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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불·이의 정치위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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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영·불·이 등 서구의 주요자유국가들이 다수당 없는 총선 결과와 내각 총 사퇴 등으로 2차대전 후 전례 없는 거의 동시적인 큰 진통을 겪고 있다. 이들 3개국의 현 난국은 각기 정도의 차는 있을 망정, 물가고와「인플레이션」·「에너지」위기·국제수지악화·노조의 파업사태 등 경제문제에서 비롯된 정치위기라는 데서 그 공통된 특성을 찾아 볼 수 있다. 서독도 노조조직의 경영 참여문제를 에워싸고 사민당·자민당 연립정권 안의 이견과「브란트」수상의 동방정책에 대한 비관적 재평가로 영·불·이와는 성격이 다른 내정난조에 직면하고 있다.
이들 구주 주요 국들의 정치위기 극복여하에 따라서는 구주협조체제의 전도 뿐 아니라 국제정치상황과 세계경제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 명약관화한 일이다.
「프랑스」는「메스메르」수상의 제3차「실천형 내각」조각으로 일단 불협화음을 극복하고 물가고와「에너지」위기에 단합된 힘으로 대처해 나갈 태세를 갖추긴 했지만, 이것은 오히려「프랑스」의「이단적」인 독자정책추구를 가일층 강화하게 됐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국제통화·「에너지」위기극복·구공시 공동보조에 있어 험난한 전도를 예시해주는 것이다.
한편 영국에서는 노동위기가 몰고 온 경제문제의 해결에『단호히』대처하기 위해 국민의 강력한 신임을 받으려던 총 선에서 집권당이 패함으로써, 오히려 양당제도의 근본을 뒤흔들어 놓는 전후최대의 정치위기마저 초래한 감이 없지 않다. 간신히 노동당의 단독「소수파내각 이 성립케 되었지만, 원내안정이 확보될 총선 재 실시까지는 상당기간동안 불안정을 면키 어렵고, 따라서 쾌도난마의 정책수행전망도 암담해 졌다.
또「이탈리아」에서는 전후 30년 사이에 제 35대 내각인「루모르」수상의 4개 정당 연립정부가 경제침체·국제통화문제의 이견·석유구입에 따른 부정 등으로 총 사퇴하고 다시 조각에 착수했다.
경제문제가 유발한 이들 3개국의 정치위기가 정치지도력 개편으로, 부분적으로 수습된다 하더라도 우선은 자국이익위주의 문제해결에 역점을 둘 것이기 때문에 다변 협조가 긴급하게 요청되는 제반 국제정세문제의 처리에 있어서는 그 전망이 어둡다 하겠다.
영·불·이 선진공업국들이 저마다 안고 있는「인플레이션」과「에너지」위기 및 노동문제 등은 정권의 약체화를 초래함으로써 반사적으로 경제적 위기타개에 적신호를 올리고 있지만, 그것은 경제문제의 해결을 떠난 딴 각도에서도 위험신호가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상황은 무엇보다도 구주 안보협조회의와 구주 상호균형병력감축 협상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 일치 단결된 보조가 요청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결속의 이완이나 불협화를 가중시킬 것이 우려된다. 뿐만 아니라 석유위기가 몰고 온 각국의 경제사정 악화는 미군 주둔 비 충당협상 뿐만 아니라 구주국가들 자체의 방위 비 지출전망에도「브레이크」를 걸어 동서 안보체제의 균형을 잃게 할 우려가 없지 않다.
경제위기에 곁들인 정국 혼미상황에서는 극좌·극우세력의 등장도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또 하나의 불안을 안겨다 주는 요소라 하겠다. 민주정치의 기반이 굳건한 영·이·불이긴 하지만 정국안정 속에 탁월한 정치지도력의 발휘로 난국타개의 실마리가 잡힐지 두고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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