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돌풍 이는 극동 아시아 항공계|일·중공 민항 협정 체결의 파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일본과 중공의 항공 협정 체결은 자유중국 정부의 「일본 항로 포기」라는 반발을 일으켜 극동 「아시아」 항공계는 새로운 회오리에 휘말려 들었다.
더우기 지리적으로 일본과 중공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우리 나라로서는 대만과의 외교 관계 등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할 때 많은 영향을 줄게 뻔하다.
당장 우리 정부는 일본 기의 중공 항을 어떤 방식으로 허가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에 가로막혀 있다. 현재로서는 일본∼중공의 항로가 결정된 것은 아니나 일본은 곧 한국의 영공과 비행 정보 구역 (FIR)의 통과를 신청해 올 것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중공은 한국 영공 피해>
동남아 및 구주 지역 항공 노선을 개척 중인 한국으로서는 이번 문제는 대만과의 우호 관계를 계속 유지하면서 어떤 차원의 실재를 취하느냐하는 문제에 관심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제 항공 관계 법규나 항공 협정 등을 토대로 외교적인 측면에서 처리될 것이나 현재 정부로서는 별다른 태도를 취할 단계가 아니라고 밝혀 지극히 관망적인 입장을 보였다.
지금까지의 외신은 중공은 한국의 영공이나 FIR를 피해 우회하고 일본은 한국의 FIR나 영공을 통과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것은 일본 (동경)에서 상해로 갈 경우 제주도 남쪽 우리의 FIR를 통과하고 북경으로 직행할 경우 영공을 지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동경에서 상해를 거쳐 북경으로 들어가는 경우 비행 시간은 4시간20분인데 비해 동경에서 한국 상공을 지나 북경으로 직행할 경우 2시간50분으로 비행 시간을 1시간20분이나 단축시킬 수 있어 비행 상의 경제성을 고려할 때 한국 영공 통과 문제가 신중히 검토되고 있다는 것이다.
FIR를 통과할 때는 국제 민간 항공 기구 (ICAO)의 가맹국간에는 「통고」만으로 통과가 가능하지만 영공을 지날 때에는 해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일, 대만기 항로에 양해>
다만 전쟁 상태에 있을 경우 이를 거부할 수 있다는 규정을 들어준 전시 상황 아래 있는 한국으로서는 일본의 영공 통과 요청이 있다해도 이를 거부할 권리를 지니고는 있으나 앞으로의 항공 노선 개척 문제 등을 놓고 볼 때 속단할 수 없는 난점을 지니고 있다.
일본과 대만 정부도 결과적으로는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당장 일본 내에서는 대만의 보복 조치가 정치 문제화하고 있는 반면 「오오히라」 (대평 정방) 일본 외상은 23일 일본은 대만 항공기들의 일본 영공 비행을 금지하지 않겠다고 밝혀 대만 정부에 대해 추파를 던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그리고 대만 정부도 엄청난 부담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에 놓여 있다.
일본 항공 (JAL)이 대북간 황금 노선을 잃는 반면 동남아 노선에서도 대만 FIR를 크게 우회해야만 하는 경제적인 부담처럼 중화 항공 (CAL)도 서울∼동경 등의 노른자위 시장을 잃는 외에 「로스앤젤레스」「샌프런시스코」 등 미주 지역 노선을 운항하는데 「괌」도까지 태평양 상공을 크게 한바퀴 돌아 2시간 이상 비행 시간이 늘어나는 부담을 지니게 됐다.
이 같은 결과는 JAL에서 보다 CAL 측의 손실이 많은 것으로 풀이되지만 일본이 성급하게 추파를 던지는 것은 민간 「베이스」에 의한 운항 재개를 희망하는 것으로 추측할 수도 있다.


또 국내 항공 전문가들도 어느 시기에 가서는 어떤 형태로든지 일∼대만의 항로는 다시 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현 단계로서는 서울∼대북간 항로 증설 문제가 시급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일본∼대만 항로 폐쇄에 따라 JAL이 받는 타격은 엄청난 것으로 알려졌다.
JAL은 지난 67년 세계 일주 노선을 신설한 후 대북 노선이 「하와이」 다음 가는 황금 노선으로 호경기를 누려 왔다.
대북 노선에서만 JAL은 연간 총수입의 10%에 달하는 1백35억「엥」을 벌어 들었다는 것.
그러나 대만 정부의 보복 조치로 동경에서 동남아로, 또는 「유럽」으로 떠나는 JAL은 대만 FIR를 우회하지 않을 수 없어 출발 시간을 40분간 앞당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상오 9시의 동경 발 서울행 JAL도 「하네다」 공항의 「플라이트·스케줄」 변경에 따라 30분 늦춰 출발하게 될 것이라고 JAL 서울 지사 관계자는 말했다.
이 결과는 JAL 항공기의 비행 시간 연장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국제 항공사간의 승객 유치 경쟁에서도 JAL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승객 몰리는 황금 노선>
대만이 JAL과 CAL의 대북 및 일본 취항 등을 금지시키자 일본에 지사를 둔 세계 각국 27개의 항공사들은 이 황금 노선을 놓고 증편 또는 항로 개설에 막후 교섭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 졌다.
주 37회의 JAL과 21회의 CAL이 하루아침에 운항을 중지하자 가장 군침을 삼키고 있는 항공사는 이미 이 노선에 취항하고 있는 7개사.
현재로서는 KAL (주 10회) CPA (주 32회) NWA (13회) 태국 항공 (21회) 「에어·베트남」 (6회) 「싱가포르·에얼라인」 (7회) 「말레이지나·에얼라인」 (4회) 등 7개 회사에서 대북에 몰리는 여객들을 수송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지금까지 이 노선은 JAL과 CAL이 취항 할 때도 승객들이 항상 밀리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결국 7개 항공사는 폐쇄된 JAL과 CAL의 58회선을 놓고 증편 공작에 나설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동경∼대북간 총 1백51회 노선 중 한꺼번에 38·5%에 해당되는 58회 노선이 막혔기 때문이다.

<대만, kal에 우선권>
정기 항로의 증설은 항공 협정을 개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지니고 있으나 임시 증편의 경우 간단한 신고 절차만으로 승인 받을 수 있어 당장 밀리는 승객 수송은 우선 임시 증편의 방법으로 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대만 정부는 KAL에 우선권을 주어 대북 노선의 임시 증편을 제한하지 않겠다는 언질을 받았다는 것이다. 또 지금까지의 우호 관계라든가 지리적인 여건 등을 참작해도 임시 증편 등의 방법을 통한 승객 유치 및 외국 항공사간의 경쟁에서는 한국 측이 다소 유리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결국 대만 정부의 일본에 대한 보복 조치는 현실적으로는 대만 항로의 「러쉬」를 빚고 있지만 한국 일본 대만 등 3개국은 앞으로 대두될 기술적이나 외교적인 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이량·정관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