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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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새로 입학시킬 남자아이를 데리고 교실로 들어오던 한 어머니가 우리들의 수업하는 환경을 보고 눈이 둥그래진다. 분명히「수업중」이라고 들었는데 교실 안은 20여명의 학생들과 3,4명의 부인들이 한데 어울려 잔칫집처럼 분주했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울긋불긋한 낙엽을 모아다가 그림을 꾸미고, 저쪽책상에 둥글게 모여 앉은 아이들은「비닐」로 선물버선을 꿰매는데 골몰해있고 또 한쪽에서는 몇몇 아이들이 엎드린 채「기타」를 켜며 노래연습이 한창이다.
어리둥절 해하던 그 어머니는「비닐」버선을 꿰매는 1학년 순이에게 물었다. 『여기가 공부하는 교실이냐? 지금 무슨 시간이니? 그리고 어느 분이 선생님이시냐?』바느질 손을 멈추지 않은채 순이가 대답했다. 「네, 오늘은 엄마들하고 공부하는 날이예요. 그림 그리기 좋아하는 저 오빠들은 혜원이 엄마한테 배우고 노래 잘하는 현미 언니는 유선이 엄마에게, 그리고 바느질하기 좋아하는 우리들은 우리엄마한테 배우고있어요]
우리 학교는 학생30여명에 정식교사가 2명뿐인 소아마비 어린이를 위한 조그만 병원학교다. 그러나 어린이들은 비록 신체적·정신적으로 장애를 지녔으나 제일은 제가하려고 노력하는 자랑스런 학생들이고 그 어머니들은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아이들이 지닌 고유의 소질을 개발시켜 줌으로써 장차는 어머니의 도움 없이 제힘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믿는 자랑스런 어머니들이다.
지난달에 이 어머니 회는 그들이 만든 수예품과 학생들의 공작품을 모아「바자회」를 열고 그 수익금으로 아이들의 놀이기구와 부교재들을 사주기도 했었다.
「바자회」에 내놓을「산타클로즈」버선을 만들 때 소아마비로 장애를 받은 어린이들은 처음에 한나절을 소비했다. 그러나 어머니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누르고 꾸준히 아이들을 훈련시켰다.
「바자회」에서 자기들이 만든 공작품이 팔리는 것을 보고 아이들이 느낀 성취감과 기쁨, 만족과 자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김태희(「세브란스」소아재활원 초등학교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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