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치 테러' 걱정, 탈출계획 따로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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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겨울올림픽을 2주 앞둔 소치 하늘에 테러의 먹구름이 드리웠다. 러시아 정부는 철통 보안을 장담하고 있지만 테러에 민감한 미국은 안절부절못한다.

 소치와 가까운 북부 캅카스 지역 이슬람 반군들의 테러 위협은 강도를 더해 가고 있다. 이 지역의 한 이슬람 무장세력은 19일(현지시간) 웹사이트에 동영상을 올려 최근 볼고그라드에서 일어난 연쇄 자살폭탄 테러가 자신들이 저지른 일이라고 주장했다. 볼고그라드에선 지난해 12월 29·30일 기차역과 시내 트롤리 버스에서 자폭 테러가 발생해 34명이 숨졌다. 이 테러가 자신들 소행이라고 나선 단체는 처음이다. 동영상에선 2명의 남성이 러시아어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 올림픽이 열리게 되면 전 세계에서 흘린 무고한 무슬림들의 피에 대한 선물을 당신에게 줄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곳에 가는 여행자들에게도 선물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7월 북캅카스의 체첸 계열 반군 지도자 도쿠 우마로프가 “올림픽 저지를 위해 모든 화력을 동원하라”고 명령한 후 소치에서 700㎞ 떨어진 볼고그라드에서만 세 차례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모스크바에서 기차를 이용해 소치로 가려면 반드시 볼고그라드를 거쳐야 한다. 18일엔 북캅카스의 다게스탄공화국 수도 마하치칼라에서 폭탄 테러로 경찰 등 9명이 부상했다. 소치에서 500㎞ 떨어진 곳이다.

 러시아 정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푸틴 대통령은 19일 방송된 미 ABC와의 인터뷰에서 “올림픽 보안을 위해 4만 명의 경찰과 특수요원을 배치하고 500억 달러(약 53조1300억원)를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안 비용으론 올림픽 사상 최대다. 푸틴은 “러시아 정부는 올림픽 참가자와 방문객의 안전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치 인근 지역엔 현재 3만7000명의 병력이 배치됐다. 지역 내 모든 기차역에서 승객과 수하물 검사 절차가 강화됐고 시내 전역에 수만 대의 감시 카메라가 깔렸다. 러시아 내 모든 항공기에선 극소량의 액체류 반입도 금지됐다. 미국은 여전히 불안하다. 로이터통신은 “올림픽 기간 중 테러가 발생할 경우 미군과 미 정보기관이 직접 개입해 미국인을 탈출시킬 비상 계획을 수립 중”이라는 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자국민 보호 목적이라 해도 외국 정부의 개입은 허락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마이클 모렐 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금까지 올림픽 개최국과 미 정보 당국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는데 이번 대회만큼은 러시아의 협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 로저스 미 하원 정보특위 의장도 CNN 인터뷰에서 “러시아로부터 테러 단체 정보를 받지 못해 미국 선수들과 1만5000명에 달할 관광객의 안전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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