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부터 치매까지…노인 환자 위한 알약의 진화 ‘구강붕해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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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시작된 ‘노인’열풍이 올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고령의 남성배우들이 배낭여행을 떠나는 한 방송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시작된 열풍은 고령의 여성배우들의 에피소드를 다룬 프로그램과 기존 프로그램의 시즌2 제작까지 이어지고 있다. 고령 출연자들의 좌충우돌 여행기를 다룬 이 프로그램은 다양한 캐릭터와 에피소드를 통해 ‘노인’에 대한 신선한 시선과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한편, 여행 과정에서 보여지는 다양한 에피소드 가운데 출연자들이 자기 전 한 움큼의 약을 꼬박꼬박 챙겨먹는 장면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노인’의 모습이기도 했다. 한 손에 겨우 담은 엄청난 알약의 개수에서 젊은 시청자들은 재미를 위한 설정, 혹은 과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고령의 노인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수 있는 장면이었을 것이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들이 복용하는 약물의 개수는 평균 7개로 나타날 정도로 고령 환자들의 복약 부담은 높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음식을 먹고 삼키는 기능, 즉 연하(嚥下) 기능도 퇴화하기 때문에 많은 수의 약을 삼키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노인 환자들이 많다.

많은 알약의 개수뿐만 아니라, 정해진 시간과 규칙에 맞추어 꼬박꼬박 약을 먹어야 한다는 점도 불편함으로 꼽힌다. 다수의 고령 환자들이 앓고 있는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은 완치보다는 증상을 조절하고 평생 관리하는 것이 치료의 목표인 만큼, 꾸준한 복약 순응도를 유지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노인 환자의 42%가 복약 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고, 가장 큰 이유가 ‘깜박 잊어버려서’로 나타날 정도로, 정확한 때와 방법에 맞춘 약 복용 방법이 환자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노인 환자들의 이러한 복약 부담을 줄이고 순응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고자 탄생한 제형이 바로 구강붕해정이다. 이 제형은 약의 유효성분이 입 안에서 용해되어 물 없이도 복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특수제형으로, 입 안에서 쉽게 녹기 때문에 복용해야 하는 약의 개수가 많은 노인 환자들의 불편함을 줄여준다. 또한 물 없이도 투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복약이 생각났을 때 바로 약을 먹을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구강붕해정의 특징을 살려 고혈압, 치매와 같은 다양한 노인성 질환에서 구강붕해제형이 개발되어 고령 환자들의 복약 편의를 높이고 있다.

대표적인 녹여 먹는 고혈압 치료제 ? 한국화이자제약 ‘노바스크 구강붕해정’
고혈압은 우리나라 60세 이상 인구의 절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이다. 고혈압은 뇌졸중, 심근경색과 같은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로 꼽히는만큼, 고혈압을 앓고 있는 고령 환자라면 꾸준한 복약을 통한 관리와 주의가 매우 중요하다.

고령 환자를 위한 대표적인 구강붕해형 고혈압 치료제로는 한국화이자제약이 올해 새롭게 선보인 ‘노바스크 구강붕해정(ODT)’을 꼽을 수 있다. 15년 째 국내 고혈압 치료제 중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는 노바스크(성분명 암로디핀 베실산염) 가 국내에서는 고혈압 치료제 최초로 구강붕해제형으로 출시된 것이다. 이에 따라 고령 환자를 포함해 연하기능이 저하되어 있는 뇌졸중 환자, 수분섭취에 제한이 있는 환자, 외부 활동이 잦은 환자 등 다양한 고혈압 환자들의 복용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노바스크 구강붕해정은 기존의 경구용 제제와 동일한 효과와 안정성을 입증하여, 1일 1회 투약으로 24시간 동안 활동혈압 관리가 가능하며, 특히 뇌졸중의 주요 예측인자인 혈압변동성을 효과적으로 낮춘다.

식전 입안에서 간단히 녹여 식후 혈당 관리 ? 한미약품의 ‘보글리아 OD정’
당뇨병 역시 매시간 혈당 조절이 필수적인 만성질환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과식, 운동 부족, 스트레스 증가 등으로 인해 유병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60세 이상 고령 인구의 1/5 가량이 앓고 있다. 당뇨병은 심혈관계 합병증을 불러올 뿐만 아니라, 망막합병증으로 인한 실명, 신경합병증으로 인한 하지 절단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야기하기 때문에 반드시 꾸준한 관리가 요구된다.

한미약품의 ‘보글리아 OD정(성분명: 보글리보스)’은 당뇨병 환자의 복약순응도 향상을 위해 출시된 대표적인 구강붕해 당뇨병 치료제다. 보글리아 성분의 경우 다른 당뇨병치료제나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약과 함께 복용하는 비율이 98%에 이를 정도로 병용요법이 보편화 되어 있는 반면, 약물 간 투약시점과 복용횟수 등이 달라 환자들이 큰 불편을 겪어 왔다. 보글리아 OD정은 물 없이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여러 가지 약제를 복용하는 당뇨병 환자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하루 한번 녹여 먹는 치매 치료제 - 한국에자이 ‘아리셉트 에비스’
뇌 정신질환의 일종인 치매는 인지기능의 장애로 인해 환자뿐만 아니라 환자를 돌보는 가족이나 보호자에게도 부담이 큰 질환으로, 실제로 치매 환자를 둔 가족이나 보호자의 30%가 환자의 세수나 목욕, 식사와 같은 기본적 일상생활을 돕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치매 환자들 중에는 연하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점 역시 보호자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인지기능이 저하된 치매 환자는 복약을 잊어버리기 쉽고, 연하장애를 앓고 있는 경우 투약이 제대로 됐는지를 확인하는데도 시간이 소모된다. 한국에자이가 개발한 구강붕해형 치매 치료제 ‘아리셉트 에비스(성분명: 도네피질)’은 1일 1회 취침 전 간편히 녹여먹음으로써 인지기능 소실을 효과적으로 저해시킬 수 있다.

고령환자들의 복약편의성 높인 구강붕해정, 환자를 위한 맞춤 의학으로 바라봐야
고령 환자들의 신체 기능을 고려한 구강붕해제형은 환자들의 복약 편의성과 순응도를 높였다는 측면에서 각광받고 있지만, 환자 개개인을 위한 맞춤 의학의 한 발전 형태라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크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용진 교수는 “구강붕해제형은 고혈압과 당뇨 등 고령 환자들에서 유병률이 높은 만성질환의 관리에 있어서, 고령 환자들을 고려한 새로운 접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특히, 최근 출시된 고혈압 구강붕해제형을 통해 고혈압 환자들은 기존 약제의 효과는 그대로 누릴 수 있으면서, 보다 쉽고 편하게 약을 복용할 수 있어, 장기간 효과적인 질환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설명했다.

평균수명이 지속적으로 늘어가는 백세 시대를 맞아, 구강붕해정을 비롯한 다양한 치료 제형의 출시는 앞으로 더 많은 환자들이 누릴 수 있는 편리한 치료 옵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나경 기자 nk.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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