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분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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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시내의 쓰레기 적환장의 분진이 공해 방지법에 규정된 법정배출기준의 평균 1백60여 배나 된다는 사실이 최근에 연세대 공해연구소의 조사에 의해 밝혀졌다.
서울시내 7개 적환장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지역적으로는 기준에 2백60배까지의 분진을 배출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상태에서 「마스크」를 하지 않은 쓰레기 청소원은 1시간에 5㎎ 먼지를 마시고 있어 각종 세균에 오염될 위험이 크고, 특히 최근의 도시쓰레기는 난방시설과 전기 용품 등에 많이 사용하는 「아스베스토스」(석면)가 함유되어 있어 이 먼지를 마시는 경우, 폐 및 호흡기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대기·수질·소음 등 일반적인 공해에 대해서는 관계상국은 물론 여러 연구 기관의 조사를 통해 오염실태와 심각성이 제시한바 있으나 분진공해에 대한 조사는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이 조사는 심각한 문제를 안겨주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서울시내에는 1백%개소의 쓰레기 적환장이 도심을 중심으로 산재해있으며, 4천8백26명의 청소원들이 한 달에 2만여원(일주 7백60원)이라는 저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히 수거 작업원들이 이와 같은 저임금에 의해 유지해 나가는 딱한 생활상에서 끝나지는 않는다.
쓰레기 적환장의 분진은 바람을 타고 인근 민가주택들에 산포되기 마련이다. 또한 견디기 어려울 만큼 불쾌감을 주는 악취를 퍼뜨리고 파리나 쥐의 서식처가 되어 특히 앞으로 다가올 장마철에 전염병유발의 원인이 된다. 이처럼 쓰레기 적환장 주변의 공해는 시민생활에도 크게 위협을 주는 것이라 봐야 옳다.
선진제국에서는 대부분 완전소각방식으로 쓰레기에서 비롯되는 공해를 막고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처리비가 싸다는 이유로 투기와 매립의 2개 방식을 병용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연간 배출되는 2백96만 3천t의 약 90%인 2백70만5천t을 주로 적환장에서 수거, 변두리개발지역에 매립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서울시 당국은 소각처리의 경우, t당 3천원의 비용이 들어 현재의 3배 가량의 예산이 필요하며 종로·중구의 적환장 쓰레기를 없애는데도 1천2백대의 소형차량이 필요한데 그 소요 자금확보가 불가능하다고 변명하고 있다.
당국은 한때 「리프트·로더」(Lift Loader)등 최신 청소장비를 도입할 계획임을 밝힌바있으나 이 또한 예산관계로 좌절되는 등 별로 성과를 보지 못했다.
공해는 전쟁·질병에 이은 인류의 제3의 적으로 간주되어 세계각국이 이의 방지·제거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72년3월 「뉴욕」에서 열린 인간의 경경에 관한 국제회의 제1차 준비위는 「인문경경에 관한 선언」을 채택, 공해가 필연적으로 추방되어야 할 세계의 공적임을 확인한 바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공해의 위험성을 인정하고는 있으면서도 그 방지를 위한 충분한 배려가 정책적으로나 행정적으로나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것은 예산부족이라는 상투적인 이유만으로는 충분한 변명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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