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백70여 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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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좀처럼 오기 어려운 아마존강이기에 상류로 하류로 내려가면서 다양하게 보기 위한 스케줄을 꾸몄다. 커누를 타는가 하면 기선을 타기도 하면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려고 애썼고 강가의 정경만 보는 것이 단조롭기 때문에 정글에 들어가기도 했다. 기선을 타고 내려가다가 어떤 강가의 정글에 자리잡은 자그만 마을이 멀리 보이기에 내리기로 했다. 오전이어서 모두들 사냥을 하러 갔는지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괜히 기웃거리다가 혹시 의심을 받으면 안될 것 같아서 저만큼 떨어져 동태를 살폈다.

<거적 같은 방석 내놔>
사람들이 보이는 오막살이집이 하나 있기에 손살같이 달려갔다. 이 집안에서 일하던 아주머니와 처녀가 깜짝 놀란다.
낯선 사람이 느닷없이 나타났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나의 모습이 어딘가 무서움을 느끼게 했기 때문일 것이다.
몇달 동안 머리를 깎지 못하여 늘어진 희끗희끗한 머리가 꼭 수사자처럼 보였을 테니까…. 말이 통하지 않아 손발을 놀리며 인사를 했더니 차차 반기는 표정을 지으면서 이들의 전통적인 예의인지 모르나 방안으로 인도하며 앉으라고 하면서 거적같은 자리를 깔아주기까지 한다. 나는 갖고 다니던 우리 나라에서 만든 값싼 민속품을 하나 꺼내 주었더니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른다.
이리하여 이 집 모녀와 사귀게 되었다. 이 집주인을 만나보고 싶었으나 여기 오래 머무를 수 없어 몇시간도 못되어 떠나기로 했다.
이 인디오 원주민의 집을 떠날 때 어머니는 도시락을 싸주는 것이었다. 이 아마존에서 나는 감자를 쪄서 야자잎으로 둘둘 싼 것이지만 여기엔 이 인디오 모녀의 경성이 깃들여있었다. 누군가는 여자가 가장 아름다울 때는 눈물 흘릴 때라고 노래했지만 그것은 병적인 여성관이며, 나의 생각으로는 모성적인 자비가 아닐까 한다. 사랑의 가장 고조된 경지는 아마도 모성적인, 너무나 모성적인 것이 아닐까 했다.

<좀체 만나기 힘든 부족>
말이라고는 조금도 통하지 않아 서로의 뜻을 표현할 길이 없었지만 나는 불교의 윤회사상처럼 언젠가는 어디서 우리들이 다시 만나리라는 것을 믿고 싶었다. 이 모녀가 베풀어준 사랑 아닌 자비에 보답하려면 값진 선물을 가지고 다시 이곳을 찾는 길밖엔 없는데 그것은 어려운 일이니 차라리 저승이 있어 그때 만나기를 빌었다. 이 버림받은 곳에서 쓸쓸히 사는 가난한 이들이 저승에서는 은총을 받고 부귀영화를 누려야 한다는 그런 인과응보를 새삼스럽게 느꼈다.
가난하면서도 자기 것을 보시하는 이 모녀의 마음은 고스란히 보살의 경지가 아니고 무엇이랴. 이런 고운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이 세계에서 학대를 받고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가슴아프게 느껴졌다. 정작 헤어질 때 나는 공손히 우리 나라 인사법으로 허리를 깊이 구부렸다.

<10명뿐인 부족도 있어>
짧은 동안에 이 아마존유역에 사는 인디오들의 생활을 연구할 수는 없으나 꽤 많은 부족들이 살고있다는 것을 중류까지 내려오면서 볼 수 있었다. 이 나라에서 구한 문헌을 보니 아마존강 유역에 사는 인디오 부족의 수는 1백70여종이라고 한다. 이렇게 부족수는 많으면서도 총수는 불과 몇만명밖에 안되며 한 부족의 총수가 2천여명인가 하면 십여명 혹은 몇명밖에 안되는 부족이 있다한다.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직접보지는 못했지만 발이 굉장히 큰 부족이며 백인족들이 살고있다 한다.
이 백인족은 몇백년 전 이곳에 금광을 찾아왔다가 정글 속에서 그만 길을 잃어 돌아가지 못하고 살게되었다고 한다.

<발이 큰 종족·백인족도>
발이 큰 부족이나 백인족이 실제로 사는지는 앞으로 찾아보아야 확실히 알겠지만 워낙 넓은 정글지대이고 보니 있을 법한 이야기다. 그러니까 아직까지 탐험한 조사로는 인디오부족이 1백70여 종류라고 하지만, 더 나타날는지 모른다. 너무나도 우거진 정글지대이기 때문에 사람의 힘으로는 다 탐험할 수 없어 어디에 어떤 부족이 사는지 도저히 알수 없을 것 같았다.
그만큼 아마존은 이 우주시대에도 크나큰 원시세계를 차지하고 있다고 들 수 있다.
분명히 아마존은 치외법권의 지역이며 세계의 이단자이기도 하다. 이런 원시적인 세계가 이 지상에 영원히 남아있어도 좋겠으나 여기 사는 인디오만은 문화의 혜택을 받아야하지 않을까고 생각했다.
무슨 저주나 받은 듯 이들은 자연병으로 말미암아 제대로 번식하지 못하고 자꾸만 쪼그라드는 것처럼 슬프게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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