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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발전과 공해-「죽음의 재」처리와 외국의 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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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부는 원유가 폭등에 따른 「에너지」대체책의 일환으로 원자력발전 개발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원자력공사를 설립, 86년까지 6백59만kw의 원자력 발전설비를 갖춤으로써 전 발전량의 39%를 충당토록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에는 입지·공해 등 허다한 난제가 가로 놓여있다. 석유를 대신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수단으로 원자력발전이 각광을 받고있고 선진각국도 이에 흥미를 느끼고 있으나 필연적으로 뒤따라오는 위험도를 제거할 안전「핀」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미국의 경우 향후 6년간 「에너지」 투자의 40∼50%를 원자력발전에 집중시켜 1억4천만kw의 설비용량을 갖출 예정이다.
원자력발전에 대한 이와같은 열의는 영국·「스웨덴」·「프랑스」등도 뒤지지 않는다. 1백만kw이상의 원자력발전소 건립계획이 계속적으로 발표되고 있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이 이처럼 폭발적인 「붐」을 일으킨 것은 바로 원유파동 때문이었다. 원유가격을「배럴」당10「달러」(한국은 현재 운임포함 10「달러」21「센트」)라고 할 때 kw당 발전단가는 원자력발전소가 제일 헐하게 먹힌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원자력발전의 장래는 그다지 밝지 못하다. 폐기물의 처리와 입지걱정에 많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발전이란 쉽게 말해서 원자폭탄을 천천히 터트려 그 방대한 열을 발전에 이용하는 것. 따라서 「죽음의 재」가 나온다는 점에서는 폭탄이나 발전소나 마찬가지다.
1g의 「우라늄」을 발전에 사용할 경우 1백만W의 전력을 낸 후 거의 같은 무게의 「죽음의 재」를 남긴다. 따라서 1백만kw짜리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시키면 하루1㎏의 폐기물이 나오게 된다.
이와같은 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한데 현대과학의 가장 진보된 기술을 총동원하다시피 했는데도 미흡한 점이 아직 너무도 많다.
폐기물의 첫번째 처리는 발전소에 부설된 냉각수에서 이뤄진다. 「죽음의 재」 가운데는 방사능이 비교적 빨리 없어지는 방사성원소가 많이 들어있으므로 이들이 「안정된 원소」(비방사성원소)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과정을 냉각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 과정은 보통 1백일 가량 걸린다. 이렇게 해서 우감기가 빠른 방사성원소를 처리한 다음 폐기물들은 특수용기에 밀폐시켜서 제2처리공장으로 옮겨진다.
아직도 우감기가 긴 방사성원소가 남아있기 때문에 이들을 처리하기 위해서다.
한데 제2 처리공장으로 옮기는 일 자체가 벌써 문제다. 방사성원소를 특수용기에 담으려면 모든 작업을 두꺼운 「시멘트」벽 저쪽에서 원격조정으로 해야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현재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제2처리공장의 공정으로 대개 「퓨렉스」법을 채택한다. 「퓨렉스」법은 크게 나눠서 ⓛ「죽음의 재」를 담은 용기를 제거하고 ②폐기물을 초산 등으로 녹인 다음 ③방사성원소와 기타 물질을 분리해서 ④「우라늄」과 「풀라트늄」을 따로 빼내는 4단계다.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가 미국에서 개발한 경수로일 경우에는 용기의 재료로 「질코늄」 합금이 쓰인다.
제2처리공장에서는 먼저 이 용기를 3㎝ 정도의 조각으로 절단, 이를 초산에 넣는다. 이 과정에서 「질코눔」합금은 초산에 녹지 않으므로 그대로 남고 2산화 「우란」이나 기타 폐기물만이 용해된다.
「엔지니어」들은 용기를 수중의 저장고에 넣어 방사능이 없어질 때까지 기다리고 기타 용액은 성분에 따라 분리한다.
한데 이 과정에서 이른바 임계사고의 위험이 뒤따른다. 임계사고란 미 「아이다」호 주의 제2처리 공장에서도 두번이나 발생했던 것으로 핵 분자성 물질이 임계량을 초과해서 일어나는 폭발 현상을 말한다.
또 모든 작업을 두꺼운 벽 저쪽에서 원격조정으로 하기 때문에 용기가 깨어지거나 폐기물이 새어 나오게 되면 속수무책이 된다. 사람이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 일단 분리된 방사성 물질은 다시 농축되어 「스테인리스」로 만든 「탱크」에 넣어 방사능이 없어질 때까지 보관하나. 한데 농축폐액의 방사능이 10만분의1로 되려면 자그마치 5백년은 기다려야한다.
따라서 「스테인리스」제 「탱크」를 몇 차례나 갈아야하는데 이에 관한 기술은 아직 미결상태다.
일본의 경우 85년도에는 6천만kw의 원자력발전을 계획 중이다. 그리고 이 때의 연간 「죽음의 재」의 양은 3억6천만 「퀴리」에 이른다.
이 방대한 방사성 물질이 누증될 때 어떤 방식으로 저장고를 마련하고 위험사고를 방지할지는 아무도 대답할 수 없는 것이다. <홍사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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