무리 지었다는 뉴스를 비중 있게 다뤘다. 구글의 기술기업 쇼핑이야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에 그런가 보다 했는데, 국내 전문가들 반응이 심상찮았다. ‘Terry’라는 아이디의 로봇공학자는 국내 온라인 미디어 ‘슬로우뉴스’에서, 이 회사를 ‘로봇에 대해 우리가 아는 거의 모든 신기원을 이룩한 위대한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많은 로봇 제작자가 통제된 환경에서 검증된 동작만을 시연하는 동영상을 보여 줄 때, 이 회사는 ‘로봇 학대’라는 말이 튀어나올 만큼 리얼한 상황에서 탁월한 적응력과 균형감각을 지닌 로봇들을 선보여 왔다는 거였다.

앉고 일어서고 팔굽혀펴기도 가능
실제 이 회사가 유튜브에 올려놓은 동영상은 놀라웠다. ‘알파독’이라는 이름의 4족(足) 보행 로봇은 낙엽 쌓인 숲길은 물론 급경사·모래언덕·습지에서까지 척척 걸어 다녔다. 누군가 발로 차거나 얼음에 미끄러져 기우뚱대다가도 곧 균형을 되찾았다. 또 다른 4족 보행 로봇 ‘치타’는 아스팔트 위를 시속 29마일(약 47㎞)의 속도로 달렸다. 이는 세계 보행 로봇 중 최고 속도로, 자메이카 육상선수 우사인 볼트의 100m 세계신기록(시속 28마일)을 앞서는 것이다.

최신 개발된 인간형 보행 로봇 ‘아틀라스’ 또한 걷기, 앉았다 일어서기는 물론 팔굽혀펴기까지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이들의 움직임은 우리가 흔히 ‘로봇 같다’고 하는 딱딱하고 각이 진 동작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실제 동물이 걷고 뛸 때처럼 유연했다. 동영상을 본 많은 네티즌이 “영화 ‘터미네이터’ 속 세계가 현실화할 것 같은 두려움을 느꼈다”는 등의 반응을 보인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실제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등과의 계약에 따라 군사활동 및 재난대응용 로봇을 주로 개발해 온 회사다. 이를 의식한 듯 구글은 이 회사 인수 직후 뉴욕타임스를 통해 “국방부와의 기존 계약은 존중하나 군수업체가 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회사가 군사로봇 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논란은 쉬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를 포함해 로봇산업 발달은 앞으로 인류 미래에 경제적·사회적·문화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보행 로봇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크 레이버트(Marc Raibert·64) 보스턴 다이내믹스 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처럼 복잡다단한 논쟁과 논란 속에서 34년간 세계 로봇공학계를 이끌어 온 인물이다. 노스이스턴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뒤 1977년 MIT에서 로봇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캘리포니아공대(CalTech)의 제트추진력연구소에 몸담았다가 80년 카네기멜런대의 로봇 연구 및 컴퓨터과학 부문 교수로 부임했다. 여기서 이른바 ‘다리(Leg)형 로봇’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86년 MIT로 자리를 옮기면서 ‘레그 랩(Leg Lab)’이라는 로봇공학연구소를 설립했다. 이후 MIT 레그 랩은 보행 로봇 연구의 총본산이 됐다.

MIT 교수 시절 레이버트는 로봇을 생물처럼 움직이게 하는 법에 집중한다. 2010년 말 영국의 공학 전문 미디어인 ‘더 엔지니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런 요지의 말을 했다. “사람들이 로봇 춤이란 걸 출 때는 움직였다 멈추기를 반복하며 덜컥거리는 몸짓을 한다. 나는 이런 ‘테이블처럼 균형 잡기’에 대한 생각을 레그 랩에서 몰아냈다. 대신 움직이는 몸체에 조응하는 발의 위치와 동작에너지를 이용했다. 로봇의 자연스러운 연속 동작을 이끌어 내려면 시스템 자체가 다이내믹하게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구글서 회사 인수 … 상업 로봇 곧 나올 듯
레이버트는 MIT에 재직 중이던 92년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설립한다. 애초에는 로봇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과 컨설팅에 집중했다. 그러던 것이 2003년 DARPA와 ‘빅독’(알파독의 전신) 프로젝트에 대한 계약을 맺으면서 실물 로봇 개발·제작이라는 영역에 뛰어들게 됐다.

미 국방부가 다리형 로봇 개발에 적극적인 투자를 시작한 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의 뼈아픈 경험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식 물량전을 수행하려면 각종 물자를 대량으로 실어 날라야 하는데 아프간에는 큰 트럭과 탱크가 달릴 수 있는 도로 자체가 부족했다. 반면 탈레반은 노새를 이용해 효율적으로 전투를 수행하는 것을 보며 비슷한 기능을 할 로봇의 필요성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2005년 빅독 개발에 성공한다. 이어 2008년 개량형인 알파독을 공개한다. 그 움직임을 담은 메인 동영상 하나만도 유튜브 조회 수 1600만 회를 돌파할 만큼 세계적 화제를 모은다. 지금도 개량 중인 이 로봇은 181㎏의 짐을 싣고 각종 험로를 24시간 동안 20마일까지 이동할 수 있다. 이어 2012년에는 ‘치타’, 이듬해엔 그 개량형인 ‘와일드캣’이라는 속보 로봇을 선보인다. 이 역시 DARPA의 투자를 받은 것이다. 이외에도 8m 이상의 장애물을 뛰어넘을 수 있는 소형 점프 로봇 ‘샌드플리(SandFlea)’, 직각 벽을 자유자재로 기어오르는 ‘라이즈(RiSE)’ 등 다양한 로봇을 개발했다.

그렇다면 구글은 왜 이 회사를 인수한 걸까. 현재 구글의 로봇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는 앤디 루빈 부사장은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수년 안에 구글이 어떤 식으로든 상업화된 로봇을 출시하리라는 건 분명해 보인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구글이 최근 6개월 안에 인수한 여덟 번째 로봇 개발사다. 2005년 MIT 퇴직 뒤 회사 일에만 전념하고 있는 레이버트는 인수 뒤에도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핵심을 이끈다. 그는 이번 거래에 대해 “엄청난 스케일로 생각하며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구글과 앤디에게 감명받았기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밝혔다.

다시 전투용 로봇의 윤리적 문제로 돌아가 보자. 2010년 인터뷰에서 레이버트는 “난 그저 엔지니어다. 왜 사람들이 로봇 활용에 대한 윤리적 질문을 나한테 던지는지 모르겠다. 내게 로봇은 운송수단이다. 쌀을 실을 수도 있고 탄환을 실을 수도 있다. 나는 (이에 대해) 여전히 생각 중이며 아직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구글에의 합류는 방위산업체가 아닌 민간 기업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니면 구글의 가공할 만한 정보력과 네트워크에 엄청난 물리력을 더하는 결과로 이어질까? 분명한 것은 기술의 가치중립성 뒤에 숨기에는 오늘날 로봇산업 발전이 던지는 화두가 너무 크고 무겁다는 것이다.

이나리 은행권청년창업재단 기업가정신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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