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81개의 국·과 증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는 기구 팽창 및 인원 증가를 극력 억제하는 정책을 표방하고 있으나 실제에 있어서는 지난 한해에 1백81개의 국·과가 증설되고 1만3천1백93명의 공무원이 늘어나 정부의 긴축 방침이 무색해지고 있음이 드러났다.
최근 총무처가 집계한 바로는 지난 한햇 동안에 만 국이 31개, 과가 1백50개가 늘어났다는 것인데 이는 담당 관제를 국·과 체제로 변경한 것이 주된 이유이며 또 국·과의 개폐가 입법 사상이었던 것을 대통령령 개정으로도 가능하게 한 것이 주요 동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오늘날 행정 기구의 팽창은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현상이기는 하다. 그러나 각 부처가 다투어 국·과를 증설하여 많은 인원을 확보하는데 안간힘을 쓴다는 것은 국가 재정의 낭비를 초래하는 것으로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우리 나라의 행정 조직에는 중복되는 기구도 많아 이로 인한 예산 낭비도 적지 않은 터에 국·과의 팽창으로 인하여 인원을 계속 늘리고 있는 현황은 조속히 지장 되어야 만 할 것이다.
총무처는 그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공무원 센서스를 단행하였고 행정 제도의 개혁을 의하여 많은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금년에는 무엇보다 앞서, 이처럼 이상 팽창한 행정 기관을 축소하고 인원 감축을 단행하는 방법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정부의 중앙 행정 기관의 국·과가 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행정 권한을 하부 지방 기관으로 이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중앙 행정 기관에 하부 기관에 권한을 위양하면 중앙 행정 기관으로서는 당연히 국·과를 감축·폐지하고, 인원을 감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웬만한 권한은 위임 전결 하지 않고 있다고 하니 자연히 중앙에 사람이 몰리게 되고 지방 관서에서는 출장비·여비 등이 늘어나고 시간 낭비와 예산 낭비를 가져오게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정부는 가능한 한 지방민들이나 공무원들이 상경하지 않고서도 현지에서 모든 사무를 볼 수 있도록 지방에 권한을 대폭 이양해 주기 바란다.
이와 병행하여 정부는 현재 중복되고 있는 행정 부처의 국·과를, 통합하는 행정 조직 개편을 시급히 단행하여야 할 것이다. 행정 조직의 중복은 책임 소재를 흐리게 할뿐만 아니라 국·부·처간의 알력으로 인하여 행정의 능률마저 저하케 하는 것이다.
또 각 부처에 기획 관리실 등을 두고는 있으나 그 활용이 안돼 정책 연구 입안 등과는 무관한 실정이라고 한다.
부처마다 있는 법무 담당관 등 참모 기구도 통합하여 이를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경제적 불황이 예견되고 있는 금년에는 경제 호황에 덩달아 증설했던 1백81개 국·과를 우선 재 개편하여 예산의 낭비를 막아야 할 것이다. 대폭적인 국·과 증설로 인한 1·2급 또는 3급 공무원의 양산은 그 자신의 봉급 등도 적지 않으나 그에 따르는 부대 비용이 엄청나게 많이 들것이기 때문에 정부는 고급 공무원의 수를 줄이고 행정 기구를 대폭 감축하여 예산 절감에 앞장서 주기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