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수영횡단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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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아마존」강 상류에 자리잡은「페루」의「이키토스」란 곳에 이르니 장마로 강물이 불어서 흙탕물이 도도히 흘러내리고 있다. 「정글」지대는 물을 마음껏 머금고 자랐는지 더욱 무성하다. 먹구름들이 하늘을 날다가 햇빛이 비치면 물에 번진 숲들이 반짝이는 것이 그지없이 신선해 보인다. 그런데 끝없이 펼쳐진 푸른 양탄자라 할 짙푸른「정글」위에 놀랍게도 정녕 영롱한 무지개가 떠 있지 않은가.
세계에서 가장 원시적이라고 하는「아마존」「정글」위에 뜬 무지개이기에 유독 색달라 보인다. 무구하기 그지없는 이「정글」의의 무지개는「고흐」의 그림에서나 볼 수 있는 원색적인 빛깔이다. 이 무지개는 고스란히 태고 적에 창조자가 푸른「캔버스」에다 그린 최초의 자주화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강렬한「판타지」를 자아린다.
「아마존」위의 무지개가 이렇듯 선명한 까닭은 적도의 강렬한 햇빛과 아울러 먼지가 털끝만큼도 끼지 않은 순수한 하늘에 뜨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절로 대자연이 위대하다는 찬탄이 흘러나온다. 문호「칼라일」은 이 세계의 자연미는 그대로「신의 의상」이라고 노래했는데 이를 두고 한 말이 아닐까. 「아마존」강에 뜬 무지개를 요행히도 볼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미의 여신「비너스」의 조화인지도 모른다.

<악어 밥 된다 수영만류>
이「이키토스」까지 함께 온 외국여행가(독일과「아르헨티나」사람들)들과「보트」를 타고「정글」을 살펴보기로 했는데 하류와는 달리 그리 무성한 편은 아니나 오만가지 새들이며 곤충들이 태고의 노래를 읊조리는가 하면「정글」속의 숲을 흔들며 짐승들인가가 달리기도 한다. 「정글」을 살피는 것도 흥미 있는 일이지만 이 상류에서 수영을 해보는 것도 뜻 있는 것 같아 여러 여행가들에게 함께 대안까지 헤엄치는 것이 어떠냐고 했더니, 모두들 펄쩍 뛴다.
그럴밖에 없는 것이 지금은 2월초여서 장마철이라 물이 불어 물살이 센데 다가 2㎞나 되는 너비의 강을 건널 재간이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 강엔 사람을 잡아먹는 살인어라 할「피라니아」란 무서운 물고기며 악어가 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내가 단독으로라도 건너보겠다고 했더니, 그러다가 악어 밥이나 되면 어쩌려구 그러느냐고 말린다.
그러나 나는 이들의 만류를 듣지 않았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자나깨나 그리던 이「아마존」을 답사하면서 이 강물에서 헤엄을 치지 않고서는 어찌「아마존」강을 보았다고 하랴.
그래서 곧 물고기며 악어가 싫어한다는「나놀린」이란 끈적끈적한 약을 구해서 온 몸에 바르고 건너기로 했다. 그제 서야 여러 여행가들은 더 말릴 수 없는지 독일 사람인「루츠」씨는『당신이 정 헤엄쳐 건너겠다면 우리들이「보트」를 타고 보호해 드리리다』하며 단도를 준비했다.

<약발라 살인어 쫓고>
이리하여 나는「팬츠」만을 걸친 채 텀벙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고 다섯 명의 여행가는「보트」에 타고 내 뒤를 따랐다. 나는 자랑이 아니라 인천에 오래 살면서 단련한 수영의 솜씨가 있는지라 2㎞쯤의 강은 문제가 없으나 한참 헤엄쳐 갔더니 물살이 어찌나 센지 자꾸 떠내려가는 바람에 여간 힘들지가 않다. 모두들 지금이라도 중지하고「보트」에 어서 올라타라고 하지만 그럴 수도 없다.
강의 중간쯤 헤엄쳐 갔을 때였다. 「피라니아」라고 생각되는 물고기가 깨물려고 달려드는지 자꾸 스쳤으나 아마도 독한 약 냄새 때문인지 달려들지 못한다. 그러나 혹 약이 물에 다 씻겨 그놈의 살인어「피라니아」나 악어가 달려들었다가는 목숨을 잃는 법인데 슬그머니 걱정이 안 되는 것은 아니나 이상한 힘이 솟구쳤다. 작년에 돌아가신 내 아버지를 생각한 것이다. 『네가 그처럼 하고 싶어하는 탐험여행을 관철해야 한다. 내가 여기서 보호를 해줄 테니 염려 말아라. 어서 저 맞은편까지 가야 하느니라』하고 충고해 주는 듯한 환각을 느끼었다.

<환각 속에 선친이 격려>
죽은 아버지가 아들「햄리트」에게 이야기해 주는 것과도 같다고 나 할까. 나는 속으로 아버지를 되뇌며 기를 쓰고 헤엄쳤다. 이때 여러 여행가들이 내게 헤엄을 그만 두라는 말을 했는지 모른다. 나는 오직 아버지의 말씀에 인도되어 흙탕물을 꼴깍꼴깍 마시면서까지 물살을 헤치며 달렸다.
드디어 대안에 이르렀을 때 기진맥진하여 겨우 흙을 붙들자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순전히 아버지의 비호를 받고 2㎞나 되는 강을 무난히 건넜기 때문이다.
이때「보트」에 타고 따라온 여러 여행가들의 입에선 일제히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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