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소매치기 피해자 집념의 추적 9일|외면 당한 고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일수로 빌린 장사밑천 17만원을 소매치기 당한 한 시민이 연9일 동안 끈질긴 추적 끝에 5인조 치기배일당을 두 번이나 잡고 세 번이나 경찰에 신고했으나 그 때마다 경찰의 무성의로 범인을 놓치고 피해자는 두 차례에 걸쳐 소매치기일당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지난12일 상오10시40분쯤 서울 성동구 행당동 산8앞 입석「버스」정류장에서 일수로 빌린 장사밑천17만원을 현금으로 가지고「버스」를 탔던 정봉만씨(34·인천시 숭의동127·잡화상)는 한 정거장 지난 행당동「버스」정류장에서 돈을 소매치기 당했다.
정씨는 왼쪽 뺨에 3㎝가량의 흉터가 있는 30세 가량의 청년이 그의 돈을 빼내「버스」에서 뛰어내리는 것을 발견,『도둑이야』소리치며 뒤따라가 간신히 붙잡았다.
그러나 이 때「버스」에서 같이 내린 30세 가량의 청년4∼5명이 정씨를 포위, 목을 비틀고 손가락으로 눈을 찌르며 정류장 앞 신문판매대 옆에 놓였던 나무의자로 정씨의 온몸을 난타하는 등 폭행을 가해 놓치고 말았다.
정씨 주위에는 20명 가량의 행인들이 있었지만 괴한들이 나무의자와 깨진 병을 마구 휘두르는 바람에 겁에 질려 쳐다만 본 채 누구 한 사람 말리려 들지 않았다는 것.
정씨는 11시20분쯤 약1백50m쯤 떨어진 성동 경찰서를 찾아가 신고했으나 경찰은 정씨의 얘기만 듣고 돌려보냈다.
정씨는 다음날인 13일 상오7시에 인천에 있는 집을 나와 하오7시까지 서울역에서부터 한양대 앞까지「버스」를 타고 하루9∼10번씩 왕복하며 승객가운데 끼여있을 듯한 범인을 찾아 나섰다.
이렇게 찾기를 7일간. 19일 하오2시30분쯤 성동구 신당동 용곡파출소에서 10m가량 떨어진 입석「버스」정류장에서 소매치기 범인인 흉터 청년동 일당 5인조를 발견, 그중 흉터청년을 뛰어가 붙잡았으나 청년들은 정류장 앞 대동 철재상사(성동구 신당1동250)에 뛰어들어가 길이 1m가 넘는 쇠막대기를 집어들고 마구 휘두르며 정씨의 어깨와 허리·얼굴 등을 후려쳐 정씨는 입술과 입안이 2㎝나 찢어지고 허리·어깨등 10여 군데에 타박상을 입고 쓰러졌다.
목격자 김세원씨(25·대동철재상사 직원)는『5명의 청년이 떼지어 정씨를 포위하고 집단 구타하는 광경을 보았다』고 말했다.
정신을 차린 정씨는『도둑이야』소리치며 청년들을 1㎞쯤 추적하다가 기운이 지쳐 하오3시20분쯤 성동경찰서 당직 김모 경사에게 두 번째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서에서는『담당형사가 없으니 6시쯤 오라』고 돌려보냈다. 정씨는 하오6시30분쯤 다시 경찰서로 갔으나 담당경찰은『일이 바쁘니 20일 아침에 다시한번오라』고 말하며 또 그냥 돌려보냈다는 것.
정씨에 따르면 범인4명은 말쑥한 신사복 차림에「넥타이」를 맸으며 1명은 검정색「바바니·코트」를 입은 미끈하고 건강한 청년이었다 한다.
▲성동 경찰서 김영두 수사 과장의 말=아직 자세한 보고를 받지 못했다. 진상을 조사해 범인을 검거, 피해자의 권익을 되찾아 주도록 노력하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