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결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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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자동차에는 두 가지「타입」이 있다. 『달리는 흉기형』과『달리는 관형』이라고나 할까.
『달리는 관형』은 미국에 많다.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 중에 보행자는 20%밖에 안 된다. 대개가 차끼리의 충돌로 죽는 것은「드라이버」들이다.
『달리는 흉기형』은 일본에 많다. 여기서는 사망자의 49%가 보행자들이다. 그렇지만 그 어느 형에 속하든 사고의 원인은 주로「드라이버」에게 있다고 본다.
달리고 있던 차의 앞바퀴가 갑자기 뒤뚱거린다. 「드라이버」는 용케 차를 멈춘다. 덕분에 출근이 늦어진다. 이런 때 사람들은 재수가 나쁘다고 한다. 사실은 천우신조의 행운인 것이다.
「랠프·네이더」의 보고에 의하면 지난 4년 동안에 1천2백만 대의 미국 차에서 결함이 발견되어 회수되었다 한다. 실로 이 동안에 생산된 거의 38%나 되는 숫자이다.
소비자보호에 앞장서고 있는「컨슈머·리포트」지도 지난 69년에 새로 나온 차들을 검사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어느 차에나 평균 36개의 부분에 결함이 있음이 드러났다.
차의 결함 중에서 가장 무서운 게「브레이크」부분이다. 자동차는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해서 당장에 그 자리에서 멈추지는 않는다. 「브레이크」를 밟아야겠다고「드라이버」가 순간적으로 생각하고 난 다음에 실제로「브레이크」를 밟기까지에는 적어도 0.5초라는 반사시간이 걸린다. 이 사이에 시속 40㎞의 차는 이미 5.5m를 나가고 있다.
「브레이크」를 밟은 다음에도 차가 실제로 멈추기까지에는 6내지 10m를 더 달린다. 합계 12내지 16m나 걸리는 셈이다. 고속도로를 8㎞를 달릴 때에는 적어도 60m를 지나야 차는 멈추게 된다.
따라서 만일 제동장치에 사소한 결함이라도 있다면 이 제동거리는 더욱 늘어날게 틀림없다고 더욱이 도로사정이 좋은 편이 아닌 우리의 경우에는 사정이 더 나빠진다.
좋은 포장 면에선「타이어」의 접지면적이 넓다. 그러나 나쁜 노면에선「브레이크」의 효율은 훨씬 떨어지게 마련이다. 같은 차라도 미국에서보다 한국에서 접촉사고율이 더 높은 것도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치안국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국산 자동차의 제동장치는 결함 투성이다. 「브레이크」고장으로 인한 사고는 60%가 넘는다 한다.
미국산에도 결함이 많으니 국산차인들 별수 있겠느냐고 보면 그만이다. 『기업에 있어서의 자유경쟁이 소비자 보호의 최선의 길이다.』 「닉슨」대통령조차 이런 궁색한 변명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자동차 계에서는 자유경쟁의 혜택을 소비자들이 받지는 못하고 있다. 또한 다른 나라에서처럼 결함 차라고 회수되는 일도 없다.
그저 차가 달리는 것만도 신통하고 고맙다고 여기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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