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화이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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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호주는 「오스트레일리아」고 부른다. 「오스트랄리스」(Australis)에서 유래한 명칭. 「남쪽』이라는 뜻이다. 이 대륙을 발견하고 개척한 「유럽」사람들은 자기들을 중심으로 『남쪽 나라』라고 불렀다.
17세기, 이 대륙이 「포르투갈」인과 「네덜란드」인에 의해 처음 세상에 알려졌을 때까지도 이곳은 『바위로 뒤덮인 저주받은 토지』였다. 신천지로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영국의 유형 식민지가 되면서부터였다. 「아메리카」독립으로 「버지니아」의 유형지를 잃어버린 영국은 그것을 대신할 만한 곳을 찾고 있었다. 상선대의 경제적 기반을 갖고 있던 영국은 멀리 대양을 사이에 둔 이 대륙을 유형 식민지로 삼았다. 1788년1월 11척의 배가 「캡틴·아더·필립」의 통솔로 이 대륙에 도착했었다.
유형 수들은 대부분이 정치범들이었다. 따라서 황량한 벌판에 곡식을 심어 가꾸는 일은 이들에겐 생소하고 서투른 일이었다. 「캡틴·필립」은 그 뒤 총독까지 되긴 했지만, 과로로 병약해져 죽고 말았다. 어느 기록을 보면 희망봉(「아프리카」의 「케이프」반도 끝에 있음)에서 구입한 70마리의 양은 거의 죽고 오로지 한 마리만이 살아 남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절망 속에서도 사람들은 자기의 운명을 개척했다.
눈물겨운 개척사 중엔 감동적인 장면들이 많다. 「존·머카더」와 같은 사람은 겨우 1백 마리의 면양을 가지고 개량종을 창출해냈다. 오늘날 이 대륙엔 1억5천만 마리의 면양이 자라며 세계의 양모를 공급하고 있다. 호주의 소맥개량도 세계의 농업사상 획기적인 일로 기록되고 있다.
오늘의 호주 인은 명랑하고 밝은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수인의 자손과 같은 어두운 인상은 어디를 보아도 없다. 이들의 선조가 유형 수이긴 했지만, 그들은 정치범이라는 특수한 죄수였다. 따라서 이상주의자들, 아니면 자유주의자들이었음을 알 수 있다. 오늘의 호주가 건설된 것은 시간이나 우연의 소산이 아니다. 사람들은 정의와 자유를 사랑하며, 또 예술을 즐길 줄 안다. 『건강으로 문화생활을…』이라는 구절이 헌법에도 명시되어있다. 또 그것은 현실 속에서 그대로 꽃피고 있다.
연방제를 채택하고 있는 이 나라에선 주의 수도마다 아름다운 음악당·미술관·식물관을 갖고 있다. 최근 「시드니」항의 바다 한가운데에 세워진 「오페라·하우스」가 세계적인 화제가 된 일도 있다. 그것은 현대 건축미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금년도 「노벨」문학상을 한 호주작가에게 수여했다. 60세의 「패트릭·화이트」. 호주대륙의 감동적인 개척생활을 환상적인 수법으로 묘사한 문학적 공노를 인정받은 것이다.
훌륭한 역사는 훌륭한 작가를 만들어 주는 배경이 되는 것 같다. 아니 그 반대일 것도 같다. 우리의 작가들에게도 이런 것이 귀감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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