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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절약의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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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에너지·쇼크」를 이겨내는 또 하나의 지혜는 일상 생활에서 사치와 낭비를 몰아내고 검소, 절약하는 일에서 비롯된다.
한방울의 기름이라도 아끼려는 마음가짐, 불필요한 전등을 손수 끌 수 있는 조그만 노력이 모아질 때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게 된다. 절약하는 생활 태도는 서민만의 것일 수는 없다.
아끼고 싶어도 가진 것이 별로 없는 서민보다는 「스팀」 난방 속에 쾌적한 생활을 즐기는 부유층, 전기 「히터」라도 가진 사람들이 먼저 앞장서야 된다. 우리 주변의 「에너지」 소비 절약 실태를 점검하노라면 이와 같은 부조리가 발견된다.
「에너지」 절약은 유류 및 전기 사용 절약으로 압축된다.
전열 기구의 과다 사용은 유류에 의한 화력 발전 의존도가 높은 현 시점에서 직접적인 유류 절약을 상쇄할 뿐이다.

<아파트>
한강「맨션」·여의도 시범「아파트」 등은 유류 파동이 일기 전까지 실내온도 23도 이상을 유지했고 24시간 뜨거운 물이 쏟아졌으나 최근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스팀」 공급을 억제, 실내온도를 15도∼18도로 낮췄으며 시간제 온수 공급, 공동 이용 부분의 외등 소등 등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입주자들은 대부분 전기「히터」를 사용하고 있어 전기 사용량은 오히려 늘어나 「에너지」 절약이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다.
7백여 가구가 들어있는 한강 「맨션·아파트」의 유류 소비 절약 목표는 작년 소비량의10% 절감. 용량 3·5t짜리 「보일러」 6대가 작년 1년 동안 연소시킨 「벙커」C유는 3백78만5천t (3천1백60만원 어치). 하루 최고 2만5천ℓ를 소비하여 실내 상온 섭씨 22∼24도, 급탕 온도 65∼85도를 유지했으나 올해에는 「보일러」4대만을 가동하여 뜨거운 물도 주간 공급을 중단했다. 계단 등 9백개와 가로등 60개를 소등하고 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의 경우 열관리 및·소비 절약은 더욱 철저하다. 「벙커」C유 1일 소비량은 3만ℓ로 지난해보다 6천ℓ를 줄여 실내 온도도 18도 이하로 내렸다. 뜨거운 물은 l주일에 2회, 모두 6시간만 공급하고 있다. 관리 조합 측은 가로등과 복도 등의 30%인 1천5백여 등을 완전 소등하고 있으며 입주자들에 「에너지」 소비 절약 협조 문도 돌리고 있다.

<병원>
입원 환자를 위한 적당한 실은은 섭씨 25도쯤, 적십자병원의 경우 지난해에는 1일 30「드럼」을 소비했으나 올해에는 1일 22「드럼」으로 「보일러」를 가동하고 있다. 병실은 겨우 20도를 유지하고 있으나 외래 진료실·응급실·중환자실·무료 병동에는 연탄 난로를 새로 들여놓았다. 북쪽 창문은 모두 「비닐」로 싸서 바람이 들어오는 것을 막고 있으며 출입자도 통제하여 출입문 여닫는 횟수도 줄이고 있다.
고려병원은 「에너지」 10% 절감에 나서 병실 온도를 24도로 낮췄으며 하오 9시부터 상오 6시까지 온수 공급을 중단, 1일 5천ℓ의 기름을 절약하고 있다. 또 실내 조명 등 2천1백50개 가운데 4백개를 완전 소등하고 나머지도 60W짜리로 촉광을 낮추었다.
서울대학병원에 공급되는 「벙커」C유는 지난해에 비해 56%나 줄어들었다.
분만실·신생아실·수술실·회복실 등은 25도를 유지하고 있으나 외래 진료실에는 하루에 1시간30분 동안, 사무실은 겨우 40분 동안만 「스팀」을 보내고 있다.

<호텔>
「뉴」 내자 「호텔」 (2급 관광 호텔) 총무부장 이태수씨 (52)는 1개월 소비량은 2백「드럼」이나 11월의 유류 배정분이 42「드럼」뿐이어서 절약할 수도 없다고 했다. 「보일러」 가동은 하루 3차례로 모두 5시간. 한낮의 객실 온도는 15도쯤이며 야간에는 18도로 올리고 있으며 온수는 저녁한때만 급수하고 있다.
빈객실·사무실·전화 교환실에는 「스팀」을 보내지 않으며 전기세탁기·건조기 등의 사용도 중단, 물빨래를 시켜 「보일러」실에 널어 말리고 있다. 또 낮에는 복도 등만 켜고 다른 전등은 모두 소등하고 있다.

<학교>
서울 은석 국민학교는 4년 전에 설치한 유류 「보일러」를 석탄「보일러」로 개조하고 있다.
사립 학교이기 때문에 학부형들의 압력에 이길 수도 없는 형편이어서 하루 9시간씩 「보일러」를 가동, 40개 교실의 온도를 20도로 유지했으나 유류를 구할 수 없어 아예 석탄「보일러」로 바꾼다는 것.

<가정>
경유 「보일러」 시설을 갖춘 박순용씨 (55·동대문구 묵동 222) 집의 경우 방 8개 등 85평을 난방하기 위해 지난해에는 1개월에 8「드럼」의 경유를 사용했다. 박씨는 유류 파동 후 가족들이 거처하는 방을 3개로 줄이고 「보일러」도 아침·저녁 1시간씩만 가동시키고 있다. 대낮에는 방바닥에 전기 장판을 깔아 실온을 18도로 유지하고 있으며 냉장고 1대, 전등 5개를 단전하고 있으나 아직 습관이 안돼 허전하다고 했다.

<빌딩 사무실>
서울 중구 초동 21의9 자동차 보험 「빌딩」은 지하 2층, 지상 21층으로 연건평 5천9백10평. 유류 파동 전에는 하루 10시간씩「스팀」을 공급했고, 이에 필요한 「벙커」C유는 25「드럼」이었다. 지난 22일 20「드럼」을 겨우 구입하여 하루 2시간씩만 사용하고 있다. 전기 사용량도 1일 5천㎾나 되어 낮에는 3천7백개의 전등을 모두 소등하고 있으나 「엘리베이터」 등은 가동하고 있어 절전률은 10%쯤.
이제까지 경유나 석유난로를 쓰던 일반 사무실에서는 서둘러 연탄 난로로 대치하고 있다. <김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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