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작가의 사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러시아」작가 「도스토예프스키」의 장편 소설 중에 『죽음의 집』이라는 작품이 있다. 작자 자신의 체험을 엮은, 「르포르타지」문학의 정화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이른바 『페트라세프스키 사건』으로 1849년 비밀경찰에 의해 체포되었었다. 이 사건은 그 무렵 금제사상이었던 사회주의·정치적 자유·농민의 해방 등을 외치는 청년들의「그룹」활동에서 비롯되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강제 노동형을 받고 「시베리아」의 「옴스크」수용소에서 4년 동안 고역을 치렀다. 그 자신의 표현에 따르면 『산채로 매장되어 있던 생활』이었다.
바로 이 때의 체험을 기록한 것이 『죽음의 집』이다.

<인간의 생명력이란 참말 강한 힘을 갖고 있다. 인간은 어떤 일에도 익숙해지는 동물이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인간에 대한 최초의 정의라고 생각한다>.
『죽음의 집』 속에서 「도스토예프스키」가 한 말이다.
최근 발표된 소련작가 「솔제니친」의 신작 『수용소 군도』는 「도스토예프스키」의 그 작품을 방불케 한다. 『10월 혁명』(1917년) 이후인 1918년부터 1956년까지의 40여 년에 이르는 소련의 강제노동 수용소를 묘사한 이 작품은 상상을 기하는 인간의 극한 상황을 고발하고 있다. 1956년은 「흐루시초프」수상이 「스탈린」격하운동을 벌이던 「해빙기」이다.
『수용소 군도』는 소련의 정치적 체제 뒤에는 얼마나 가공한 인민의 희생이 숨어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더구나 그 희생 속엔 우리 한민족의 처절한 피와 눈물까지도 포함되어 있는 사실을 「솔제니친」은 폭로하고 있다.
이 작품은 지난 12월28일 「파리」의 YMCA 출판사에 의해 발간되었다. 소련은 이미 지난해 5월 「국제판권 협약」에 가입, 자국내의 모든 창작물은 「소련 저작권 동맹」을 거치지 않고는 국외에서 출판할 수 없게 했었다. 그러나 「솔제니친」의 작품이 그런 절차를 밟을 수 없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그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소련 비밀경찰도 벌써 그 신작의 출간을 눈치채고 있었다. 지난해 여름엔 「레닌그라드」에서 그 원고의 사본을 갖고 있던 한 여성이 체포된 일도 있었다. 그 여성은 직후에 자살해 버렸다.
소련은 최근 그의 관영통신을 통해 「솔제니친」을 『반역자』, 『불신의 원흉』이라고 비난을 퍼붓고 있다. 그러나 작품은 「뉴요크·타임스」지에도 영역, 게재되기에 이르렀다.
『작가의 사명이란 어느 한 국가의 체제에 봉사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다. 작가는 인간의 마음과 양심의 비밀, 죽음과 삶의 대결, 영혼의 고통에 대한 극복, 역사에 나타난 인류의 진화법칙 등 영원한 것을 주제로 삼아야한다.』 「솔제니친」은 이미 자신의 작품에 대한 모든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 적이 있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