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곡열차 타고 온 기적, 철암이 북적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관광객이 태백시 철암역 플랫폼에서 백두대간 협곡열차를 타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운행한 이 열차는 폐광마을 철암 주민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사진 철암역]

9일 낮 강원도 태백시 철암동 철암역. 경북 분천역에서 출발한 열차가 도착하자 60여 명의 관광객이 열차에서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역 광장에 설치된 광부 조각상 등의 조형물을 둘러본 뒤 관광버스 편으로 인근 관광지인 검룡소로 떠났다. 갑자기 닥친 한파로 평소보다는 못했지만 이날 철암역에는 200여 명의 관광객이 찾았다. 지난해 비슷한 시기 인적이 거의 없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백두대간 협곡열차(V-트레인)와 중부내륙 순환열차(O-트레인) 덕분이다. 두 열차 운행이 폐허처럼 변했던 철암에 작은 희망을 주고 있다.

 철암은 1990년대 초반까지 3만여 명이 살던 번화한 곳이었다. 그러나 이후 석탄산업 합리화로 강원탄광 등이 문을 닫으면서 인구가 급속히 줄어 이제는 인구 3000명의 작은 마을이 됐다. 상점 상당수가 문을 닫았다. 오가는 차량과 사람의 발길도 뜸해 을씨년스러웠다. 그러던 마을이 지난해 4월 협곡열차와 순환열차가 운행하면서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이들 열차로 인해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관광 인프라도 구축됐고, 실의에 빠졌던 주민도 더 나은 삶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철암역을 이용한 관광객은 24만5000여 명. 하루 평균 900여 명으로 11만 명이 철암역에서 열차를 탔고, 13만5000여 명이 철암역에 내렸다. 이 가운데 협곡열차 이용 관광객이 13만8000여 명으로 가장 많았다. 순환열차는 4만5000여 명이 이용했고, 덩달아 일반열차 이용객도 크게 늘었다. 협곡열차와 순환열차가 운행하기 이전 철암역 이용자는 한 달에 100명 내외였다. 이 때문에 철암역에서는 아예 기차표를 발매하지 않았다. 기차를 탄 후 열차에서 표를 구입했다.

 협곡열차가 운행되자 주민 69명은 4900만원을 출자해 ㈜탄광문화 철암마을기업을 만들었다. 마을기업은 5월부터 철암역 옆 연립상가를 활용해 음식점을 열었다. 역 건너편에도 가건물을 지어 산채 등 특산물을 판매했다. 마을기업은 지난해 5000여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폐업 위기에 몰렸던 7~8개의 식당은 활력을 찾았다. 새로 2개의 분식집도 생겼다. 철암을 떠났던 주민이 돌아와 차린 식당이다. 마을기업 대표 최익현(57)씨는 “아직은 만족할 수준이 아니지만 장차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암동은 관광객에게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태백자연사박물관으로 연결되는 고생대길 등 ‘철암두멧길’ 6개 코스를 조성했다. 모두 40㎞에 달한다. 철암동 김욱남 동장은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협곡열차와 순환열차가 철암동 경기 활성화에 단초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찬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