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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간병보험 네가 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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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노노(老老) 간병, 간병 자살, 간병 살인…. 이제 신문 사회면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낯익은 단어들이다. 올해 들어선 슈퍼주니어 멤버 이특 가족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져 더 이슈가 되기도 했다.

 성큼 다가온 100세 시대가 두려워지는 요즘. 사회 변화는 금융소비자의 선택도 돌려놨다. 한동안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온 장기간병보험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한때 소비자가 외면해 판매가 중지됐던 장기간병보험이 최근 새롭게 선보이며 관심을 끌고 있다.

 장기간병보험은 1990년대 일본식 명칭인 ‘개호보험’이란 이름으로 첫선을 보였다. 그러다 2003년 들어 대형 생보사에서 ‘LTC(Long Term Care)보험’이란 이름을 달고 본격적으로 출시했다. 치매 같은 질병으로 간병이 필요한 상태가 되면 간병비를 매달, 또는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상품이었다. 미국·유럽식 ‘선진형 보험상품’이라며 보험사들이 마케팅을 벌였다.

 하지만 소비자는 시큰둥했다. 윤영규 교보생명 상품개발팀장은 “치매 같은 질병에 걸려 간병보험금을 받을 일은 한참 나이 들어야만 생기다 보니, 당시만 해도 소비자들이 젊어서부터 대비하려는 욕구가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아직 장기간병보험이 팔릴 만한 사회적 분위기가 갖춰지지 않았던 것이다. 간병에 대비해 월 15만원 안팎을 투자하기엔 보험료가 비싸다는 지적도 많았다. 결국 간병보험은 반짝 해보지도 못한 채 출시 2~3년 만에 판매가 중단됐다.

 그런데 이후 사회가 빠르게 바뀌었다. 65세 이상 치매인구는 2008년 42만1000명에서 2012년 54만1000명으로 늘었다. 급속한 고령화로 20년마다 치매환자가 배로 늘어난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전망이다. 10년 뒤인 2024년이면 치매환자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선다는 뜻이다. 현재 평균 간병비는 24시간 기준 7만원 정도. 치매 같은 질병으로 간병인을 써야 한다면 월 간병비로만 200만원 넘게 든다. 증상이 심해 국가의 장기요양보험 대상이 된다 해도 지원받을 수 있는 금액은 많아야 월 100만원 안팎. 게다가 평균 수명이 빠르게 늘면서 간병 받는 상태로 살아야 하는 기간이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한동안 명맥이 끊겼던 장기간병보험 상품이 다시 나온 건 이런 사회 흐름을 반영해서다. 시작은 손해보험사였다. 현대해상 ‘100세시대간병보험’이 2012년 6월 출시 이후 22만7971건, 214억원어치가 팔리면서 장기간병보험 시장을 다시 열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장기요양 1등급 판정을 받으면 일시금으로 1억원을 지급해주는 상품이었다. 이어 LIG손보와 동부화재·메리츠화재·흥국화재도 지난해 속속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손보사 상품은 대부분 장기요양 1등급 판정을 받으면 3000만~1억원까지 일시금을 준다. 상품에 따라 추가로 월 30만~60만원을 연금식으로 5년 정도 지급하기도 한다.

 올해 들어서는 생명보험사까지 가세했다. 교보생명은 15일 기존 종신보험에 장기간병 보장까지 더한 ‘교보LTC종신보험’을 출시했다. 기존 종신보험에 월 2만~3만원가량 보험료를 추가해 간병비를 보장해준다. 중증치매·일상생활장애로 진단받으면 일시금(3000만원)과 연금(연 1000만원씩 10년), 이후 사망보험금(2000만원)으로 총 1억5000만원을 지급한다. 종신보험과 간병보험을 따로 들기 부담스러운 고객을 겨냥한 상품이다. 라이나생명도 10년 갱신형인 ‘더든든한시니어간병보험’을 20일 내놨다. 65세 남성은 월 2만6900원 보험료를 내면 장기요양 1등급을 받았을 때 1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보험업계는 최근 간병으로 인한 가족의 부담이 큰 사회 이슈가 되면서 간병보험이 대세 상품으로 자리 잡을 걸로 전망한다. 한번 병원에 갔다 오면 끝나는 치료비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간병비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해서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간병보험은 자식에게 부담 안 주려는 부모가 가입할 뿐 아니라 간병부담이 걱정되는 자녀가 부모를 가입시키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상품마다 다른 보험료 지급조건이나 보장기간은 미리 따져보고 가입해야 한다. 예컨대 장기요양등급을 받으면 무조건 보험금을 지급받는 상품이 있는가 하면, 그와 별개로 보험사가 정한 기준(중증치매나 활동불능상태로 진단)에만 보험금을 주는 상품도 있다. 조용운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장기요양등급 1~3등급을 받으면 자동 보장되는 상품이 편하긴 하지만, 보험사로서는 정부가 갈수록 3등급 요건을 완화하고 있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평균 수명이 늘면서 간병기간이 길어진 걸 감안하면 일시금 못지않게 연금으로 매월 얼마씩 나오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또 보장기간이 상품마다 종신, 100세, 110세로 차이가 있음을 알아둬야 한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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