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에 떨어진『거성』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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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펄·벅>한국과 동양을 사랑한 작가
중국의 농민생활을 그려 중국문화를 깊이 소개한 역작『대지』로「노벨」상을 받은 미국여류작가「펄·S·벅」여사가 3월6일 향년8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한국서 온 두 처녀』『갈대는 바람에 시달려도』등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소설을 쓰기도 한「벅」여사는 1960년 이후 수 차례 걸쳐 한국을 방문하여 우리 전통문화를 찬양하며 자신의 재단이 돌보고 있는 한미혼혈아를 즐겨 만났었다. 또한 여사자신이 4명의 한국인 소녀를 양녀로 입양, 데리고 살았었다.

<가브리엘·마르셀>유신론적 실존주의 사상가
「프랑스」의 세계적 철학자「가브리엘·마르셀」옹이 10월8일「파리」에서 심장마비로 조용히 영면했다. 향년83세.
그는 유신론적 실존주의의 대표적 사상가로 알려져 있으며「베르그송」「로이스」「브래들리」등의 영향을 받아 1929년「모리악」의 권고로「가톨릭」에 개종했다.
「마르셀」은 문명비평가로서 현대를 존재에 대립하는 소유로서의 기술·인격을 상실한 집단의 시대로 본다.
「키에르케고르」와「사르드르」와도 비교되는「마르셀」의 저서로는『형이상학일기』『존재와 소유』『반인문적인간』『신의 죽음과 인간』등이 있다.

영 신 시운동의 대표적 시인
「T·S·엘리어트」이후 영국신시운동의 대표적시인.
「위스턴·휴·오든」이 9월29일「빌」의 별장에서 영면했다. 향년66세.
20년대의「T·S·엘리어트」의 문학정신에 저항, 영미시단에서「엘리어트」이후 최대의 시인으로 꼽히는「오든」은 만년에는「엘리어트」처럼 기독교에 귀의했다.
「토마스·만」의 사위이기도한「오든」은「키에르케고르」와「니버」의 심취를 보이면서 물질문명에 대결하는 정신문화의 가치를 옹호했다.
그는 56년부터 5년 동안 명예로운「옥스퍼드」시학교수를 역임했으며 근래에는『성배없는 도시』로 노익장의 시정신을 발휘했다.

<존·포드>서부극을 개척한 영화감독
미국 영화계의 거장「존·포드」감독이 8월31일「캘리포니아」주「팜디저트」의 자택에서 암으로 별세했다. 향년78세. 그는 4차에 걸쳐「아카데미」감독상을 받은 바 있고「할리우드」에서『고집장이 감독』으로도 유명했다.
39년에 내놓은『역마차』는 침체했던 서부극의「리바이벌·붐」을 일으켰다.
그가 가장 많이 기용한 배우는「존·웨인」이었는데「웨인」은『그는「카메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그야말로「카메라」의 시인이다』라고 술회한 일이 있다.

<파블로·피카소>현대미술 이끈 세기의 거장
회화·조각·판화-미술의 모든 영역에서 항상 최첨단에 서서 세계의 미술가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준 20세기 최대의 거장「파를로·루이스·피카소」옹이 4월8일 남불「니스」근처의「무장」에서 91세로 영면했다. 1904년부터「파리」에 정착, 「아포리네르」「마티스」「브라크」등과 교류하고 화상「카놔일러」와 친교를 맺었다.
이 무렵부터「큐비즘」(입체주의)의 경향이 싹트기 시작, 이른바『도색의 시대』에 들어가게 된다.
그후「카멜레온」과 같은 변모를 거듭, 미술혁명을 일으키면서 파란만장의 생애를 살아온「피카소」는 실로『미술을 위해 태어난 초인』이었다.

<파블로·카잘스>우리시대최대의「첼리스트」
우리 시대 최대의「첼리스트」로 사랑을 받아 온「스페인」태생의「파블로·카잘스」옹이 10월23일 새벽「푸에르토리코」의「장환」병원에서 심장병으로 영면했다. 향년96세.
연주가이자 작곡가로 활약한「카잘스」옹은「프랑코」총통의 독재에 항거하여 조국「스페인」을 등지고「유럽」을 전전하여 스스로 망명객을, 자처했으며 역시 금년에 타계한「파블로·피카소」와 더불어 독재에 항거하는 예술인의「심벌」이기도 했다.
금년에 와서「스페인」정부는「카잘스」의 귀국을 허용, 55년「카잘스」는 세 번째 부인「카프데밀라」여사의 유해를 갖고 고향을 찾은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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