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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검찰 인사실험, 조직 쇄신으로 이어져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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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7호 02면

법무부가 10일 발표한 부장검사급 검사 442명에 대한 인사는 형식과 내용에서 ‘파격적인 실험’으로 평가받는 분위기다. 지난해 12월 검사장급 인사 이후 20여 일 만에 이뤄진 이번 인사에서 청와대와 법무부는 김진태 검찰총장과 일선 검사장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는 형식을 취했다고 한다. 조직 안정과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보도자료에서 “일선 지휘관들의 평가와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묵묵히 일한 검사들을 발탁하고 기관장의 지휘권 확립을 도모했다”고 밝혔다. 또 “인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업무추진 과정에서의 노력과 결과를 엄정하게 평가해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인사의 특징은 전국 검찰조직의 핵심인 서울중앙지검 소속 특수 1, 2, 3부장이 모두 지방검찰청 부장으로 이동하는 등 28명의 부장검사 중 26명이 일선 고·지검으로 발령 난 것이다. 지금까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은 규모가 작은 지청장이나 일선 지검의 차장검사급으로 옮기면서 사실상 승진을 보장받는 자리였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선 ‘귀족 검사’ 논란과 함께 파벌 조성, 줄대기성 인사 같은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검찰을 흔들었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파문 과정에서 불거진 검찰 내부의 논란이나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 때 있었던 조영곤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의 알력도 파벌주의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지난해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대검 중수부 폐지문제로 후배들과 갈등을 빚다 사퇴한 것도 검찰의 고질병인 편가르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들에 대한 하방(下放·중국에서 공산당원이나 고위 공무원들의 관료주의화를 막기 위해 농촌과 지방으로 보내는 것) 조치는 ‘특수통’이니 ‘공안통’이니 하며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선민(選民)의식을 버리게 하고, 모든 조직원에게 균등한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국정원 댓글사건을 수사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과 박형철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장을 각각 대구고검과 대전고검 검사로 발령 낸 것을 놓고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것도 사실이다. 정권 차원의 보복인사라는 얘기다. 법무부 측은 “소위 항명 파동으로 징계를 받은 검사를 주요 보직에 그대로 두는 것도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검사들에 대한 길들이기 차원’이라는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김진태 검찰총장은 조만간 이어질 평검사들에 대한 인사에서도 이 같은 국민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 투명한 인사를 해야 한다. 일선 검사들도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인 시선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파격적인 실험’에 걸맞게 수사 형식과 태도를 바꿔 조직쇄신의 계기로 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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