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때문에 골치|닉슨 미국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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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69년 가을 「카리즈」해의「도미니카」공화국 대통령 관저를 한바탕 당황케 했던「도널드·닉슨」(59)의 행각은「닉슨」미 대통령이 변변치 못한 형제 때문에 얼마나 골머리를 썩히고 있는가를 잘 나타내준 사건이었다.
「도널드」와 함께 「도미니카」의「호아킨·발라게르」대통령을 방문한 사람은 조직범죄협의로 미국의회의 조사를 받고있던「네바다」의 사업가「해치스」와「하워드·휴즈」의 전 막료「존·메이어」.
「도널드」가「닉슨」대통령의 친동생인지라「발라게르」는 그의 힘을 빌어 곧 닥칠 선거 때 미국정부의 지원을 얻고 「도미니카」의 대미설탕수출「코터」도 늘릴 수 있을까해서 그들 일행을 흔쾌히 맞아들였다.
「엘·카리브」란 신문은 이 기사를 1면「톱」으로 다루었고「발라게르」는「도널드」일행이 묵고있던「호텔」에 경호원 30명을 붙였을 정도.
「도널드」는 「도미니카」의 해변지대「빌딩」건설에 관심이 있었고「해치스」나「메이어」는「도널드」를 내세워「도미니카」에서 이권을 얻으려는 속셈을 갖고 있었다.
「말라게르」대통령 접견을 앞두고 「메이어」만이 선물을 준비한 것을 안「도널드」는 『「닉슨」대통령이 특별히 보낸 것이라고 얘기하자』고 제의, 그렇게 하기로 정했다.
그러나 대통령집무실에 들어가서 이 선물 꾸러미를 펴보았을 때「도널드」의 얼굴은 갑자기 얼어붙었다. 왜냐하면 이 선물이란 게 다름 아닌「닉슨」의 정적이었던고「존·F·케네디」의 흉상이었으니까.
「도널드」가 그의 형의 얼굴에 흙탕물을 튀긴 것은 이것뿐이 아니었다.
50년대에 이미「도덜드」는 부통령이던 형의 명성을 이용,「닉슨버거」란 상표의「샌드위치」를 팔아 재미를 톡톡히 보았으며「닉슨」이 부통령에게 연줄을 대 한자리하려던 공화당원들로부터 적지 않은 돈을 우려냈다.
「도널드」가장 무분별한 행동은 작년 신비의 거부「하워드·휴즈」로부터 비밀리에 20만5천「달러」를 빌린 일이었다. 이 돈은 당시 부통령이었던「닉슨」이 파산직전의「도널드」를 구해주기 위해「휴즈」의 변호사에게 청탁해서 빌려준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댓가로 당시「휴즈」가 지배하던 TWA 항공사는「세인트루이스」와「마이애미」간 황금노선의 취항 권을 쉽게 얻을 수 있었으며 「휴즈」기구회사에 대한 반「트러스트」소송을 철회했다.
이런 사실을 60년 대통령 선거에서 한「칼럼니스트」가 폭로,「닉슨」을 곤경에 몰아넣어 62년「캘리포니아」주지사 선거에서조차「닉슨」이 패배하는데 결정적 원인이 된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닉슨」이 불사조같이 재기하는 것과 함께「도널드」의 행각도 바빠졌다. 「오그덴」식품회사사장으로서 「도널드」는 형의 행정부와 국내외항공로를 협상해야하는 항공사와 관계하여 이득을 취했고 초년 봄에는 「마리어트」회사의 부사장으로「아테네」에 비래하여 군사공권지도자들과 오찬을 나누기도 했다.
그러나 범법자와 어울리면서 교묘하게 이득을 취하는「도널드」의 뒤치다꺼리에 진저리가난「닉슨」대통령은 최근에 그의 친구「레보조」 에게「도널드」가 더 이상 말썽을 일으키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최근「도널드」가「마리어트」회사 부사장직에서 「건강상」 명목으로 물러난 데는 이 같은 사정이 숨어 있었다는 것.「닉슨」형제는 원래 5명이었는데 「해럴드」는 23세에 폐결핵으로,「아더」는 어릴 때 뇌막염으로 죽었다.
「로스앤젤레스」의 풍광명미한「뉴포트」해변의 고급휴양지에 있는「도널드」의 집은 싯가10만「달러」. 그의 이웃으로는 한때「닉슨」의 개인변호사였던 「허버트·캄바크」,
「닉슨」의 수석보좌관이었던「홀드먼」과 영화배우「존·웨인」등이 살고있다.「도널드」에게는 4년 전 회계사와 혼인한 딸「로렌·매」양과 얼마 전「코스타리카」에서 결혼한 26세의 아들「도널드」등 두 자녀가 있는데「도널드」군은 백부「닉슨」을 난처하게 하는데는 아버지 못지 않아 60년대 말「히피」소굴에서 생활하여「닉슨」의 보좌관이 몰래 들어가 그를 건져냈을 정도.
백부가 주선, 국제금융가인「로버트·베스코」의 개인 보좌관이 되었지만 그는『백악관의 위대한 신이 나를 속였다』고 불평한다는 것.「닉슨」의 막내 동생인 지질학자이자 사업가인「에드워드」(44)는 얌전하고 온순하여 대통령인 형을 궁지로 몰아넣는 행동을 하는 일은 거의 없다.「에드워드」부부는 현재 두 딸과 함께「시애틀」근교의 4만「달러」짜리 조촐한 주택에 살고 있다.
그런데「닉슨」3형제는 협조적이긴 하나 결코 화목한 것은 아니어서 두 동생의 백악관 출입도 보좌관을 통해야만 가능하다.
「에드워드」막내딸「베드」양이 큰아버지에게 하룻저녁만 백악관에서 보내고 싶다는 편지를 냈는데 9개월 후에야 대통령에게 알려졌다고 한다.「도널드」는「닉슨」을 난처하게 만드는 이유가 형과 동생이 대학교육을 착실히 받은데 비해 고등학교밖에 나오지 않아 그 열등감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주변에서는 얘기하고 있다..<「보스턴·글로브」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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