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의 병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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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닉슨」은 「텔리비젼」방송을 즐긴다. 신문과는 달리 「텔리비젼」은 그에게 언제나 좋은 결과를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7일에 있던 TV연설은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기자 질문을 받았을 때 「닉슨」이 두어 번 농을 했지만 아무도 웃지 않았다. 끝났을 때 박수 치는 기자도 없었다.
「닉슨」도 마찬가지였다. 이따금 짓는 미소도 억지 웃음 같이 시종 굳은 표정이었다.
어느 기자의 질문을 받자 「닉슨」은 『나는 당신에게 화를 내는 것은 아닙니다. 화란 자기가 존경하는 사람에게만 내는 것이니까』라고 말했다.
정말로 강심장의 「닉슨」으로서도 미칠 것만 같은 어제오늘일 것이다. 「우간다」대통령도 보통 사람이라면 자살했을 것이라면서 「닉슨」에게 격려의 전문을 보냈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닉슨」이 근래 극비리에 정신병 치료를 받았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물론 백악관 측에서는 완강히 거부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가장 흔한 것이 정신병이다.
지난번 대통령 선거 때 민주당 부통령 후보가 되었던 「이글턴」상원의원도 조울병의 전력이 드러나서 후보 자리를 물러나야 했었다.
조울병이란 까닭 없이 우울해졌다, 명랑해졌다하는 정신장해를 말한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 「이글턴」의원은 60년과 66년, 두 차례 전기 「쇼크」요법을 받았다.
이것은 좌우 양쪽 관자놀이에 10분의 1 내지 2분의 1초 동안 가벼운 전류를 뇌 세포에 주어 실신시키는 요법을 말한다.
「닉슨」은 부통령 시절에도 세 차례나 조울병의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게 사실이라면 요새는 더 말할 여지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역대의 미 대통령 가운데는 정신병에 걸렸던 사람들이 적지 않다.
2대 「애덤즈」, 4대 「매디슨」, 6대 「퀸시·애덤즈」, 16대 「링컨」이 모두 「노이로제」경험자였다고 한다.
미국 보건원의 통계에 의하면 여자 10명 중의 9명, 남자 10명 중의 7명이 「노이로제」증세에 걸린 적이 있으며, 근 2천만 명이 심각한 정신적 파탄을 겪은 일이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신경쇠약과 정신 이상과는 다르다. 어떻게 보면 무엇이 제 정신이며 무엇이 이상인지를 판단하기가 무척 어렵게 된다.
「스탠퍼드」대학의 「로젠한」박사가 밝힌 바에 의하면 멀쩡한 사람도 정신 분열증 환자라고 진단될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현대사회는 사람들을 이상과 광기로 몰아넣기 쉽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심리학자들은 보고 있다.
광기의 계절은 미국만 겪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광기와 이상의 증세로 몰아 넣는 병인들은 우리 주위에도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는 별로 광기가 문제되지는 않고 있다. 우리네 주변에선 광적인 것들도 별로 이상하게 여기지 못하고 있다. 정신병의 초기 증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없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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