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후테크 혜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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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밤하늘을 가만히 쳐다보면 누구나 철학자가 된 기분이다. 우주의 무한함, 명멸하는 별들, 그 정적은 가없는 신비와 경외의 마음을 갖게 한다. 겨울의 밤하늘은 유난히 차고 맑다. 우주는 한결 가까이 우리에게 다가선 느낌이다.
1973년12월19일께까지. 매일밤 하늘엔「코후데크」(Kohoutek)라는 이상한 혜성이 장관을 나타낼 것이다. 밝기가「마이너스」5.3내지「마이너스」10등. 거의 반달(반월)에 가까운 빛이다.
이 혜성은 지난 2월24일「체코」의 천문학회「루보쉬·코후테크」가 서독의「벨게도르프」천문대를 통해 발견했다. 국제천문연합 전보 중앙국은 이 혜성을『1973f』라는 공식명칭으로 부르고 있다. 1973년에 여섯 번째(f)로 발견한 혜성이라는 뜻이다.
혜성은 영어로「코메트(Comet)라고 부른다. 이 말은 희랍어 Kometes에서 유래한다. 「장발」이라는 뜻이다. 혜성을 사진으로 찍어 보면 정말 장발이 바람에 나부끼는 것과 같은 빛의 꼬리를 갖고 있다.
혜성의 정체에 대한 천문학자들의 설명은 구구하다. 유일한 정설은 아직 없다. 유력한 설명으로는「네덜란드」의 천문학자「얀·오르트」(Jan Oort)설이 있다. 그는 자주의 돌 조각이나, 먼지가 얼음 조각들과 어울려 혜성을 이룬다고 말한다.
이것은 밀도가 극히 작아 지구 같은 단단한 물체가 아니고 마치 솜덩이와 같은 것이라고 한다. 이것이 때때로 유성의 인력을 받아 태양계의 궤도에 접근한다.
이때「드라이·아이스」나「암모니아」, 수분 등은 휘발해 버린다. 그래서 먼지와 같은 물자만 남는다. 여기에 태양의 빛이 닿으면 또 이 작은 입자들이 빛을 발하며, 스스로 형광을 내서 긴 빛의 꼬리를 보여준다.
이런 혜성은 1965년 일본의「아마추어」천문관찰자인「이께야」와「세끼」에 의해서도 발견된 적이 있었다. 앞으로 13년 후인 1986년에 모습을 드러낼「핼리」(Halley)혜성도 있다. 옛날의 고전을 보면 이런 혜성의 출현은 길운이나 흉운을 암시한다. 「플루타코」영웅전엔「로마」의 하늘에 7일 동안 혜성이 나타나자, 「슬리어스·시저」가 암살 당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성경을 보면「유데아」의 하늘에 혜성이 지나가자 예수가 탄생했다고 한다. 따라서 옛날 사람들은 그것이 신의 희로애락을 표시하는 별이라고 믿었다.
「H·G·웰즈」의 소설도 있다. 『혜성의 날』이라는 작품이다. 영국과「프랑스」가 전쟁을 하고 있는 동안 혜성이 지나간다.
지구는 그 혜성의「개스」에 휩싸이고 모든 생물은 마취된다. 인류는 며칠동안 잠을 잔다. 그 사이에 지상엔 평화가-, 이런 이야기다.
온 지구가 어수선한 세모의 막바지에 불현듯 나타날「코후테크」혜성. 길운의 별이기를 비는 축원의 심정은 한 시정인의 소망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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