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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복지 한곳서 … 남양주의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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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경기도 남양주에 사는 고영현(29)씨는 아르바이트로 인터넷 블로그를 관리하는 일을 한다. 정식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서다. 막노동이라도 하려 해도 6년 전 공사 현장에서 다친 발목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 힘 쓰는 일을 하기 힘들다.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수입이 월 20만~30만원이어서 집안 생계에 보탬이 안 된다. 게다가 20여 년간 당뇨를 앓아온 아버지(56)가 지난해 퇴직하면서 집안이 더 어려워졌다. 어머니(54)와 여동생(27)은 3급 지적장애인이어서 취업하기가 어렵다.

 고씨 가족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일자리다. 고씨는 6일 문을 연 ‘남양주 고용·복지종합센터’를 찾았다. 이 센터는 고씨 가족의 상황을 세세하게 파악했다. 고씨의 이력서를 받아서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센터의 서비스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고씨의 아버지는 자활지원센터의 환경청소사업단 일자리를, 어머니와 동생은 콘센트 조립 일자리를 찾아줬다. 고씨 가족의 일자리 서비스가 이날 방문 한 번으로 해결된 것이다.

 고씨네 가족에게 이런 서비스가 가능하게 된 것은 고용과 복지를 결합한 고용·복지종합센터가 생기면서다. 이 센터가 생기기 전에 고씨는 일자리를 구하러 왕복 두 시간 걸려 경기도 구리시 고용센터를 가야 했다. 고씨 가족들이 일자리를 구하려면 읍사무소(남양주시 진건읍), 자활지원센터(남양주시 금곡동), 일자리센터(남양주시청)를 가야 한다. 이들 세 곳을 다니려면 1시간35분(버스 포함) 이동해야 한다.

 고씨는 “읍사무소 소개로 고용·복지종합센터에 오긴 했지만 뭔지도 몰랐다”며 “그런데 와서 보니 우리 가족의 문제를 한번에 해결해 주니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올해 복지예산이 100조원을 넘으면서 복지가 날로 팽창해 왔다. 하지만 복지부(시·군·구청)·고용부(고용센터)·여성가족부(여성새일센터) 등으로 창구가 쪼개져 있어 효율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지적돼 왔지만 고쳐지지 않았다. 복지와 일자리가 따로 놀면서 ‘일하는 복지’ ‘생산적 복지’의 틀이 좀체 잡히지 않았다. 고용과 복지의 연계가 안 돼 서비스 중복과 불필요한 경쟁을 야기했다.

 ◆남양주시는 복지전달체계의 시험장=6일 남양주시에 문을 연 고용·복지센터는 복지전달체계의 큰 변화를 몰고 올 시험장이다. 부서 간 벽을 깨 맞춤형 복지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 고용부 이재흥 고용정책실장은 “시범사업의 성과를 지켜본 뒤 자치단체들의 수요를 고려해 최대한 빨리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양주시는 2007년 통합복지서비스인 ‘희망케어센터’를 만들면서 원스톱 복지를 이끌어 왔다. 희망케어센터는 시청·동사무소 등 행정 중심의 복지 전달체계가 가지는 인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복지관·민간 단체 등이 참여해 병원 외출 보조 서비스, 도배·장판, 치과 치료 등 당사자가 진짜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맞춤형 서비스다. 이석우 남양주 시장은 “남양주는 도·농 복합도시라 관할 지역이 넓어 지역 간 이동이 불편하다”며 “종합센터가 설립돼 시민들이 매우 편리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또 “현지 실정을 잘 아는 남양주시청 소속 공무원(복지지원팀)을 종합센터에 배치해 시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효율적인 복지·고용 서비스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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