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사회복지에 더 힘쓰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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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교인 수를 늘리기보다는 사회의 그늘에 묻혀 지내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푸는 일에 더 많은 열정을 쏟겠습니다."

지난 1일 대한성공회 최고 책임자인 제6대 관구장에 취임한 정철범(丁哲範.63)대주교는 1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렇게 말했다. 그는 또 1970년대 이후 민주화.인권 운동 등에 앞장 선 성공회의 전통을 살려 앞으로도 사회복지 분야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1890년 영국인 선교사 존 코프(한국명 고요한) 주교에 의해 설립된 대한성공회는 현재 1백50개 교회와 6만여명의 신자를 두고 있다. 영국 켄터베리 관구에 속해 있었으나 92년 독립 관구로 승격됐다.

성공회의 영향력은 그 규모에 비해 상당하다. 70년대에는 도시산업선교센터를 운영하면서 노동자들의 권익을 대변했으며 지금도 성공회 성직자 2백여 명중 3분의 1 가량이 사회선교에 몸담고 있을 정도로 사회참여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丁대주교도 개인 영혼의 구원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구제도 교회의 사명이라는 입장이다. 그래서 그는 "최근 우리나라의 매춘 실태를 전한 언론 보도에 충격을 받았다"며 "다른 분야의 개혁보다 도덕성을 바로 세우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성공회의 교회일치운동과 민주화 운동에서 늘 주도적 역할을 맡아왔던 丁대주교는 성공회대 설립의 초석을 마련한 인물 중 한 하나로 학구적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의 관구장 취임은 97년 제4대 관구장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 당시는 관구장의 임기가 2년이었으나 현재는 정년(65세)까지 할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뀌었다.

丁대주교는 북한 핵문제와 미국과 이라크의 갈등과 관련, "전쟁은 광적인 행위"라며 "미국 중심으로 움직이는 전쟁은 어떤 일이 있어도 일어나서는 안 되며 평화를 세우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고 신앙인의 자세"라고 강조했다.

연세대 신학과와 미국 샌프란시스코 신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71년에 사제 서품을 받았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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