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곡의 갈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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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적 음악창작의 진흥을 위해 최근 발족한 한국 작곡가회(회장 이흥렬)는「한국가곡의 갈길 을 주제로 제1회 작곡「세미나」를 20일 삼익「피아노」사 강당에서 열었다.
오늘날 우리의 가곡들은 대중가요의 홍수에 밀려 침체일로에 있다. 대중들이 흔히 부르는 노래는 비탄조의 저속한 유행가요거나 그렇지 않으면 국적불명의 왜색 가요, 또는「팝송」 이 대부분이다. 『가고파』『바우고개』등 옛 가곡들은 지금까지도 애창되고 있지만 요즘에 작곡된 가곡들은 불러지지를 않는다. 그것은 현대의 여러 요인들이 상승작용을 하고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 요즘의 가곡들이 과거의 가곡들만큼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세미나」는 범람하는 대중가요 속에서 우리 가곡의 나아갈 길과 국민모두가 즐겨 부를 수 있는 한국적 가곡의 창작방향을 모색했다.
주제를 발표한 나운영 교수(연세대 음대학장)는 한국적 음악이란 한국적 색채를 가지면서 현대 감각에 알맞은 것을 의미한다고 전제하고 흔히 5음계가 한국적이란 말은 지엽에 불과하다고 지적, 「멜러디」와 창법을 민요와 판소리 풍을 혼용하고 반주를 화성적인 것과 대위법적인 것을 병용하면 한국적 가곡이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가곡이 지향해야할 길로 ①「리듬」은 국악에 바탕을 두고 ②「멜러디」는 5음계뿐 아닌 여러 음계를 조화시키고 ③화성은 3, 4, 5도 등 다양하게 사용하고 ④창법에서는 민요창법과 판소리창법을 잘 개발시키고 ⑤가곡창작에 한국적 기법과 현대적 기법을 조화시킬 것 등을 제시했다.
구두회 교수(숙대 음대)는 우리의 가곡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작곡가와 노래부르는 측의 교류가 긴밀해져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창작품에 한국적 감정을 담는다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쉬운 일이 아니며 시간을 두고 계속 연구하면서 실천하는 가운데 서서히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달성 교수 (단국대)는 가곡의 작곡이란 작곡자가 아름다운 시에 충동을 느껴 작곡하는 것이며 인간생활에서 느끼는 감정을 순수하게 표현한다면 가곡의 앞날은 밝다고 전망했다.
또 그는 한국가곡이『이런 것이다』또는『이래야 한다』고 정하기보다는 융통성 있게 추구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하고 한국가곡에서의 민요창법개발은 약간의 문제가 있으며 따라서 작곡가·성악가·반주가 또 사용 악기 등이 조화를 이룰 때 진정한 한국적 노래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적 가곡이란 말 자체에 구애되지 말고 기쁨과 슬픔·즐거움을 담아 즐겨 불릴 수 있는 생활의 노래를 만드는 것이 우리 가곡의 나아갈 길이라고 제시했다.
유신씨(음악 평론가)는 가곡의 작곡에는「리듬」과「하머니」체계, 단조와 장조의 적절한 혼합, 「멜러디」의 구성 등 기법상 어려움이 많지만 장단만이라도 우리의 것을 찾는 그런 자세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너무 민속적이거나 국악적이어서도 안되고 서구적이어도 안되며 진양조·중중머리조·가야금산조 등 우리 장단의 적절한 혼용으로 서구음악에서 탈피, 한국적 가곡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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