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부동산의 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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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금값이 이례적으로 폭 등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품귀 상태에 이르고 있다.
지난 12월초에는 한돈 중당 7천원 수준에 있던 것이 지금 일부에서는 1만1천7백원까지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나. 금값의 폭등뿐만 아니라 부동산 투기도 새해 들어 가열되고 있어 15%이상 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이나 부동산 투기가 성행되고 상품투기마저 성행되고 있는 경제 동향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나 그렇다고 투기자들의 도의심에만 호소하고 있을 수도 없다. 당연히 물가 및 통화 신용문제를 검토해서 투기열을 냉각시킬 수 있는 구체적 조치를 취해야한다.
지금처럼 물가정책의 실효성에 대해서 국민이 큰 기대를 걸지 않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투기와 퇴장의 급진전으로 통화신용질서는 크게 교란될 공산이 짙은 것이며 이는 경제정책의 근간을 뒤흔들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모든 정책에 우선해서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이다.
물론 일반 소비자들이 국가경제의 장래를 위해 투기를 자제하고 그럼으로써 여유자금을 예금으로 보유함으로써 약간의 가치 손실도 감수하겠다 한다면 그 이상 놓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눈앞에 닥쳐오는 현실을 보고서도 태연히 예금을 보유할이 만큼 애국적이기를 기대만 하는 것은 적어도 경제 정책적인 생각일 수는 없다.
문제는 통화가치가 불안하다는 일반적 인식을 불식시킬 수 있어야만 그러한 투기열이 냉각될 수 있을 것이므로 물가·성장·투자·그리고 금리간의 관계를 새로운 각도에서 평가하고 대처해야만 사태를 수습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물가상승 요인이 매우 큰 지금의 상황에서 정부가 3천억원 이상에 이르는 재정 적자를 수정할 뜻조차 보이지 않고 있으며 그 위에 8∼20%의 성장도 계속 추구한다고 하기 때문에 국민은 물가정책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 원자재 파동을 계기로 업계에 비축금융을 계속 제공하고 있는 정책이 상품 투기를 조장하는 부작용을 수반하고 있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비축 금융이 확대되면 기업은 판매를 서두르지 않아도 자금 압박을 겪지 않을 것이므로 자연히 출고조절능력을 보유하게 되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출고 조절과 매점은 결국 일반적 품귀와 일반적 물가 상승을 촉진시키는 것이며 당연히 통화신용의 후퇴로 금퇴장·부동산투기로까지 발전케 되는 것이다.
물가 정세로 보나 투기행위의 심좌경향으로 보나 통화신용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금리 인하조치가 따라야만 예금 이탈과 정기 예금의 동화성 예금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당국이 이에 대해서 아무런 움직임이 없음은 유감이다.
내외경제동향이 많은 물가 압력을 형성하고 있음은 국민 누구나가 아는 것이지만 행정력만 동원했지 경제의 인과관계라는 근원적 차원에서의 물가 정책을 집행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국민이 통화신용상태를 도저히 믿지 못하고 있음을 솔직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자본제 경제의 운행에서 단기적으로 심리적 요인 등 사회변수가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것임을 상기할 때 투기의 진전은 매우 중대한 사태임을 간과하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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