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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과실 운전사 행정처분 않기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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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보행자의 잘못으로 교통사고가 일어났을 때 운전사는 행정처분을 당하지 않게 됐다. 내무부는 자동차대 사람의 교통사고 가운데 피해자의 과실이 명백한 경우에는 사고결과의 경중에 불구하고 운전사에 대한 면허정지나 취소 등 행정처분을 하지 말도록 각 시·도에 시달, 일부 지방에서는 지난10월부터 이미 실시하고 있음이 13일 뒤늦게 밝혀졌다. 내무부당국자는 이같은 조치가 운전사 처벌일변도를 지양, 시민들로 하여금 준법정신을 갖게 하고 형사처벌과 겹친 운전사에 대한 2중 처벌의 모순을 없애는 것이라고 말하고 개정 도로교통법에도 근거가 마련돼있다고 밝히고있다.
그러나 인사사고에 있어서 피해자 과실을 따져 운전사에 대한 처벌을 완화하는 조치는 보행자 보호 원칙과 운행시 전후·좌우 주시 의무 등 운전사의 의무를 규정한 현행 도로 교통법의 취지와도 어긋나는 등 많은 문젯점과 부작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무부는 피해자의 과실이 명백한 사고의 유형을 ①비 횡단보도에서 발생한 사고 ②육교 밑이나 지하도 위에서 일어난 사고 ③자동차 전용도로(북악「스카이웨이」등)상의사고 ④고속도로 상에서 발생한 사고 등 4가지로 명시, 이미 지난 9월10일자로 전국 경찰에 시달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 같은 교통안전시설이 충분한 지역에서 자동차가 규정된 속도로 지정된 차선을 정상으로 달리다 사람을 치었을 때는 피해자가 중상 또는 사망에 이르렀을 때라도 형사책임만 물을 뿐 이제까지「운전면허 점수제 행정처분 규정에 따라 취해오던 운전면허정지 또는 취소처분은 하지 않기로 운전사에 대한 처벌을 완화했다.
이제까지 운전면허 행정처분은 개정되기 전의 도로교통법 65조의 규정에 따라 운전중 고의 또는 과실로 교통사고를 일으켰을 때는 취소 또는 정지처분을 하도록 규정돼 있어 사고가 났을 때는 피해자 과실여부와 상관없이 일단 행정처분을 당했었다.
다만 육교 위에서 ①투신자살 등으로 차에 치인 경우 ②법원의 무죄판결이 내려졌을 때 ③검찰에 의해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받았을 때만 일단 내려졌던 행정처분을 취소해 주었을 뿐이다.
그러나 지난 3월12일 개정된 도로 교통법 65조에는 운전 면허의 취소나 정지는「내무부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하도록 규정, 내무부령으로 지정하는 피해자 과실이 명백한 사고는 처음부터 행정 처분은 면하게 됐다.
경찰의 이 같은 조치는 앞으로 교통 사고를 둘러싼 민사분쟁은 물론 형사 책임을 묻는 법원의 판결에까지도 과실을 저지른 피해자에게 불리하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과실로 일어난 교통사고는 지난 한햇동안 전국에서 모두 6천4건으로 전체 교통사고 4만3천7백51건의 약13%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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