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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언어 차이 극복 문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국어순화운동 전국연합회가 17일 동화 「그릴」(서울 서소문동)에서 창립 총회를 갖고 연구발표 및 국어순화운동의 실천 방향에 관한 토론을 벌였다. 학계·교육계·행정관서 및 사회문학단체 대표 1백여명이 참가한 이날 창립총회에서는 회장에 고황경 박사(서울여대 학장) 부회장에 오경인(서울 덕수상고 교장) 김성배(건국대 교수) 양씨를 선출하고 이은상씨를 명예회장으로, 윤석중·정인승·주요한·안호상·한갑수씨를 고문으로 추대했다.
「국어순화운동의 실천방향」을 주제로 한 토론에는 한갑수(한글 학자) 김성배(동국대) 이철경(주부 「클럽」회장) 정비석(소설가)씨 등이 참가했다. 이보다 앞서 가진 연구발표회에서는 황희영 박사(중앙대·남북한 언어 차이의 극복 문제) 허웅 박사(서울대문리대·역사속의 언어의생명) 고황경 박사(서울여대·민족주체성과 국어순화운동)등이 나섰다. 다음은 이 자리에서 발표한 황희영 박사의 「남북한 언어 차이의 극복 문제를 요약한 것이다.
서울말은 중부 방언으로 중등 교육을 받은 대중의 생활 용어, 평양 말은 평안도 방언과 함경도 방언의 혼합어로, 당정책 및 김일성의 담화에서 지시한 내용을 토대로 조성한 「문화어」가 그 근간을 이룬다.
한 세대가 채 못되는 기간 동안에 이들 2가지 말의 체계에는 인위적 작용에 의해 상당한 거리가 생겼다. 그것은-
첫째, 음운적으로, 서울말은 「알타이어의 일반적 음운 특징을 지닌 한국어 음운 체계를 갖고 있는데 반해, 평양 말은 한자음에서 영향받은 단어의 첫소리 유음을 사용하며(로동신문, 량반), 음운 교체에서 된소리 현상이 뚜렷하다(원쑤, 늘쌍, 뜨락 또르).
둘째, 외래어에서 서울말은 한자 어·일본 어·서양 말 등을 남용하는 실정이며, 평양말은 중국어의 차용(화거참=정거강), 소련말의 남용(깜빠니아적), 일본어의 차용(시아게·쓰봉 등)이 심하다.
셋째, 조어법에서 서울말은 어근이나 독립 형태소를 지나치게 연쇄적으로 한자 어휘에 의존하며(일인, 일가, 일매) 외래어를 함부로 써 간다.(시민「홀」, 분식「센터」).
반면 평양말은 지나친 한자 어휘를 차용한 교도적이요, 다의적인 신조어를 속출시키고 난해한 신조 어와 생략 어가 많다(대고조=밀물, 바닥초=산밑의 보초, 곽밥=도시락).
넷째, 전혀 다른 개념을 갖는 말들이 생겨난다.(붉은 넥타이=소년단, 붉은 봄=혁명 시기).
다섯째, 문장에 있어서 평양 말에는 직설 적인 욕설과 격렬한 성토적 표현, 과장된 극존대 수식어가 많고, 명령형·선동형·감탄형이 특히 많이 쓰인다.
여섯째, 새로운 언어의 보급을 위해 북한은 ①다듬은 말 사전 발행 ②새 교과서 및 참고서 발행 ③고전에서의 고유어 사용 규제 ④노동자·농민 위주의 새말 만들기 등 철저한 언어 정책을 세우고 실천해 나간다. 이 같은 현실에 비추어 우리 문화를 자유와 진실의 민주 사회 통일 문화로 이룩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언어와 문자를 가다듬고 지켜 가는 일이 시급하다.
민족 문학를 수호하는 말을 찾고, 생활 언어의 표기를 순화하며, 사회 용어를 정화하기 위해서는 국어 순화 운동의 제도화와 계속적 추진을 해나 갈 국가적 캠페인이 필요하다.
남한의 언론 문화와 국어 생활이 우위성을 가질 때, 걷잡을 수 없이 변화해 가는 이른바 북한의 「문화어」를 바로 잡아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황희영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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