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셀 군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태양이 동북의 「우수리」강 위에 떠오를 때 서방의 「파미르」고원은 아직 어둡다. 눈보라가 겨울에 북부를 뒤덮을 때, 남부의 해남도에는 봄 파종이 시작된다. 중국의 최남단인 증모환초는 적도에 가깝고 1년 중 덥다.』
중공에서 나오는 지리부도에는 으례 이런 해설이 붙어 있다. 지구 위에 나타난 중공영토는 북은 「우수리」강에서부터 남으로는 동「말레이지아」에 이르기까지를 뚜렷이 그려 놓고 있다.
중공은 지난 20년 동안 「파라셀」(서사)군도와 「스프래틀리」군도를 포함한 남지나해 대부분의 섬들의 영유권을 주장해 왔다. 최근에 이르러는 그 남쪽 경계선을 수백km나 더 확대시키기까지 했다.
중공의 이처럼 엄청난 영유권 주장은 대륙붕 이론에 근거를 두고있다. 1958년의 「제네바」대륙붕 협정에 의해 대륙붕은 해안과 접촉되는 해상 및 그 저토를 말하며, 그것은 2백m의 심부에까지 이른다고 규정했었다.
그러나 이런 중공 쪽 주장을 다른 나라들은 근거 없는 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중국 본토와 「파라셀」군도사이에는 깊은 해구가 있어 전기한 대륙붕 이론에도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증모환초는 「보르네오」의 대륙붕 위에 있는 것이다.
남지나해에 흩어져 있는 무인의 산호초들이 최근에 이르러 이처럼 갑자기 문제되기 시작한 것은 석유자원이 해저에 숨겨 있을지도 모른다고 여겨진 때문일 것이다.
지난 71년7월에 「필리핀」은 국부군이 자기네 영토인 「스프래틀리」군도의 하나를 불법 점령했다고 비난한 적이 있다. 그러자 중공군의 황영승 총참모장은 「스프래틀리」군도와 「파라셀」군도는 이전부터 중공령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영유권 다툼에 뒤질세라 끼어든 것이 「베트남」이었다. 이 때 「람」외상은 19세기이후 「스프래틀리」와 「파라셀」 두 군도는 분명히 「인도차이나」영으로 월남 쪽 지도에는 표시되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군도가 33년부터 39년까지 「프랑스」에 점령되었었으니 마땅히 월남령이라고도 말했다.
남지나해의 대부분의 섬들은 태평양전쟁 중에는 일본군의 점령 하에서 주로 잠수함기지로 이용되었었다. 2차 대전 후에 채결된 평화조약의 결과 이 섬들은 일본의 손에서 풀려 나왔다. 그러나 어느 나라에 반환하느냐는 것은 그때 밝히지 않았었다. 분규는 이런데서부터 생겨난 것이다.
지난 19일 「파라셀」군도에서 급기야 월남군과 중공군 사이에 전투가 벌어져 양국 포함 한 척씩이 격침되었다는 외신이 들어왔다.
「파라셀」군도는 중국 본토와 월남에서 각각 비슷한 거리로 떨어져 있다. 따라서 어느 쪽이나 영유권을 주장할 만도 하다. 흥미 있는 일은 대만정부 쪽에서 이 군도는 자유 중국령이라면서 은근히 중공을 편들었다는 사실이다. 손은 안으로 내 굽는다는 뜻일까.
아직 월맹 쪽에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이 조그마한 섬들이 앞으로 남지나해에 새로운 분규를 가져오게 할 불씨가 될 것만은 분명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