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퇴양상 나타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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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주요 경제지표가 방향이나 속도면에서 변화를 일으키고 그 때문에 정책이 수정되는 시점에서 경기를 에측한다는 것 자체가 모험이나 그런때일수록 경기예측의 필요성은 높아진다.
지금이 바로 그런때다.
주요지표가 방향 변화를 시사하고 있으며 정부의 정책도 수정과정 중에 있는 것이므로 경기국면은 분명 새로운 양상을 띨 것이다.
지난 10월까지의 동향과 근본적으로 달라진 지표는 무역면에서 찾을 수 있다.
11윌 중의 수출실적이나 신용장내도액이 10윌 중보다 감소됐나는 것은 앞으로의 경기를 점치는데 있어 가장 중시해야 할 점이다.
이른바 그것이 방향전환을 못하는 것이냐, 아니면 우발적인 현상이냐를 가름할 수 만 있다면 경기전망에 대한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경기가 연율 80%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는 수출에 주도되었던 것이므로 11월중의 수출규모 축소는 국내경기의 반전을 시사하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의 제반 내외 경제동향으로 보아 11월 중의 수출감소가 일시적·우발적인 현상일 가능성은 매우 적은것이라면 우리도 경기후퇴 국면에 접어들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10월 중의 수입실속은 9월보다 늘어나고 있으며 12월 중에도 외환보유고가 1천5백만 「달러」나 줄어 들었으므로 수입실적은 줄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출의 반전 가능성과 수입의 계속적인 증가는 멀지않아 수입의 반전을 강요할 것도 분명하다.
그러므로 외환보유고를 얼마나 감소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
그리고 D/A·「유전스」·물자차관을 얼마나 더 들여올 수 있느냐에 따라서 수입반전의 시점이 결정될 것이다.
그동안 월평균 KFX 수입만도 2억6천만「달러」수준이므로 수입이 반전되는 시점도 그리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에 단행된 물가현실화 조치를 보완키 위한 1억「달러」긴급 수입계획이 전적으로 무역 신용증대에 기대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외환보유고를 크게 감소시킬 여유는 적다.
따라서 수입량도 수출증가가 지속되지 않는 한 줄어야 한다는 사실이 앞으로의 경기를 점치는 둘째「포인트」가 된다.
무역상의 방향 전환가능성은 국내 시설규모의 확대와 관련되어 경기국면을 점치는 세째 「포인트」가 된다.
지난 10월말 까지의 광공업용 건축 허가면적은 4백18만㎡로서 72년 동기실적 1백17만㎡의 근 4배에 이른다.
이들 시설이 제대로 가동되려면 그만큼 수입이 늘어야 하는데 수출 추세의 반전이 수입추세의 반전을 불가피하게 하는 경우 생산시실과 원자재 공급간에「갭」이 생길 것이다.
이는 산업시설의 가동율 저하와 기업 부실화의 재연이라는 문젯점의 재제기를 시사한다.
실물면의 동향이 생산시설에 대한 자재공급의 부족으로 특징 지어질 가능성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화폐공급은 계속 그 증가「템포」를 높이고 있다는 사실이 경기를 점칠 수 있는 네째「포인트」가 된다.
통화량은 71년, 72년에 각각 40%수준으로 공급되었는데 올해에는 45%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다.
그러므로 실물공급의 반전 경향과 화폐공급의 계속적인 확대가 지속된다면 당연히 물가압력으로 반영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들 경기를 점칠 수 있는 네가지「포인트」를 결합시켜서 사태를 평가한다면, 앞으로의 경기가 어떻게 전개될 것이냐를 대략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더우기 지난 4일의 물가현실화 조치가 수출에 지장을 주는 반면 수입을 자극할 것이라는 점까지 고려 한다면 앞에서 지적한 네가지「포인트」는 더욱 강화될 것임을 고려해야할 것이다.
실물면의 정체와「인플레」압력의 가중을 회피하는 길은 자유외환이 적은 우리 경제의 실정으로 보아 무역신용의 확대밖에 없는 것이므로 무역 신용동향을 주시하면 누구나 경기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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