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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텐트서 특급 서비스 즐기고 밤바다 보며 수영·사우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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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주 신라호텔의 대표 풍경이 된 야외 수영장. 폐열로 물을 데우는 시스템 덕분에 한겨울에도 자정까지 야외에서 수영할 수 있다.

제주 신라호텔은 국내 호텔 리조트 업계를 이끄는 선두 주자다. 거의 해마다 새로운 서비스와 시설을 선보인다. 이를 테면 2009년 제주 신라호텔은 야외 온수풀을 만들어 한겨울에도 자정까지 야외 수영장을 개장했다. 이듬해에는 국내 특급호텔 최초로 호텔 안에 캠핑과 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 캠핑 빌리지를 개장했다.

야외 온수풀과 캠핑 빌리지는 제주 신라호텔 이후 국내 특급호텔과 리조트 십여 곳이 부랴부랴 따라했다. 제주 신라호텔의 변신은 멈추지 않았다. 지난가을엔 트램핑(Tramping) 서비스를 새로 시작했다. 트램핑을 비롯해 제주 신라호텔의 이색 서비스를 체험하는 건, 국내 레저업계의 최첨단 트렌드를 경험하는 일이었다.

2 노꼬메오름 트레킹을 끝낸 트램핑 참가자들이 숲 속에 설치된 텐트 안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트램핑, 호텔 캠핑 바비큐의 진화

제주 신라호텔은 2009년 캠핑 바비큐를 처음 선보였다. 호텔 정원에 텐트를 치고 바비큐 시설을 설치했다. 처음에는 특급호텔의 품위를 훼손한다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제주 신라호텔의 캠핑 바비큐는 캠핑 열풍에 힘입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제주 신라호텔의 캠핑 바비큐는 국내 레저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왔다. 지방 호텔·리조트는 물론이고 서울 시내 특급호텔도 캠핑 바비큐 시설을 들여놨다. 제주 신라호텔 조정욱 총지배인은 “캠핑 바비큐 덕분에 호텔 투숙객을 저녁 시간 전에 불러들이는 효과가 발생했다”며 “다른 업장도 덩달아 매출이 늘었다”고 소개했다.

제주 신라호텔은 2010년 캠핑 바비큐를 업그레이드한 글램핑(Glamping) 서비스를 개시했다. 글래머러스(Glamorous)와 캠핑(Camping)의 합성어인 글램핑은 이른바 고급 캠핑이다. 기존 캠핑 바비큐보다 음식과 텐트 시설이 좋아졌다. 글램핑 서비스도 물론 큰 호응을 얻었다.

그리고 지난가을 제주 신라호텔은 트램핑(Tramping)을 내놓았다. 트램핑은 트레킹(Trekking)과 캠핑(Camping)을 합친 말로, 호텔 안에서 즐기던 글램핑을 제주의 자연으로 확장한 서비스라 할 수 있다. 마침 제주 신라호텔에는 GAO(Guest Activity Organizer)라고 불리는 직원이 있다. 해외 리조트 체인 ‘클럽매드’의 G.O(Gentle Organizer)를 본 딴 개념으로 투숙객의 레저 활동을 돕는 직원이다. 제주 신라호텔은 2008년부터 GAO를 선발해 운영하고 있다. 이 또한 국내 레저업계 최초의 시도다.

쉽게 말해 트램핑은 GAO와 함께 제주의 자연을 걸은 뒤 숲 속에 마련한 글램핑 장소에서 식사를 하는 서비스다. 걷기 코스는 곶자왈·제주올레·오름 등 세 가지가 있다. 8세 이상이면 참가할 수 있고, 세 코스 모두 식사까지 서너 시간 걸린다.

3 제주 신라호텔 주방장이 숲 속에서 요리한 메인 요리 연잎 단호박 버섯 영양밥

노꼬메오름 트레킹 후 숲 속의 만찬

week&은 노꼬메오름 코스를 체험했다. GAO 2명과 숲 해설가 1명이 동행했다. 제주시 애월읍의 노꼬메오름 5.5㎞ 구간을 한 바퀴 돌았는데 2시간30분 정도 걸렸다. 소나무·삼나무가 우거진 데다, 눈이 내린 뒤여서 크리스마스 카드에 나오는 풍경 같았다.

노꼬메오름 주변은 조선시대 말을 사육하던 장소였다. 지금도 다른 지역에선 볼 수 없는 ‘상잣질’이 있었다. 왕호경 GAO가 “조선시대 이 일대에서 2만 마리가 넘는 말을 길렀다”며 “말이 산으로 도망가지 못하게 쌓은 돌담이 상잣질”이라고 설명했다.

트레킹이 끝나는 숲 속에 텐트가 있었다. 텐트 안에는 전열기와 전기매트, 침낭 등이 있어 언 몸을 녹일 수 있었다. 텐트에 도착하자마자 호텔 직원이 나와 따뜻한 음료를 내왔다. 유럽에서 겨울에 즐기는 따뜻한 와인 ‘글루바인’에 제주산 감귤과 허브를 곁들여서 상큼한 맛이 났다. 한 모금 들이켜자 따뜻한 기운이 몸속으로 퍼졌다. 몸이 사르르 녹는 기분이었다. 바로 치즈를 듬뿍 넣은 프랑스식 양파 수프가 나왔고 웰빙 메인 코스가 이어졌다.

연잎에 싸인 메인 코스는 훌륭했다. 연잎을 펼치니 단호박 속에 버섯 영양밥이 김을 모락모락 내고 있었다. 단호박 옆에 삼겹살·수제소시지·전복·메로·닭고기 등이 먹음직스럽게 놓여 있었다. 트레킹으로 허기진 속을 채우기에는 그만이었다. 마카롱, 쿠바산 커피 등 디저트도 맛있었다. 이 모든 음식은 캠핑장 옆 시설에서 제주 신라호텔 주방장이 직접 만들었다. 호텔 레스토랑을 숲 속으로 그대로 옮겨온 것 같았다.

4 트램핑 참가자들이 노꼬메오름 주변에서 상잣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상잣질은 말이 도망가지 못하게 쌓은 돌담이다.

뭐든지 할 자유, 윈터 트램핑 패키지

제주 신라호텔은 2009년 호텔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활용해 열을 내는 ‘히트 펌프 시스템’을 도입해 야외 수영장 물을 데웠다. 국내 호텔 최초의 시도였다. 시스템이 갖춰진 뒤로 제주 신라호텔은 겨울에도 자정까지 야외 수영장을 개장했다. 이후 제주 신라호텔의 1∼2월 투숙률은 9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온수풀 옆에는 섭씨 37도 스파와 섭씨 43도 자쿠지가 있다. 섭씨 70도의 핀란드 사우나에서는 바깥 경치를 구경하며 땀을 뺄 수 있다. 오후 8시30분부터는 수영장 간이 무대에서 외국 가수의 공연이 이어지고, 무제한으로 와인을 마실 수 있는 와인파티도 열린다.

개인 전용 해변도 특급호텔 중에서 제주 신라호텔이 처음 도입했다. 중문해수욕장에 마련한 프라이빗 비치 하우스에 가면 따뜻한 차가 무료로 나온다. 통유리 바깥으로는 겨울 바다가 넘실댄다. 커플이 흰색 의상이나 소품을 맞춰서 오후 7시30분까지 입장하면 화이트 와인을 한 잔씩 공짜로 준다.

이와 같은 서비스를 ‘윈터 트램핑 패키지’로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다. A타입은 객실 1박, 와인파티 2인 입장권, 윈터스파존과 프라이빗 비치 하우스 무료 이용, 2인 조식, 2인 트레킹 등이 포함됐고, B타입은 A타입에 트램핑 2인이 추가됐다. A타입은 1박 33만원부터, B타입은 1박 43만원부터(세금·봉사료 별도, 2인 기준). A타입은 온라인으로 예약하면 2만원 깎아준다. 트램핑 데이(1월 13~16일, 20~23일, 26~29일)에 A타입을 2박 이상 예약하면 트레킹 점심식사가 공짜다. 트램핑은 투숙객만 이용할 수 있다. 1인 10만원. shilla.net/jeju, 1588-1142.

글=이석희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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