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브라이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풀브라이트」는 오는 가을이면 30년 동안의 상원의원 생활에 어이없는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그에게 이긴 「범퍼즈」지사는 48세의 정치초년병이다. 새삼 정치의 비정을 느끼게 한다.
「풀브라이트」라면 누구나 제일 먼저 「풀브라이트」장학금을 연상한다. 46년에 그는「국제유학생교환제도」를 창설했다. 미국의 잉여농산물을 판돈으로 외국유학생을 교환하자는 것이었다. 이 혜택으로 미국에 간 우리나라 유학생도 8백명이 넘는다.
그러나 그가 유명해진 것은 이 때문이 아니다. 아무도 감히 제동을 걸 엄두도 내지 못할만큼 「매카디」선풍이 거셀 때 처음으로 정면에서 맞선 것이 「풀브라이트」였다.
「닉슨」대통령의 월남정책에 처음으로 공연하게 공격을 가했던 것도 「풀브라이트」였다. 그가 미국의 양식을 대변하는 가장 용기있는 상원의원이란 「이미지」를 부각시킨 것은 이때부터였다.
「케네디」가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제일 먼저 국무장관자리에 앉히고 싶어했던 것도 「풀브라이트」였다. 그러나 「풀브라이트」는 이를 거부하였다. 그 대신 「케네디」의 진보정책을 국내에서 적국 지원했다.
그는 언제나 비둘기파였지만 그의 눈은 독수리처럼 매서웠다. 자기 비위에 거슬리는 것을 조금도 눈감아 두지 못하는 대쪽같은 성품을 장관들은 모두 무서워했다고 한다.
그것은 그만큼 박식하고 판단력이 뛰어난 의원도 드물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옥스퍼드」대학에서 역사학을 배운 다음에 다시 「조지·워싱턴」대학에서 법률공부를 하고 34세의 젊은 나이에 「아칸소」대학총장이 되었던 그의 화려한 학력이 이를 잘 말해주고도 있다.
이런 그가 15년이나 외교위원장 자리에 앉아있던 것은 그러니까 단순히 의원경력이 긴 때문에서만이 아니다.
상원의 외교위원장이란 미국에서는 매우 중요한 자리다. 그는 외국과의 조약체결이며 대사인사 등에 관한 최종적인 승인의 권한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의회 안의 국무장관이란 별명까지 가지고 있다.
이 자리를 더욱 권위 있게 만들어 놓았던 것이 바로 「풀브라이트」였다. 「시니오러티·시스팀」으로 따진다면 오는 11월부터는 「풀부라이트」다음으로 의원경력이 긴 「스파크먼」이 위원장이 된다.
그렇게 되면 「스마크먼」이 현재 차지하고 있는 금융통화위원장 자리에는 「프륵시마이어」가 앉게 된다. 그러나 평소에 「프륵시마이어」는 은행업계에 비판적인 만큼 은행계에서는 「스파쿠먼」이 현직에 머물러 있도록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이게 주효하면 「시니오리티」로 3번째인 「맨스필드」가 돼야겠지만 그는 민주당 상원원내총무인만큼 민주당의 「처치」의원이 새 외교위원장이 될 가능성도 생긴다. 그러나 누가 되든 「풀브라이트」만큼 권위있는 외교위원장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