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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인플레」와 금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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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금년 7, 8월을 「피크」로 맹위를 떨치던 세계 「인플레」와 고금리가 가을 들어 고개를 숙이기 시작, 다소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처음으로 1,000선을 넘었던 「로이터」 국제 상품지수 (31년=100)는 8월에 드디어 1,200선을 돌파, 사상 최고를 기록하더니 9월부터 하강 세에 들어가 최근 현재 1,100선에 머무르고 있다.

<고도성장이 물가 상승을 수반>
금년의 세계적인 물가 폭등은 51년 한국 전쟁 이래 최대의 상승 「템포」로서 질주성 「인플레」가 세계를 동시에 휩쓸었다는데 특징이 있다.
금년 상반기 중 미국· 일본·「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의 물가 상승률은 10%(연율) 이상으로서 71년의 2∼3배를 기록했다.
금년의 물가 폭등은 세계 경기의 동시상승으로 인한 기초 원자재의 수요증대와 공급부족, 이상 기후에 따른 농산물 수급 불균형, 국제통화 불안과 환물 풍조의 만연 등에 그 원인을 두고 있다.
이런 물가 폭등은 각국의 정책기조를 경기회복과 고용증대에서 「인플레」 수속을 위한 수요억제로 바꾸어놓았다.
직접적 물가통제 수단이 발동되고 재정·금융 면의 긴축이 강화되었다. 경기과열은 「인플레」를 유발하기 쉽다. 물론 설비나 노동력에 여유가 있을 땐 고도성장이 소망스럽지만 그렇지 못할 땐 물가 상승의 압력이 되는 것이다. 세계경제의 진원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은 작년 4·4 분기 중에 8·1%(연율), 금년 1·4 분기에 8·7%의 고도성장을 이룩했다. 미국의 적정 성장률이라 볼 수 있는 4∼4·5%에 비해 이례적으로 높은 것이다.
이러한 고도성장의 압력은 물가 폭등을 유발했고 이는 재정·금융 면의 수요 억제책을 불가피하게 했다. 이 때문에 지난 8월 미 연방 은행의 재 할인율이 사상 최고인 연 7·5%를 기록했고 주요 은행의 「프라임·레이트」도 10%에 달했다. 초 고금리는 「유럽」도 마찬가지였다.
재 할인율이 「프랑스」 11·0%, 영국 11·5%에 달했고 한 때 「유러」「달러」는 12%선에 육박했다.
작년 10월부터 금년 9월까지 1년 동안 10개국에서 연 46회에 걸쳐 재 할인율을 인상했다. 바로 지난번 고금리 시대였던 69년 1년 동안 12개국에서 연 25회의 재 할인율 인상을 했다는 것과 비교해 볼 때 금년 중에 각국이 취한 금융긴축의 강도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성장률의 둔화가 하락에 영향>
재정·금융긴축을 통한 수요억제는 물가와 경기에 냉각제 구실을 했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2·4분기 2·4%, 3·4분기 3·6%로서 확실히 금년 초기의 과열이 식어가고 있음을 나타낸다.
공급 면의 제약과 수요 면의 감퇴가 겹쳐 과열경기는 진정화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9월의 종합경기 선행지표는 전월 비 0·4% 저락 했으며 특히 자동차·주택의 수요 둔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일본도 2·4분기 성장률이 2·8%로서 전기의 13·9%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있다. 미·일의 성장둔화는 근본적으로 공급제약에 원인을 둔 것이지만 긴축 정책에 의한 수요 억제도 큰 기여를 했음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어떻든 성장률의 둔화는 물가와 금리의 하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기진정에 의한 초과수요의 감퇴와 더불어 상반기 물가 상승의 큰 원인이 되었던 농산물 파동·국제통화 불안도 최근 들어 크게 호전되었다.,
특히 최근 들어 미국의 국제수지가 대폭 개선되었고 또 국제통화 개혁의 전망이 밝아짐에 따라 달러는 오히려 강세를 보이고 있는 형편이다.
경기의 진정은 당연히 설비투자의 감소를 가져오는데, 이는 금리하락과 상통한다. 「인플레」 와 왕성한 자금수요에 따른 초 고금리 시대는 확실히 고비를 넘긴 느낌이다.
한때 연 12%까지 갔던 「유러」「달러」 금리는 9%선으로 하락했고 미국의 「프라임·레이트」도 지난 10월 하순을 고비로 9·5%선으로 떨어졌다.

<60년대 평균 상승률 2%는 요원>
비록 금리가 떨어졌다해도 고비를 넘었을 뿐이지 아직 안정세에 들어간 것은 아니다. 영국에선 13일 최저 대출금리를 사상 최고인 13%로 인상한 형편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현 금리는 아직도 고지대라 볼 수 있다. 앞으로 금리가 어떻게 변할지는 물가·경기·국제통화 정세에 따라 좌우되겠지만 명년 상반기까지는 계속 떨어져 하반기엔 안정세를 잡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물가도 역시 마찬가지다. 악성 「인플레」가 한 고비를 넘겼다지만 아직 많은 불안요인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미국에선 석유 파동에 따른 「에네르기」 가격의 상승, 제 4단계 이행과 더불어 자동차·철강·우육 가격의 등귀, 생계비 앙등으로 인한 노임금 인상의 압력 등이 인플레의 자극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물가상승 요인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일본 등에도 공통되는 것이다.
일본은 석유 위기 등이 겹쳐 10, 11월에 월 2% 씩의 물가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고 영국·「이탈리아」, 「프랑스」도 월1% 이상씩 오르고 있다.
따라서 질주성 「인플레」가 다소 고개를 숙였지만 60년대의 평균 상승률인 연 3% 정도로 안정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74년의 물가 전망은 성장률을 얼마로 보느냐에 따라 각각 다른데 미 민간연구기관의 추계에 의하면 미 성장률이 최고 3·6%에서 최저 1·3%, GNP 「디플레이터」가 최고 6·2%에서 최저 4·4%로 나와있다.

<경기 전망에 제 요소 고려해야>
따라서 74년엔 미 경제성장률이 금년의 6% 강에서 2·5% 정도로 떨어지고 물가도 5% 전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일본도 성장률이 73년의 12%에서 74년엔 8∼9%로, EC는 6%에서 4·5∼5% 정도로 둔화된다는 전망이므로 74년의 세계경기는 금년의 과열로부터 안정으로 연 착륙한다는 결론이 지배적인 것 같다.
그러나 세계경기와 물가는 기후·전쟁·정치적 격변 등 아직도 예측할 수 없는 요인들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받으므로 단순한 경제적 전제를 바탕으로 해서 산출한 결론이 지극히 미흡하다는 것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특히 최근 들어선 공해·노조 등 정부의 전통적인 재정·금융수단이 미치지 않는 부문이 확대되고 있으므로 「인플레」의 예측이나 수속도 그만큼 어렵다.
그러나 현재 가능한 여러 경제적 전제로 판단할 때 물가 폭등과 이상 고금리는 이제 한 고비를 넘겼으며 이 진정세가 앞으로 당분간 계속되리라는 전망이다. <경제부><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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