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닉슨」이 사임한다면…-「대권」의 향방…네 가지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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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게이트」사건으로 사면초가의 궁지에 빠진 「닉슨」 미 대통령은 의회·언론 그리고 그의 지지기반이라던 「말없는 다수」로부터 서로 끈질긴 하야 압력을 받고 있지만 아직 사임할 기색은 보이지 않고 있다.
「닉슨」이 그의 측근과 머리를 맞대고 신임을 회복하는 방안을 열의하는 한편에서는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불길이 오랜 그의 구 적들의 입에서 「골드워터」 「조지프·올섭」 「윌리엄·버클리」, 주간지 「타임」같은 「닉슨」의 동맹군에로 옮아 붙었으며, 「닉슨」의 사임이 멀지 않았다는 추측이 끈질기게 나돌고 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제럴드·포드」의 지명 승인이 끝나면 「닉슨」이 사임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고, 「포드」인준 이전에 사임하여 결과적으로 대통령 자리가 민주당의 「칼·앨버트」에게 넘어갈 것이라는 억측도 활발하다.
공화당은 「닉슨」이 「포드」승인 이전에 사임, 민주당의 「앨버트」하원의장에게 대통령 자리가 돌아가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포드」 인준 절차를 서두르고 있다. 「포드」와 「앨버트」는 벌써 『귀하신 몸』 대접을 받고 있어 「앨버트」는 대통령에 준하는 「과잉 경호」 때문에 짜증을 부리고 있다는 얘기도 나돈다.
50년만에 처음으로 사설을 내 「닉슨」 하야를 요구한 전통적인 「닉슨」지지 잡지 「타임」은 「닉슨」이 백악관을 물러갈 경우 호박이 누구에게 굴러 떨어질 것인가를 기사로 다루었다.
상식적으로 보면 ①「포드」나 ②「앨버트」가 승계하게 되겠지만, 「타임」지는 이밖에 ③보궐 선거나 ④이른바 「케네디」 방식에 의한 「닉슨」의 후임자 지명도 있을 수 있다고 보았다. 「타임」지가 제시한 네 가지 방안을 소개하고 그 가능성을 타진해보자.
▲「제럴드·포드」에게 갈 경우=「닉슨」이 의회로부터 「포드」의 부통령 인준을 받은 다음 사임하는 경우다.
하지만 「닉슨」이 스스로 사임하는 마당에 그런 배려까지 해주겠느냐는 것과 또 배려를 한다한들 민주당이 다수인 의회가 호락호락 들어주겠느냐는 점 때문에 쉬울 것 같지 않다.
사실 「닉슨」이 『어제의 방패』였던 「애그뉴」를 퇴진시킨 것은 『내일의 방패』 감을 구하기 위해서였고 그 적격자로 뽑힌 것이 바로 「포드」였다.
「방패용」으로 선택했던 인물에게 의리를 세워줄 것 같지는 않다는 게 일반적인 추측인 것 같다.
▲「칼·앨버트」에게 갈 경우=「포드」가 의회로부터 부통령 승인을 받지 못하는 경우, 또는 「닉슨」이 승일을 요청하지도 않은 채 사임해버릴 경우에는 47년에 제정한 대통령직 승계 법에 의해 「앨버트」하원 의장 차례가 된다.
「포드」 보다는 오히려 「앨버트」가 유력하다고 보는 정가 「업저버」들이 많지만 이것은 72년 선거에서 국민이 선택한 정당 정신에 위배된다는 것이 미국 정치의 상식이다.
▲ 대통령 보궐 선거=「보스턴」시장 「캐빈·화이트」와 「하버드」 대학교수 「새뮤얼·헌팅튼」이 찾아낸 방법. 요컨대 「닉슨」이 사임하고 현행 승계 법을 개정한다는 이중의 가정 하에 74년 11월 보궐 선거를 실시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미국 건국 당시 헌법 기초자들은 대통령과 부통령이 동시에 유고 시에는 보궐 선거를 실시하도록 결정, 1792년에 법제화되었다.
이에 따르면 대통령과 부통령이 모두 궐석인 때에는 상원 의장이 "대통령을 선출할 때까지" 대통령직을 대행하도록 규정했다. 그리고 대통령 보궐 선거를 위한 선거인단을 다음 10월말까지 작성을 완료하고 선거는 12월에 실시해야한다고 자세히 규정했다.
그러나 이와같은 규정은 1886년 대통령 승계 법의 가결로 폐기되었으며 1886년에 제정한 법도 지난 1947년 현재의 승계자 법이 통과됨으로써 효력을 상실했다.
그런데 「헌팅튼」 「폴·프라인드」 두 교수에 의하면 의회는 단순 과반수로써 1792년 식의 보궐 선거 조항을 추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생각지도 않았던 사람』에게 대통령 자리를 맡기느니보다는 이것이 훨씬 바람직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 「케네디」방식=역시 「화이트」시장이 고안해낸 「아이디어」.
60년 대통령에 당선된 「존·F·케네디」에게는 상원의원이라는 또 하나의 감투가 있었다. 잔여 임기는 4년. 「케네디」 대통령이 상원의원직을 겸임할 수는 없었고 그렇다고 「매사추세츠」주에서만 보궐 선거를 실시하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나온 것이 지명인의 대행 방식. 즉 「케네디」 대통령이 지명한 사람이 2년 동안 상원의원직을 대행, 2년 후 상원의원의 일부 개선이 있을 때 보궐 선거를 실시한다는 방식이었다.
「화이트」 시장은 『국민들이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 방식을 대통령직에도 적용하자고 제의한 것이다.
그러나 「닉슨」이 하야한다면 말이 사임이지 사실상 쫓겨나는 것이므로 그가 다음 대통령을 「지명」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는 맞지 않는다. 【워싱턴=김영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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