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꽃이 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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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아름다운 꽃이 만발하는 봄은 희망과 기대로 모든 사람의 가슴을 부풀게 한다. 아름다운 꽃을 보면 사람들은 무한한 기쁨을 느낀다.
그런데 꽃이 행복보다는 불행을, 기대보다는 저주를 안겨 줄 때가 있다. 그래서 봄이 지긋지긋한 사람들이 있다.
해마다 봄철만 되면 마치 연례 행사처럼 꽃을 원망하는 환자들이 병원을 찾는다.
재채기가 심해서 정상 생활이 어려운가 하면 어찌나 콧물이 쏟아지는지 하루에 타월 몇 장이 있어도 부족할 지경이다.
기침이 천식 양상을 띠기도 한다. 주체하기 어려울 만큼 눈물이 나기도 한다. 또 환자에 따라서는 두드러기가 전신에 돋아나기도 한다.
대부분 맨 처음에는 재채기·콧물·기침이 나기 때문에 감기에 걸린 것쯤으로 여긴다.
약사가 지어 준 약으로 때워 버리려고 하지만 증상이 누그러지지 않는다. 병원에 가서야 비로소 자기의 병이 꽃가루병(화분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리 귀에는 생소하지만 꽃가루병은 의외로 많다.
꽃가루가 마치 세균처럼 병을 일으키는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꽃가루가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이른바 특이체질(알레르기 체질)을 가진 사람들에게 꽃가루는 세균과 같은 역할을 한다.
따라서 꽃가루병의 치료원은 어떤 꽃이 범인인가를 가려내서 그 꽃가루에 대해서 과민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체질로 바꾸어 주는 것이다. 이를 의사들은 탈감작 욧법이라 일컫는다.
그러나 현재 탈감작 욧법은 완벽한 치료법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불치라고 절망해서는 안 된다. 우선 증상에 따른 대증 욧법을 받으면서 끝까지 참고 견디는 정신 자세를 갖도록 한다. 많은 사람들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체질개선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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