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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미·중 '셰일가스 목장'의 결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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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미국 텍사스주 웨브 카운티에 위치한 셰일가스 광구에서 두 직원이 셰일가스 채굴용 특수 드릴을 굴착 파이프에 장착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중국 최대 석탄개발기업 선화그룹(神華集團)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덴버에 본사를 둔 ‘ECA(Energy Corporation of America)’사와 손잡고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미 펜실베이니아주 그린카운티에 있는 25개 셰일가스 광구를 개발하기 위해서다. 선화그룹은 9000만 달러를 투자하고 ECA는 운영을 맡는다. 선화그룹은 성명을 통해 “이번 투자로 큰 수익을 거두길 기대하지 않는다. 셰일가스 개발에 필요한 선진기술을 배워가는 게 주된 목적”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세계 최대 매장량(31조5733억㎥)을 자랑하지만 정작 셰일가스를 찾아내고 뽑아낼 기술이 부족하다. 그래서 북미의 탐사개발(E&P) 전문 기업을 사들이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SINOPEC)는 22억 달러를 들여 미국 셰일가스 개발회사 데본의 지분을 사들였다.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캐나다의 넥슨을 151억 달러를 투자해 아예 인수했다. 이들 기업이 갖고 있는 셰일가스 탐사개발 기술이 공략 대상이다.

중국 국가에너지국(NEA) 장위칭(張玉淸) 대표는 지난 7일 정부 에너지 정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환경 오염이 심한 석탄·석유 의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셰일가스 개발을 적극 추진해 나가야 한다”며 국영기업의 분발을 촉구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 중국 정책 당국자들은 에너지 비용과 수입을 동시에 줄이는 역할을 한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셰일가스 개발 경쟁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중국과 북미 기업의 경쟁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미국 기업이 가진 기술에, 미국은 중국의 풍부한 매장량을 노리는 식이다.

유럽의 로열더치셸·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같은 대형 석유사도 마찬가지다. 기술과 자산을 무기로 셰일가스 매장량이 풍부한 국가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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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프랑스계 대형 석유회사 토탈이 세계 에너지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영국 중동부 링컨셔 지역 셰일가스 개발에 4800만 달러(약 507억원)를 투자하겠다’는 발표 때문이었다. 영국에 묻혀 있는 셰일가스는 7400억㎥ 정도. 러시아·폴란드·프랑스·덴마크에 이어 유럽 5위의 매장량이다. 채굴 기술의 한계와 불투명한 수익성, 현지 환경단체의 반대 탓에 이전까지 영국 셰일가스 개발은 메이저 에너지회사의 외면을 받아왔다. FT는 토탈의 이번 결정을 두고 “세계적 메이저 석유기업이 영국 셰일가스 산업에 뛰어든 첫 사례”라고 전했다. 토탈은 이미 미국·아르헨티나·중국·호주 등지에서 이미 셰일가스 개발에 들어갔고, 이번에 영국으로 영역을 넓혔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에서 일기 시작한 셰일가스 혁명이 세계 에너지 시장 판도를 바꿔놨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무역수지 적자는 342억5200만 달러로 4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본토에서 뽑아낸 셰일가스로 천연가스 수입분을 상당 부분 대체한 덕이었다. 물론 미국의 선례만 보고 셰일가스의 성공을 장담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셰일가스는 암석층에 녹아 있기 때문에 뽑아내는 데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 셰일가스를 경제성 있는 수준으로 생산하는 나라는 미국·캐나다 두 나라에 불과한 건 이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선 셰일가스를 채굴해 봤자 생산·유통 원가도 못 건진단 얘기다. 2000년대 미국이 개발에 뛰어든 이후 셰일가스의 경제성을 둘러싼 의혹이 가시지 않는 까닭이다.

 그런데도 셰일가스 전선(戰線)이 하루가 다르게 확대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북미·중동 같은 일부 지역에 집중돼 있는 천연가스와 달리 셰일가스는 전 세계에 고루 분포돼 있다. 에너지 수요가 특히 많은 중국·미국으로선 자국에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 셰일가스는 포기할 수 없는 자원이다. 게다가 채굴 기술이 미국에서 상용화된 지 채 20년이 되지 않은 신산업이다. 지금 기술로 뽑아낼 수 있는 셰일가스 양은 전체 천연가스의 32% 정도다. 탐사·채굴 기술이 발달하면서 가채량이 더 늘어날 여지가 크다. 한층 높아진 천연가스의 인기도 셰일가스 열풍에 한몫했다. 환경 오염이 심한 석유·석탄 대신 난방·전력용으로 가스를 사용하려는 수요가 유럽을 중심으로 급증하는 중이다.

 전통 방식으로 생산하는 석유·가스의 한계도 있는 만큼 셰일가스란 대체재를 발견한 메이저 에너지회사의 투자는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셰일가스 개발엔 걸음마 단계다. LG경제연구원 임지수 연구위원은 “한국 기업 대부분은 셰일가스 기술개발이 아닌 유통사업에 지분 투자 형식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세계 에너지 시장 변화에 밀리지 않으려면 기술개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현숙 기자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진흙이 쌓여 굳은 암석을 ‘셰일(Shale)’이라고 한다. 이 암석층에 녹아 있거나 갇혀 있는 천연가스를 셰일가스, 원유를 셰일오일이라고 부른다. 셰일가스·오일이 발견된 지는 200년이 넘었지만 채굴 기술이 상용화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셰일가스는 땅 아래로 구멍을 뚫는(수직 시추) 전통 방식으로는 제대로 뽑아낼 수 없다. 지표면에서 2~4㎞ 아래에 넓게 퍼져 있기 때문이다. 고압의 물과 모래 등으로 지하 암석층을 부순 뒤(수압 파쇄) 채취하는 방식이 일반적으로 쓰인다.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다 보니 환경단체는 지하수 오염을 이유로 개발에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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