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육시장 경쟁력 위해 개방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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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교육시장 개방 문제가 최근 교육계의 첨예한 쟁점이 되고 있다. 이달 말까지 세계무역기구(WTO)에 서비스 시장 개방 계획서를 내는 시한을 앞두고 공동투쟁본부를 결성해 농성을 벌여온 교육단체들은 15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교육시장 개방 저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세계 자유무역 체제에서 우리가 계속 문을 닫고 있을 수도 없고 우리 교육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도 교육시장 개방은 불가피하며 또 필요하다.

도하개발어젠다(DDA)협상에 따라 서비스 분야의 개방 압력을 받아오고 있는 우리는 그 하나로 교육분야도 미국.호주.뉴질랜드.일본 등으로부터 대학.성인교육.조기 유학 등의 개방요구를 받고 있다.

일부 국가는 초.중등 분야까지 그 대상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단체들은 선진국의 교육기관이 들어올 경우 교육수요자 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경쟁력이 뒤지는 국내 공교육이 무너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질 좋은 교육이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 국내 교육계를 살리자고 우리 2세들을 낙후한 교육에 맡긴다면 우리가 어떻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초.중등 교육은 개방에서 제외하고 대학과 성인교육 분야의 시장 개방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은 현실적인 판단으로 보인다. 외국 대학의 국내 분교는 이미 국내법에서 허용돼 있고, 성인교육도 기업내 직업훈련 등에 외국 교육기관의 참여를 허용하는 정도로 한다면 우리 교육계에 미치는 충격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시장이 개방될 경우 외국 유학으로 빠져 나가는 연간 1조원 규모의 외화를 줄이고, 질 높은 교육 도입으로 우리 교육계에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대신 우리 교육계가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그렇지 않아도 지원자가 줄어 대학의 어려움이 큰 마당에 외국 대학까지 가세하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학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우리 교육계는 개방을 반대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는 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