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사설] 사관(史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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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유명한 비트겐슈타인의 ‘오리-토끼 그림’(오른쪽 사진)을 떠올려보자. 오리로 보는 사람과 토끼로 보는 사람, 누가 맞을까. 동일한 사물을 놓고서도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볼 수 있다. 직관적으로 사물을 판단하는 생각의 차이 때문이다.

 사관은 동일한 과거 사건에 대해 해석하고 설명하는 관점 또는 가설을 말한다. 역사는 역사가의 관점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해석된다. 실증주의사관, 유물사관, 식민사관, 민족주의사관 등은 모두 역사를 보는 관점을 의미한다. 역사를 어떤 요인에 따라 해석하느냐에 따라 동일한 사건이라도 전혀 다른 원인과 결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역사가의 해석에 따라 과거를 돌아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객관적인 역사는 불가능할까.

 독일 역사가 랑케(1795~1886)는 사료(史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사료에 충실하면서 어떤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끝까지 객관적인 입장에서 역사를 서술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역사가는 그 사실을 알리는 역할만 해야 한다는 랑케의 주장은 근대 역사학의 기초가 됐다.

 하지만 사료조차 객관성을 입증하기 어렵거나 서로 다른 주장을 담고 있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완전히 객관적인 역사 서술은 불가능할지 모른다. 역사를 바라볼 때 주의해야 할 것은 사관이라고 하는 이론이나 가설이 어떤 요인을 ‘유일한’ 원인으로 간주해 설명하기 쉽다는 점이다. 그럴 경우 사관은 올바른 역사 인식을 그르치는 한낱 ‘도그마’가 되고 만다. 객관적 사실을 확인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눈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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