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 건물의 내풍 구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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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정된 토지에 늘어만 가는 인간 활동은 주어진 대지 위에 최대의 공간을 얻기 위해 건물의 초고속화를 서둘러 왔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는 이미 1백층 이상의 고층건물이 많이 섰고 마천루라는 말이 등장 한지 오래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60년대에 들어와서부터는 20∼30층의 고층 건물이 꽤 들어섰다. 초고층화가 이루어지자 설계가나 건축가들이 당면하는 난제는 바로 바람의 영향이다. 다음은 「사이언티픽·아메리칸」지와 「포춘」지 최근호의 기사를 간추린 것이다.
예전에는 고층도 아니었고 건축 자재가 돌이나 벽돌이었기 때문에 바람의 영향은 고려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건물이 높이 솟고 건축 자재가 비교적 가벼운 강철로 바뀌자 바람의 영향이 건물 자체의 존립을 좌우하게 되었다.
건축물은 세 가지의 힘을 받는다. 즉 건물 자체 하중과 고정 배치물 하중과 「엘리베이터」와 같이 움직이는 활 하중에다가 건물 벽에 수직으로 작용하는 바람의 힘이 그것이다. 자체 하중과 활 하중이 연직으로 작용하는 중력임에 비해 바람은 건물을 뒤틀고 휘거나 전단 변형이 생기고 심지어는 건물을 뒤집어엎기도 할 수 있는 외력이다.
사각형의 골조는 옆에서 힘을 가하면 찌그러지는데 이 변형은 전단 변형이라 한다. 이것을 막기 위해 대각선으로 버팀목을 해주면 두 개의 삼각형이 되어 쉽게 찌그러지지 않으며 이러한 조처를 「브레이싱」이라고 한다.
마천루의 선구로 볼 수 있는 「파리」의 「에펠」탑은 바람의 영향을 막기 위해 아랫부분을 밖으로 뻗친 4개의 기둥으로 하고 각 기둥사이에는 쌍 대각선 「브레이싱」을 하여 3백m의 위용을 지금껏 자랑하며 「파리」의 명물이 되었다.
거대한 건물에 바람이 미치는 영향은 대단히 복잡하나 세 가지로 대별할 수 있다. 첫째 전체 건물의 휨, 건물의 전복, 모든 기둥에 작용하는 전단 변형이 그것이다. 이밖에도 큰 건물 근처에서는 소용돌이 바람이 생기고 건물 사이의 좁은 공간이 「벤트리」효과를 나타내어 풍속이 빨라지고 갑자기 방향이 바뀌는 돌풍은 건물에 이중의 쏠림을 가져온다.
이러한 바람의 영향을 막기 위해서 설계자는 건물 전체를 외팔보로 생각하고 K자형 결구·「니」(knee) 버팀목·대각선 버팀목을 사용하여 해결한다.
미국의 「체이스·맨해턴·빌딩」(높이 2백44m·60층)의 경우를 보면 3천개의 대각선형 버팀목 수천개의 계판과 산형강·수백만개의 「리베트」가 사용되어 엄청난 무게의 강철과 수많은 인력이 바람의 영향을 막기 위한 강도 보강에 소요되었다.
그러자 더 높은 건물에 대한 요청과 좀 더 값싼 「브레이싱」방법에 대한 요구에 부응하여 60년대에 새로운 「테크닉」이 개발되었다. 기초는 「에펠」탑의 「디자인」을 딴것이고 「파즈루·R·칸」씨, 「마이론·골드스미드」씨가 더욱 연구하여 완성한 것이다.
이들은 건물을 거대한 상자 기둥처럼 튼튼한 벽을 가지는 중공관으로 짓자는 것으로서, 버팀목을 댄 「튜브」형 구조이다.
이렇게 지은 건축물은 모든 수평 외력을 견딜 수 있는 견고한 외팔보처럼 작용하고 따라서 내부에 설치하는 버팀목「브레이싱」을 극도로 줄일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지은 마천루로는 「시카고」에 1970년까지 완성한 1백층짜리 「존·핸코크·센터」이다. 이밖에도 1백10층짜리 「월드·트레이드·센터·빌딩」이 「뉴오크」에 세워졌다.
현재까지 세계 최고의 「빌딩」역시 이 방법으로 지어진 것으로서 70년「시카고」에 세운 높이 4백42m의 「시어·뢰베크·빌딩」이다.
우리 나라의 고층건물 건설 전망에 대해 서울 공대교수 김형걸 박사는 『강철로 제조되는 특수 자제가 없고 시공 기술이 선진국에 뒤진다』고 지적하고 『이 두 가지만 뒷받침된다면 설계상에 어려운 점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운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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