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점포 줄고 가격 올라 살고 싶은 도심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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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락의 길을 걷던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옛 마산시 지역) 창동과 오동동에는 요즘 활기가 돈다. 2011년 이후 전국 각지에서 예술인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면서다. 이들은 동네의 빈 점포를 작업 공간으로 활용하며 수시로 소규모 공연·전시를 열었다. 어느덧 동네는 예술촌으로 바뀌었다. 주민 이모(41)씨는 “죽어가던 동네가 활력을 되찾은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창원시가 차츰 제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지역 특성을 살릴 수 있는 문화 자산을 유지하면서 ‘살고 싶은 도시’로 변모하는 것이다.

빈 점포를 싼 가격에 공방·화랑으로 임대

이 도시는 2010년 마산·창원·진해시 통합으로 창원시의 일부가 된 옛 마산시 창동 등 도심을 되살리기 위해 예술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2011년 3월 국토교통부·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과 함께 ‘도시재생 연구개발 테스트베드(시범도시)’ 관련 협약을 맺었다. 이 프로젝트는 내년 4월까지 진행된다.

 창원시 내 도시재생 시범도시는 상가지구와 주거지구로 나뉜다. 상가 대상지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오동동 일대이고, 주거 대상지는 노산동에 있다. 14만4000㎡ 규모인 상가지구에는 829개 점포가 들어서 있다. 주거지구는 14만8000㎡ 규모에 1105가구가 살고 있다.

 이들 지구 모두 과거 쇠퇴현상이 심각했다. 상가지구의 경우 빈 점포가 13.8%, 20년 이상 노후 건축물이 78%에 달했다. 주거지구 역시 창원 내 대표적인 노후불량 주거지로 꼽혔다. 이에 정부는 도시재생지원센터를 구축하고 지방자치단체와 주민을 지원함으로써 지역 스스로 도시를 재생시켜 활기를 불어넣도록 유도했다.

 이른바 ‘빈 점포 신탁사업’이 대표적이다. 주민과 지원센터가 함께 신탁업무센터를 설립하고, 문 닫은 점포를 저렴한 가격에 빌려 예술인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예술인들은 점포를 공방·화랑 등으로 고쳐 쓰는 방식으로 창동예술촌을 조성했다.

 이 사업을 통해 빈 점포의 주인은 임대료 수입을 얻었고 입주 예술인은 보다 싼 임대료로 작업장을 마련할 수 있다.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 ‘윈윈’하는 전략인 셈이다. 여기에다 전체 상권은 유동인구 증가로 활성화되는 효과를 누렸다.

 부림시장 리모델링, 창동 공영주차장 건립, 오동동 문화광장 조성사업 등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창원시가 거둔 성과는 적지 않다. 창동·오동동 일대 7곳의 유동인구는 평일 기준으로 시간당 2011년 12월 1603명에서 2012년 말 2749명으로 71% 급증했다. 주말엔 시간당 유동인구가 40% 정도 늘었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빈 점포는 148곳에서 74곳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창원시 관계자는 “빈 점포가 눈에 띄게 줄고 장사가 잘 돼 점포 가격이 오르는 등 도시에 활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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