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 있어서의 전통과 현대』|제2회「아시아」예술「심포지엄」발표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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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예술원(회장 박종화)이 주최하는 제2회「아시아」예술「심포지엄」이 25일「아카데미·하우스」에서 막을 올렸다. 28일까지 계속될 이 모임에는 한국을 비롯, 자유중국·일본·「이집트」·서독·「필리핀」·「인도네시아」등 7개국의 문화예술계인사 21명이 문학·미술·음악·연예 등 4개 분과에서 발표 및 질의에 참가하고 경주를 관광한다. 주제는『예술에 있어서의 전통과 현대』.
다음은 4개 분과에서 주목을 끈 발표내용 중 ▲중국시의 전통과 현대성(여광중·중국 대만대 교수) ▲「이집트」의 미술(「무스타파·무니르」·「이집트」문교부차관) ▲한국음악의 전통과 현대성(이혜구·서울대 음대) ▲연극에 있어서의 전통과 현대(서항석·서라벌 예대)를 요약한 것이다. <권순용 기자>

<중국 시|시사 3천년…진화·발전 계속>여광중<중국 대만대 교수>
기원전 8∼10세기에 이미 만들어지기 시작한 중국시의 전통, 특히 공자의『시경』에서부터 연면히 계속되는 중국 시의 전통에서 현대를 살리는 일은 매우 어렵다.
전통문제와 관련해 동양의 어떤 나라에서나 세 종류의 작가·예술가를 보게 되는 것이다.
보수파는 자기나라의 전통을 문제없이 받아들이며 급진주의자는 전통을 무분별하게 부인한다. 이들은 모두 전통을 완결된 역사로 보는 점엔 일치한다. 그러나 자유주의자는 전통을 불후하다고도, 죽었다고도 생각지 않고 전통은 성장과 쇠퇴의 자연적 과정을 밟게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사언구로 된『시경』으로부터 당대의 오언과 칠언, 송대의 사와 원대의 곡의 여러 분파에 이르는 3천년에 걸친 중국 시의 진화를 계속 성장 발전토록 하는 것이 예술가의 의무라고 자유주의자는 말한다.
서구화는 중국문화 현대화의 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지 목적은 아니다. 창조적인 중국인이 자신의 나갈 길을 추구할 수 있는 곳은 이제 대만뿐이다.

<「이집트」미술|문화유산에 바탕「비전」확대>「무스타파·무니르」<이집트 문교부차관>
16세기이후「이집트」는 예술적 창의성을 상실한 채 20세기초까지 조형예술의 침체기를 겪었다.
여기에 자극을 준 것은 20세기에 들어와「이집트」를 찾아온 외국화가들의 전시회였다. 옛날의 영화와 미술사에 있어서의 심오성·찬란한 고고학적 발굴에 눈을 돌리도록 만들었다.
이 시대의 미술가들은 과거「이집트」의 유산과 현대사이의 균형을 이룩하는데 성공했다. 뒤따라 나타난 것이 민족적「이미지」보다는 현대를 추구하는 일단의 사람들이었다. 50년대에 들어서자「이집트」혁명, 「아랍」민족주의의 소생 등이 미술가들에게 문화의 유산을 깊이 생각하게 했다.
이제는「이집트」가 예술적 영감의 유일한 원천이 아니었다. 「아프리카」·「아랍」·「이집트」지역의 전체적인 문명유산을 그들의「비전」으로 해야 했다.
이렇게 변화의 속도가 빨라졌음에도「이집트」는 그의 존엄성과 화려함에 있어서 원상을 상실하지는 않았다. 「이집트」의 미술가들은「이집트」의 토양과 밀접한 접촉을 유지하면서 현대적 예술양식을 찾아간다.

<한국음악|악기개량·창작은 새 소재로>이혜구<서울대 음대학장>
급변하는 사회상태 속에서 국악이 생존하려면 악기음량의 증대와 악보사용 등의 현대화는 필요하다. 전과 같이 소 연주장만이 아닌 대 연주장에서 연주하려면 현재의 음량은 작고 약하며 또 즉흥연주보다 짜임새 있게 하려면 국악의 악보사용이 필요하게 된다.
국악의 서구화는 현대화가 아니며 서구화로 국악의 개성을 상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국악의 현대화는 또 편곡과 같은 뜻으로 쓰이기도 하는데 현대화나 편곡은 모두 창작이 아니다. 편곡은 전통에서 전적으로 벗어나지도 않고 또 전통을 충실히 지키지도 않는다.
국악의 현대화란 악기개량이나 악보사용 정도에 그쳐야 하며 음악자체를 변화하는 것은 창작이란 말이 적당하다. 창작은 전통음악을 없애는 것이 아니고 그 재산을 늘리는 것이다.
국악이 예술가치를 가졌다면 대중이 좋아하거나, 하지 않거나 그것은 보존되어야 하며 또 현대화와 함께 많은 작곡가들이 국악에서 새로운 소재를 얻어 활발히 창작활동을 함으로써 국악을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연극|동양서 돌파구 찾는 서구연극>서항석<서라벌 예대교수>
동양서 돌파구 찾는 서구연극 2천5백년의 역사를 가진 서구연극은 이제 벽에 부닥쳐 그 돌파구를 찾고 있다. 서구연극은 수미일관성을 강조하는「플로트」우위의 연극이다. 음악이 강하게 깃 들어 있던 희랍극에서 순수한 극으로 방향을 잡아왔다.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여 방황하던 근대이후의 몇몇 서구연극인들은 그 활로를 이 같은 서구연극의 전통에서 찾지 못한 채 눈을 동양연극에 돌리고 있는 것은 당연한 귀결인 것 같다.
그들은 동양의 연극에서 연극의 본질적인 것이 단순하고 힘찬 형태로 남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중국의 경극, 일본의 가무기, 인도의 범극, 「인도네시아」의「발레」극 등이 모두 동양연극이면서 독자적 양식으로 빛나고 있다. 한국의 전통연극 또한 예외가 아니다. 가면극·인형극·판소리 등의 전통연극을 가진 한국은 이의 특징을 살리고 재 연마하여 우리의 현대극을 정립하고, 세계 연극의 문제해결에도 기여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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