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소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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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발명왕 에디슨이 신문팔이의 소년시절을 보낸 이야기는 너무도 유명하다. 입지전적인 인물은 어딘가 이처럼 비범한 구석이 있다. 가난하다고 끝내 신문팔이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곤경을 극복하는 자세와 결단이 문제다.
미국에서 요즘 워터게이트 사건과 함께 명망 높은 존·J·시리카 판사도 소년시절엔 신문배달을 했었다. 그는 당장 할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지 해내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이런 성품이 오늘의 강직한 법관이 되는 길잡이가 되었을 것이다.
철강왕 카네기도 소년시절은 평탄하지 못했다. 영국서 미국으로 이민해 살면서 몹시 가난에 쫓기고 있었다. 그는 전신국에 취직, 전보배달원의 생활도 해봤다. 물론 신문배달을 한 일도 있었다.
오늘날 깍듯이 신문배달을 해주는 나라는 그렇게 많지 않다. 미국의 경우, 신문배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우편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지들은 배달원이 있지만, 그나마 보기 드물다.
프랑스나 영국 같은 나라엔 신문사 자체의 조직으로 신문을 배달하는 일이 없다. 우편에 의존한다. 석간은 거의 대부분이 가두에서 사 읽는다. 가두판매라도 아이들이 뛰어다니면서 호객을 하지 않는다. 지정된 자리에서 각종 간행물들을 진열하고 파는 상점이 따로 있는 것이다.
조간과 같은 경우는 새벽잠을 설치지 않으려면 우편배달을 신청하는 수밖에 없다. 그날 아침 신문이 보통 상오8시에 배달된다.
그러나 때로는 우편배달원들이 스트라이크라도 하면 한달씩이나 묵은 신문이 배달되는 적도 있다. 이럴 때는 번거롭게 길거리에 나가 가판을 사 보아야한다.
미국엔 자동판매기들이 길거리에 설치되어 있다. 동전을 넣으면 신문이 스르르 나온다. 그러나 동전을 넣어도 소식이 없을 때도 있다. 기계가 고장난 때이다. 이럴 때는 신문사에 애교 있는(?) 항의를 한다. 그럼 신문사는 『대단히 죄송하다』는 사과문과 함께 우편으로 신문을 부쳐준다. 그렇다고 공짜신문을 바라는 얌체시민은 별로 없다.
우리 나라의 신문배달은 그럴 수 없이 편리하다. 조간은 이른 아침이면 어느새 현관에 던져져 있다. 석간은 으례 그 시간이면 초인종이 울리고 대문 앞에 떨어져있다. 비가 오고 눈이 내린다고 신문배달이 끊어지는 일은 없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이면 배달 소년은 자신의 몸은 흠뻑 비에 젖으면서도 신문을 말끔하게 갖고 다닌다.
그리고 초인종을 누르고 잉크 냄새가 향긋한 「진솔」신문을 전해준다. 배달 소년들의 수고다. 신문의 날은 지났지만, 이날 KAL기를 타고 전국 유람을 한 배달 소년들 얘기가 보도되고 있는 것은 그들의 수고에 새삼 감사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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