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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승천, 안방서 고개 숙인 맨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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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선덜랜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에서 최후에 웃은 자는 기성용이었다. 1, 2차전 합계 3-3 무승부 끝에 선덜랜드가 승부차기에서 맨유를 2-1로 누르고 캐피털원컵 결승에 올랐다. [맨체스터 AP=뉴시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 올드 트래퍼드에는 ‘The Theatre of Dreams(꿈의 구장)’라는 문구가 크게 새겨져 있다. 하지만 23일(한국시간) 그곳은 악몽의 극장이 됐다. 맨유는 잉글랜드 프로축구의 약체 선덜랜드에 덜미를 잡히며 캐피털원컵(리그컵)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맨유를 무너뜨린 주역은 기성용(25)이었다. 선덜랜드는 지난 8일 홈에서 열린 4강 1차전에서 2-1로 맨유를 꺾은 바 있다. 그때도 기성용은 풀타임 출장하며 중원에서 제 몫을 다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2차전에서 기성용은 침착한 패스로 연장 후반 14분 동점골을 어시스트했고 승부차기에서 결승골을 성공시켰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23일 올드 트래퍼드에서 비장한 심정으로 승부차기에 임하고 있다.

 1차전을 이긴 선덜랜드로서는 비기기만 해도 결승에 진출할 수 있었다. 맨유도 양보할 수 없는 경기였다. 퍼거슨 감독이 물러난 후 맨유는 프리미어리그 7위(11승4무7패)에 처지며 내년 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는 물론 유로파컵 출전마저 불투명해졌다. 리그컵에서라도 우승을 차지해 체면을 세우고, 유로파리그 출전권을 확보해야 했다. 전·후반 90분은 에반스의 선제골을 잘 지켜낸 맨유가 1-0으로 앞선 채 끝났다. 1, 2차전 합계 2-2가 돼 승부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경기 종료 1분여를 남겨둔 연장 후반 14분 기성용의 어시스트로 선덜랜드 바슬리가 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맨유는 종료 직전 에르난데스의 골로 1, 2차전 합계 3-3을 만들어냈다.

 승부차기에서 희비가 갈렸다. 기성용은 승부차기 1-1에서 네 번째 키커로 나서 결승골을 뽑아내며 승리를 이끌었다. 승부차기는 2-1로 끝났다. 10명의 키커 중 3명만 골을 성공시켰다. 이로써 선덜랜드는 1984~85 시즌 이후 29년 만에 리그컵 결승에 진출했다. 기성용은 스완지시티에서 뛰던 지난해에도 캐피털원컵 우승에 기여했다. 2년 연속 캐피털원컵 결승 진출이다. 거스 포엣(47) 선덜랜드 감독은 “기성용은 행운의 부적”이라며 칭찬했다.

 기성용은 최근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기성용은 지난 시즌 92.7%의 패스 성공률로 프리미어리그 최고를 기록했다. 이 정도로 정확성을 보였던 선수는 폴 스콜스 정도였다”며 칭찬했다. ‘후스코어드닷컴’에 따르면 맨유와 준결승 2차전에서도 기성용은 73번 패스를 시도해 93%의 성공률을 보였다.

 기성용의 활약이 이어지면서 원소속팀 스완지시티는 놀림거리가 되고 있다. 영국 축구전문매체 팀토크닷컴은 ‘기성용을 선덜랜드로 넘긴 스완지시티는 미쳤다’는 도발적인 제목의 기사에서 “중앙 미드필더가 많다는 이유로 기성용을 임대한 미카엘 라우드럽 감독의 결정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기성용은 스완지시티에서 뛰던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29경기에 출전해 득점 없이 도움만 2개 기록했다. 올 시즌에는 좀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며 프리미어리그 18경기에서 2골 1도움을 올리고 있다.

 그의 가파른 상승세는 새해 들어 더 두드러지고 있다. 올해 1월 이후 기성용은 팀이 치른 6번의 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했으며, 그중 5차례나 풀타임을 뛰었다. 팀 성적도 좋다. FA컵에서는 32강 진출에 성공했고, 리그컵에서는 우승에 도전하게 됐다.

프리미어리그에서도 1승1무1패를 거두며 강등권 탈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 선덜랜드는 4승6무12패로 20개 팀 중 19위지만 강등권에서 벗어나는 17위 풀럼과 승점 1점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선덜랜드는 다음 달 2일 맨체스터시티와 잉글랜드 축구의 성지 웸블리 구장에서 결승전을 치른다. 이 경기는 JTBC가 생중계할 예정이다.

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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