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의 재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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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집트」·「시리아」와 「이스라엘」은 지난 6일부터 육·해·공군을 동원, 서로 공격을 개시하면서 전면 전쟁에 돌입했다.
전화가 터진지 24시간 동안에 쌍방은 수십대의 전투기와 1백대의 전차, 그리고 수척의 군함을 잃은 가운데 「시리아」 국경의 「골란」고지·「수에즈」 운하 연안 각지에서는 치열한 공방전이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 67년의 『6일 전쟁』이래 「아랍」 진영과 「이스라엘」은 간헐적인 전투를 계속해 왔던 것이니 만큼, 전면 전쟁이 재발했다해서 별로 놀랄 것은 없다. 이번 전쟁은 「이집트」 가 「이스라엘」군이 점령하고 있는 지역의 탈환을 목적으로 선제 공격을 가한 모양이지만, 어느 쪽이 먼저 개전했는가는 별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6일 전쟁』 이후 이미 6년이라는 시일이 경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쌍방이 정치적인 타결을 짓지 못해 전쟁의 불씨는 그냥 그대로 남겨두었다는데 중동 전쟁의 비극적인 요인이 있었던 것이다. 지금 현재 전쟁에 참가하고 있는 「아랍」 국가는 「이집트」와 「시리아」 그리고 「이라크」 등 3개국밖엔 없다. 그러나 전투가 지속되면 조만간에 나머지 「아랍」 진영 국가들이 직접 전쟁에 개입하든지, 아니면 「이집트」·「시리아」의 전쟁 수행을 전적으로 돕는 연합 전선을 펼 가능성이 큰 것만은 틀림없다. 「이스라엘」과 「아랍」의 대립은 민족적인 대립인 동시에 종교적인 대립이요, 또 제각기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한 대립이다. 그러나 이 대립은 미국이 「이스라엘」측을 지원하고, 또 소련이 「아랍」측을 지원하고 있는 탓으로 세계적인 분쟁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데 문제의 중대성이 있다.
물론 현재의 세계 정세로 보아 「이스라엘」 대 「아랍」간의 전쟁이 곧 3차 세계 대전을 유발하리라고까지는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마침내는 미·소의 대리 전쟁의 성격을 띤 국지적 열전으로 번지고 한 걸음 더 나아가서는 미·소간의 냉전을 격화시켜, 세계 정세를 전면적으로 재 긴장시킬 우려가 있음을 솔직히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중동 사태의 수습은 우선 쌍방이 현 전선에 머물러 전면적인 휴전을 성립시켜놓는 길부터 터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면 휴전에 대한 교전 쌍방의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유엔」 안보 이사회의 신속하고도 단호한 행동이 있어야 한다. 미국 측의 요청으로 안보리는 9일 새벽 (한국 시간) 소집되었는데, 안보리는 우선 현지에서 무조건 정전을 성립시켜 놓고, 유효한 휴전 감시 기구를 구성·파견하여 무력 충돌을 막아야 한다.
이러한 긴급 조치와 병행해서 안보리는 「이스라엘」·「아랍」간의 정치 협상을 주선하여, 중동 사태를 평화리에 합리적으로 수습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중동에서 타오른 전화를 끄기 위해서는 미·소 두 강대국은 물론, 세계의 다른 강대국들도 십분 자제심을 발휘하여 엄정 중립을 지킴으로써 이 전쟁이 간접 전쟁·대리 전쟁으로 번지는 것을 철저히 억제해야 한다. 미·소는 물론, 다른 강대국도 중동 전쟁으로 말미암아 모처럼 성숙되어 가는 평화 공존과 평화 협상의 기운에 찬물을 끼얹지 않도록, 끝까지 냉정한 자세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 말한다면 우리가 「이스라엘」 편을 들어야할 이유도 「아랍」편을 들어야할 이유도 공히 없다. 이 시점에서는 특히 정치적으로 엄정 중립을 지킬 태도를 분명히 함은 물론, 교전 쌍방 중 어느 한쪽에 자극을 주는 발언을 함부로 함으로써 대「유엔」외교전략에 차질을 가져오지 않도록 각별 조심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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