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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활기 되찾는 연변의 상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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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하철 종로선 완공을 앞두고 지하철 양쪽 변의 상가가 3년만에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한때 사양의 거리로 무거운 경기침체 속에 휴·폐업이 속출했던 종로∼청량리간의 지하철 연변 상가는 이제 새로운 경기를 맞을 채비에 한창이다.
3년전 지하철 공사가 착공되면서 종로선 주변은 백화점에서부터 구멍가게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타격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모든 상가가 침체된 경기에 허덕였다. 이들의 피해액수가 정확히 얼마냐하는 것은 산출해 내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각 업계별로 수입이 평균 절반이하로 떨어진 것은 틀림없는 사실.
우선 연변에 있는 화신·신신· 세운상가· 대왕코너 등 백학점이 각각 60∼80%정도 고객을 잃었다고 말하고 있다. 신신의 경우 공사가 착공된 72년 가을부터 고객과 수입이 다같이 80%쯤 떨어졌다(이상하 전무의 말).
우선 백화점 문 앞에 산더미 같은 흙이 쌓이고 24시간 굴착기 소리가 요란해 이 지역 통행인구가 50∼60% 떨어졌다. 한때는 30여 점포가 나가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화신의 경우도 고객의 70%쯤이 명동으로 빠져나갔다고 분석했다.
경기침체는 큰 업체 뿐 아니라 식당· 양복점· 식품점, 심지어는 구멍가게에도 들이닥쳤다. 신설동에서 구멍가게를 하는 윤민석씨 (52)는 공사 전에는 하루 매상고가 1만3천원 정도였으나 요즘은 5천원 벌기도 힘든다는 것.
이밖에도 지하철연변의 다방20여군데가 휴업을 했으며 코피 값을 10원씩 내려 40원씩 받는 등 한마디로 상인들은 고육책을 쓰지 않으면 안됐었다.
경기침체 말고도 지하철 연변가옥은 공사로 집에 금이 가고, 지반이 내려앉는 등 거의 대부분이 건물자체의 피해를 입었다. 청량리 성 바오로병원의 경우 부속건물 20여군데와 바닥에 금이가, 응급실 이부를 폐쇄하지 않으면 안됐었다.
서무과장 강의순씨(35)에 따르면 유리창이 1백50장이나 깨지고 응급환자 40%, 일반환자 25%이상이 줄어들어 경영 뿐 아니라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에 큰 타격을 받았다는 것.
종로∼청량리간의 경기불황을 틈타 크게 재미를 본 곳은 천계천 변과 을지로·명동의 상인들. 이는 교통의 잇점 때문에 찾아온 어쩔 수 없는 상역권의 변동이었지만 당분간 종로선이 남의 경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장인들은 종로통의 상거래 중 약 반쯤이 명동·을지로·청계천으로 갔다고 보고 이 고객들이 다시 종로를 찾기에는 6개월∼1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종로선의 3년에 걸친 경기침체도 이게 지하철완공을 앞두고 아물어가고 장인들은 백화점에서 구멍가게이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희망에 부풀어있다. 소위 지하철 붐을 기대하고 있다. 그 중에도 특히 9개의 정류장 일대가 더욱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지하철의 동쪽 종착역이며 시발점인 청량리 D코너는 2백50만 동부서울시민생활권의 핵이 된다는 모토를 내걸고 치밀한 고객유치작전을 꾸미고 있다.
D코너는 지하철 종점을 본관 지하실과 연결시켜 1일 평균 통행예상수인 30만명 가운데 최소한 20만명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1억원을 들여 4월말까지 건물을 크게 수리한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점포가 지난 3월말에 모두 임대 계약됐으며 요즘은 지금까지 인기가 없었던 사무실을 찾는 사람이 빗발치고 있다는 것.
제기동 정류장 바로 앞에 있는 오남약국 주인 이택균씨(35)도 이제 좀 경기가 나아질까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이씨는 그동안 공사로 리어카와 자전거가 유리창을 6장이나 깨고 공사는 지반이 5㎝쯤 내려앉아 30여만원의 피해를 입고 월평균 수입도 3분의 1쯤 줄었었지만 이제 지하철이 개통되면 문 앞으로 수많은 사람이 오갈 테니 경기도 지금의 배쯤 되지 않겠느냐는 것.
종로5가와 동대문시장의 상인들도 이곳이 돈암동∼의정부쪽으로 나가는 교차로가 돼 크게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동대문시장에서 피복상을 하는 고인균씨(45)는 지금까지 공사 때문에 수입이 3분의1쯤 줄었으나 이제 지하철이 개통되면 근처에 다시 가게 하나를 더 장만, 한몫 잡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종로5가 일대의 20여개 종묘상들도 이제 앞길에 쌓였던 공사장 흙이 치워짐에 따라 생기를 되찾고 있는데 역시 교차로라는 점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한편 지금까지 보합시세에 묶여 침체를 면치 못했던 부동산 매기도 서서히 활기를 띠고 있다. 부동산 관계는 시내보다 청량리 등 변두리가 더 활발한 듯. 이것은 청량리에서 서울역까지 48분밖에 안 걸린다는 점이 심리적으로 많은 작용을 한 것으로 시내의 상인이나 주민 등이 청량리일대를 많이 찾고 있다.
미진복덕방 (동대문구 청량리동317) 주인 이상덕씨(54)에 따르면 청량리 일대의 땅값은 올들어 평균 30∼50%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실제매매는 활발하지 못한 편이며 로터리 도로변은 거의 경직상태라는 것. 소유주들은 평당 2백∼2백50만원을 홋가하고 있으나 매매는 간혹 이루어질 뿐 아직은 활발치 않다는 것.
상가 뿐 아니라 이곳 주택가의 전세금도 50%올라 지하철 종점에서 5백m쯤 떨어진 전농동· 제기동 등의 시세는 평당 10∼15만원을 부르고 있다.
이밖에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일단 버스를 한번 타고 와야할 휘경동·석관동·이문동 등지의 땅값 시세도 지금으로서는 뚜렷한 움직임이 없지만 관계자는 해빙과 함께 상승할 것으로 점쳤다. <신종수 기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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