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 속출|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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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2일 밤 미국 로스앤젤레스 뮤직·센터에서 거행된 73년도 제46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이변이 속출하는 가운데 막을 내렸다. 아카데미상은 대체로 시상식이 목전에 다다르면 수상작 및 수상자의 구체적인 윤곽이 떠오르게 마련이고 이러한 일반의 예상은 거의 적중하는 것이 상례였다. 그러나 금년도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이변은 이러한 사전의 예상이 전혀 빗나갔다는 것이다.
약 20개 부문 중 반수 이상의 부문에서 의외의 후보가 수상됐지만 10개 부문의 후보로 올라 작품상을 비롯, 적어도 5, 6개 부문에서 수상하리라던 화제의 영화 『무당』의 참패는 너무나도 예상 밖이었다.
물론 『무당』과 함께 10개 부문에서 후보로 오른 『독아』도 상당한 성과를 거둘 것이 예상됐으나 작품상은 『무당』에 돌아갈 것이 확실시됐었고 『무당』이 최다 부문 수상작이 될 것은 틀림없는 것처럼 보였었다. 결과적으로는 『독아』가 작품상을 비롯, 7개 부문에서 수상됨으로써 최다 부문 수상작이 됐고 『무당』은 겨우 음향상만을 수상하는데 그쳤다.
『독아』는 1930년대 시카고를 무대로 활약하던 2인의 도박꾼(폴·뉴먼, 로버트·레드포드)이 갱단을 상대로 일생 일대의 접전을 벌인다는 줄거리이다.
연기 부문에 있어서 예상이 그대로 적중한 것은 조연여우상의 테이텀·오닐(종이달)뿐이었다. 물론 이 부문에서도 『무당』의 린다·블레어가 경합했지만 오닐은 시종 우세를 견지했었다. 오닐은 배우 라이언·오닐의 9세짜리 딸인데 그의 수상은 아카데미상 사상 최연소 수상자로 기록된다.
남우주연상에서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의 말론·브란도와 『세르비고』의 알·파치노가 유력했으나 『그 호랑이를 구하라』의 희극배우 잭·레먼에게 돌아갔고 여우주연상에서도 『추억』의 바버러·스트레이전드와 『신데렐라의 자유』의 마더·메이슨이 경합했으나 수상자는 뜻밖에도 『계급 풍조』의 글렌더·잭슨이었다.
전에 배우를 지냈던 제작자 토니·빌과 함께 작품상을 탄 여성제작자 줄리어·필립스는 아카데미상 사상 작품상을 수상한 최초의 여성 제작자가 됐으며 주연여우상의 글렌더·잭슨은 70년『사랑하는 여인들』로 같은 상을 받은 후 이번이 두 번째. 그리고 잭·레먼은 55년 『미스터·로버츠』로 조연남우상을 수상한 바 있으나 주연상으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희극배우로서 주연상을 수상한 것도 그가 최초이다. <정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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